[역경을 이긴 연예인 (12)] 반지하서 자란 '리틀 남진' 김수찬을 키운 건 8할이 '마법사 어머니'

염보연 기자 입력 : 2020.11.14 00:13 ㅣ 수정 : 2020.11.14 00:13

20세 어머니가 출산한 우량아 김수찬/인생의 참지혜를 가르쳐 준 어머니가 '비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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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성공한 연예인은 고수익을 올리는 권력계층으로 굳어졌다. 유명대학 총장보다 인기 연예인의 발언이 갖는 사회적 파장이 훨씬 크다. 서울대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은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통적 인기직업보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을 희망직업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에는 대부분의 경우 깊은 아픔이 숨어있다. 역경을 딛고 성공가도를 달리거나, 좌절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고 전력투구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진다. <편집자 주>

 

김수찬[사진캡쳐=엉덩이 MV]
 

[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김수찬(26)은 TV조선 ‘미스터 트롯’이 배출한 또 한 명의 스타다. 준결승에서 탈락했지만 결승 진출자들 못지 않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탁월한 쇼맨십, 화려한 퍼포먼스와 가창력으로 가장 유력한 결승 후보 중 하나였지만, 최강자였던 임영웅에게 먼저 도전장을 던졌다가 굴욕적인 ‘빵점 탈락’을 했기 때문이다.

 

김수찬은 프린스찬, 끼쟁이. 트로트 아이돌 등 가벼운 느낌의 별명과 달리 고등학교 때부터 트로트 외길을 걸어온 진성 ‘트로트 가수’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밝은 에너지를 전하는 모습으로, 덕분에 ‘금수저’라는 오해도 산다. 부잣집에서 구김 없이 귀하게 자란 것 같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는 ‘흙수저’ 출신이다. 미혼모 어머니 슬하에서 태어나 반지하 단칸방에서 성장했다. 가수로서도 8년 동안 무명의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들은 그에게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았다. 어리지만 현명했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무적의 방패 덕분이었다.

 

■ 스무살 어머니가 목숨 걸고 낳아…고등학교 선생님 결혼식 축가 부르다 가요제 출전

 

김수찬은 1994년 서울에서 1남2녀 중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김수찬의 어머니는 불과 스무살이었고, 기댈 곳 없는 혼자였다. 아이를 낳기 위해 찾은 곳은 조산소였다. 산부인과에 갈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기가 4.2kg의 우량아인 데다가 머리가 커서 지독한 산고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않았다. 결국 큰 병원에 가서 유언까지 남기고 수술에 들어갔다. 목숨 건 출산 끝에, 무사히 아들을 낳았다.

 

김수찬의 어머니는 고난을 즐거움으로 만드는 '마법사' 같은 사람이었다. 반지하 단칸방에서 홀로 어렵게 김수찬을 기르면서도 항상 긍정적이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집안으로 들이쳐서 함께 물을 퍼내야 했다. 그런 때면 어머니는 김수찬에게 “누가 더 많이 푸나 내기하자”라고 말해서 게임으로 만들었다.

 

어머니는 항상 “우리는 선택받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하는 사람이야”, “엄마와 네가 물을 퍼내는 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거야”라고 생각하게 했다.

 

때론 울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지혜로운 가르침은 김수찬을 자존감이 높고 긍정적인 아이로 만들었다.

 

친구들이 집에 대해서 “넌 왜 동굴 속에서 살아?”라고 놀려도 “시원해서 좋아”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됐다.

 

김수찬은 어린 시절부터 트로트를 좋아했다. 특히 남진의 노래를 좋아했는데, 고등학교 담임선생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렀다가 교장선생님의 눈에 띄어 2010년 인천청소년가요제에 출전했다. 김수찬은 평소 좋아하던 남진의 ‘나아냐’를 불러 대상을 수상했다.

 

내친 김에 그해 8월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했는데, 큰 무대를 앞두니 긴장이 되고 떨렸다. 하지만 어머니가 또 힘을 줬다.

 

“수찬아, 어차피 네가 최우수상이야. 주최 측의 농간이 아니면 어쩔 수 없어. 네가 상 받고 앵콜곡 부른다는 마음으로 노래해”

 
2010년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한 김수찬[사진캡처=KBS]
 

어머니의 격려에 용기를 얻어 정말 앵콜을 부르는 마음으로 ‘나야나’를 불렀다. 그러자 믿음이 현실이 됐다. 정말로 최우수상을 탄 것이다. 심지어 남진의 딸이 전국노래자랑 영상을 본 덕분에 남진과 인연이 닿았고, 데뷔하기도 전부터 남진 무대의 객원가수로 뛰게 됐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트로트 외길을 걷기 시작했고, 2014년에는 JTBC ‘히든싱어’ 남진편에 출연해 1등을 차지하며 왕중왕전에 진출하는 등  ‘리틀 남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히든싱어 남진편에 출연한 김수찬(오른쪽에서 두번째)[사진캡처=JTBC]
 

■ 2012년 데뷔 후 세미 트로트로 활동…8년간 무명시절에도 '성공 확신' 버리지 않아

 

김수찬은 2012년 5월 1집 ‘오디션’으로 데뷔했고, 이후 ‘간다 간다’, ‘딱 보면 알아요’, ‘대구 아가씨’, ‘평행선’, ‘사랑의 해결사’ 등의 곡으로 활동했다. 정통 트로트보다는 세미 트로트를 주로 불렀다.

 

어린 나이 답지 않은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와 퍼포먼스로 볼거리 많은 무대를 선보였다. 딱히 히트곡을 내지 못했고, 무명가수로 8년을 보냈다.

 

무대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많이 하다보니 여름이면 땀이 주륵주륵 쏟아졌다. 대기실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차가 없어서 하루종일 노래한 뒤 무거운 짐을 들고 열차에 몸을 실었다. 돈이 없어서 차비가 부족하거나, 휴대폰 요금을 못 대서 행사 관계자들과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다.

 

그나마도 아예 스케줄이 없어 쉬는 날도 많았다. 일 없이 집에서 놀고 있는 아들에게 싫은 소리도 할 법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그러지 않았다. 도리어 “편하게 즐겨라. 지금 쉬어야지. 나중에는 길을 못 다닐 정도로 넌 유명해질 거다. 그때는 놀고 싶어도 못 논다”고 말했다.
 
단순히 ‘믿는 것’을 떠나 잘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어머니의 긍정적인 말은 힘이 됐다. 덕분에 김수찬은 가난을 고생으로 생각하지 않고, 불투명한 미래도 두렵지 않았다. 무명의 힘듦도 ‘모두가 거쳐가는 단계’로만 생각했다.

 

어머니가 알려주신 현실을 만드는 것은 ‘마음’이라는 깨달음. 고생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긍정에 집중하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 힘든 경험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고, 감사함을 느꼈다.

 

김수찬은 한 걸음씩 내딛으며 최선을 다해 노래 부르기만 했다.

 

■ ‘미스터트롯’ 우승 아닌 도전 위한 것…‘빵점 탈락’했지만 다시 골라도 임영웅

 

미스터트롯에 도전하는 데는 망설임도 있었다. 현역으로 활동한 지 8년이나 된 기성 가수인데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다는 것은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나쁜 결과로 팬들에게 실망을 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같은 기성가수였던 송가인이 ‘미스트롯’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것을 보고, 다양한 무대를 경험해온 그도 색다른 도전에 욕심이 났다. 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김수찬이 단순히 ‘리틀 남진’이 아니라 더 많은 노래와 다양한 스타일의 무대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수찬은 초심으로 경연에 임하고자 트로트 인생을 열어주었던 남진의 ‘나야나’로 첫 무대에 나섰고, 특유의 현란한 발재간과 제스쳐, 능숙한 호응 유도로 올하트를 받으며 선전포고를 했다.

 
미스터트롯 경연에서 꾸민 '노래하며 춤추며' 무대 [사진캡처=TV조선]
 

본선 2차전 1:1 데스매치에서는 계은숙의 ‘노래하며 춤추며’를 부르며 인형처럼 꾸민 댄서들과 함께 인형술사가 된 것 같은 화려한 공연을 펼쳤다. 퍼포먼스가 너무 과해서 노래를 해친다는 혹평도 받았지만, ‘남진 노래 외에도 잘 부른다’는 평가를 받아냈다.

 

싸이의 ‘나팔바지’,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 주현미의 ‘첫 정’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한껏 펼쳤다. 특해 ‘첫 정’에서는 현란한 꺾기 실력으로 가창력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가슴의 장미에서 붉은 스카프를 꺼내 날려 보내는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준결승전에서 뜻밖의 선택을 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1라운드 6위로 합격 순위에 있던 상황에서 1위를 독주중이었던 최강자 임영웅을 대결 상대로 지목하는 모험을 벌인 것이다.

 

준결승 2라운드는 1:1 한곡 대결로 두 명이 한 곡을 함께 불러 무대를 꾸미며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김수찬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그의 목표가 ‘우승’이 아닌 ‘멋진 무대를 보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전 순위 1위였던 임영웅이야말로 함께 최고의 무대를 꾸밀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준결승 2라운드 임영웅과 벌인 1:1 한곡 대결 무대[사진캡처=TV조선]
 

■ 도전하는 '쿨한 상남자' 이미지로 인기몰이, KBS2 새 예능 ‘펫 비타민’ MC 맡아 

 

두 사람은 주현미의 ‘울면서 후회하네’를 불렀고, 김수찬은 결국 10:0으로 굴욕적인 참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롤모델인 남진을 비롯해, 주현미, 설운도 등 레전드들 앞에서 가장 매력적인 무대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영웅이 형도, 저도 현역이니까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마음보다는 마스터분들, 레전드분들, 시청자분들께 프로다운 멋진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다시 그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해도, 영웅이 형을 상대로 택해 ‘울면서 후회하네’를 불렀을 거예요. 실제로 남진 선생님이 ‘수찬이가 정통 트로트도 되는구나’ 하시며 칭찬을 하셨어요. 덕분에 쿨한 상남자로 당당함을 보여줬고요”

 

김수찬은 비록 중간에 탈락했지만 그의 도전정신과 발전가능성은 팬들을 매료시켰다. 그 덕분인지 그는 결승진출자들 못지 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트로트 가수라서 정통 가요만 잘 부르면 된다는 편견에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이번 경연프로그램을 통해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고, 유머감각과 토크 순발력까지, 필요하다면 뭐든 잘 하는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포부처럼 김수찬은 다양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밥은 먹고 다니냐’, ‘가요무대’ 등 방송 출연은 물론 V앱라이브, 유튜브 콘텐츠 ‘걸어다니는 수찬노래방’도 진행한다. 지난 10월에는 KBS2 새 예능 ‘펫 비타민’ MC자리까지 꿰찼다.

 

지난 7월 발매한 신곡 ‘엉덩이(HIP)’도 이런 포부가 보인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기반으로 한 색다른 댄스트롯 곡으로, 뮤직비디오에 남녀노소,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여 다양성과 즐거움을 담았다.

 

김수찬은 앞으로 할머니가 손자, 손녀와 함께 봐도 다같이 즐길 수 있는 세대통합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전망이다.


정동원, 김희재와 함께 꾸민 신곡 MV 장면[사진캡처=엉덩이 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