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시대 (15)] 코로나시대 대표부업 ‘쿠팡플렉스’, '배송단가 하락'으로 플렉서들 불만 제기

이지민 기자 입력 : 2020.11.20 17:10 ㅣ 수정 : 2020.11.20 17:27

고객과 쿠팡플렉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로켓배송’ 혁신/직장인 A씨, "배송단가 하락으로 수입 줄었지만 부업으로 몇 건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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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노동자는 기업에 소속됐다. ‘기업 노동자’는 일을 통해 소득을 창출했고, 소속된 기업을 발전시켰다. 이제 기업노동자는 감소하고 ‘플랫폼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배달노동자 뿐만 아니라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을 포함한 지식노동자들도 각종 플랫폼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노동시장의 중심에 도달했다.이를 통해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경제주체는 플랫폼 자체다. 이 같은 현상은 두 개의 거대한 파도가 맞물려 빚어내고 있다.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와 같은 단어로 상징되는 ‘삶의 근원적 변화’가 인공지능(AI)에 의한 ‘기존 일자리의 격감’이라는 복병을 만남으로써 가속화되는 거대한 전환이다. 뉴스투데이는 도처에 존재하는 플랫폼 노동 현상(1부)과 그 경제사회적 의미(2부) 그리고 정책적 과제(3부)에 대한 연중기획을 통해 일자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 주>

 
쿠팡플렉서 모집 홈페이지. [사진제공=쿠팡플렉스 홈페이지]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직장인 A씨는 주말이면 ‘쿠팡 앱’에 접속해 배송 단가를 확인한다. 그는 주 7일 내내 일을 하고 있다. 평일에는 일반 회사원이지만 주말엔 고객들의 배송을 책임지는 ‘플렉서’가 된다. A씨는 “처음엔 아이들 간식 값이나 벌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점차 능숙해지고 욕심이 생겨 주말을 투자해 배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송 건수가 줄고 배송 단가도 최근에 전체적으로 떨어져 이 일이 본업인 쿠팡플렉서들은 수입적인 부분에서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자차를 이용해 부업으로 몇 건씩 하다 보니 큰 어려움은 없다”고 후기를 전했다. 주말 기준으로 하루에 3만원에서 많게는 8만원까지 번다고.


쿠팡플렉스는 쿠팡이 2018년 8월부터 시작한 배송 일자리 사업이다. 지원자가 자신의 일정을 고려해 원하는 날짜를 선택, 원하는 시간에 배송 업무에 참여할 수 있다. 쿠팡플렉스는 “원하는 날 일하고, 일한 만큼 소득”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지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쿠팡플렉스 사업 모델. [표=뉴스투데이]
 

■ 고객과 배송원의 상생을 위한 플랫폼 ‘쿠팡플렉스’/배송단가 2000원서 500원~1100원으로 하락? 


쿠팡플렉스는 배송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배송 서비스에 뛰어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혁신적인 플랫폼이다. 쿠팡플렉스에 지원하면 경력단절 여성, 퇴직자, 자영업자 등 노동에 참여하는 데 제약이 있던 이들도 쉽게 노동활동을 할 수 있다.


고객들의 입장에서도 쿠팡플렉서의 등장은 환영이다. 배송 산업을 선도하는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빠른 배송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그 과정에서 배송 인력이 부족해 고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쿠팡플렉서들이 투입돼 기존 배송원들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고객들도 편리하게 쿠팡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쿠팡플렉스 측은 해당 플랫폼과 관련해 수치화할 수 있는 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쿠팡 전체 일일 배송 건수 중에서 쿠팡플렉스의 차지 비율이나 배송 단가, 쿠팡플렉서의 인원도 확인할 수 없다. 쿠팡 측 관계자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에 “정확한 수치 정보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쿠팡플렉스는 지원서를 제출한 쿠팡플렉서들만 확인할 수 있는 단가 표를 제공한다. 지역별, 배송 종류별로 배송 단가가 다르기 때문에 쿠팡플렉서들은 매일 단가 표를 확인하고 배송을 시작한다.


쿠팡플렉서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추정한 결과 현재 배송 단가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꽤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항목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배송 단가의 경우 건당 적게는 550원에서 많게는 1100원 정도로 추정한다. 배송 단가가 2000원에 육박하던 과거와 다르게 단가가 하락했다는 목소리가 많다.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배송 일수는 비슷한데 과거에 비해 한 달 수익이 100만원 이상 하락했다”, “쿠팡플렉서 지원자들이 증가해서 물품을 배당받기가 쉽지 않다” 등 과거와 비교했을 때 수입이 줄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커머스 시장이 활성화됐음에도 쿠팡플렉서들의 수가 더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쿠팡플렉스의 수익구조 또한 자세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작동해 배송 물량에 비해 배송원인 쿠팡플렉서의 수가 많아 단가가 하락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던 직원들이 다수 일자리를 잃게 된 것도 쿠팡플렉스의 활성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사료된다.


■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로 자리잡은 ‘쿠팡플렉서’/생활물류법 시행되면 플렉서들에게 '복지'가 아니라 '위기'


한편 최근 택배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생활물류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며 ‘쿠팡플렉스’도 다시 한번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생활물류법은 택배기사의 과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안을 골자로 하며 이 법안에는 택배 서비스 사업 등록제 도입안이 담겨있다.

 

택배 서비스 사업 등록제가 시행되면 기존의 쿠팡플렉서와 같이 부업으로 배송을 담당하던 배송원들이 노동에 참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연출된다.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생활물류법의 추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 힘도 17일 물류산업 상생방안 간담회를 열어 택배산업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업계반응을 고려할 때 생활물류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배송 서비스 이용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일회성으로 배송에 참여하는 쿠팡플렉서 인력 투입이 불가피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생활물류법으로 택배 산업에 제동을 걸었을 때 생길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양한 잡음에도 불구하고 쿠팡플렉스는 ‘순항 중’이다. 실제로 쿠팡플렉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새롭게 유입되는 신규 쿠팡플렉서 지원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망가진 상황에서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원하는 시간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쿠팡플렉스의 순항 비결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며 급성장하고 있는 쿠팡플렉스는 쿠팡플렉서들과의 상생을 통해 앞으로 더 큰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