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82)] 직장인에게 필요한 변신, ‘강한 집념은 빠른 체념이다’ (하)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0.12.23 15:52 ㅣ 수정 : 2020.12.23 15:52

‘새옹지마(塞翁之馬)’, 인생은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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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중국 만리장성의 변방에 ‘새옹(塞翁)’이라고 불리던 한 노인이 살았는데, 새옹의 말(塞翁之馬)이 오랑캐 땅으로 달아났다가 오랑캐의 뛰어난 말을 데리고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은 노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으나, 노인은 “이 일이 화가 될지 누가 알겠소?”라고 말했다. 며칠 후 노인의 아들이 오랑캐의 말을 타다가 떨어져서 다리를 다쳐 마을 사람들은 노인을 위로했는데 노인은 여전히 태연하게 “누가 알겠소, 이 일이 좋은 일이 될지?”라 했다. 1년이 흐른 어느 날, 오랑캐가 쳐들어와 마을에 있는 장정들이 나서서 싸우다 모두 죽고 말았지만 노인의 아들만은 말에서 떨어진 후 절름발이가 되었기 때문에 싸움터에 나갈 수 없어서 살아남았다. 

 

따라서 ‘새옹지마(塞翁之馬)’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자성어이다. 길한 일이 있으면 흉한 일도 있고, 재앙이 있으면 복도 오듯이, 인생은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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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육군대학 전경과 학교마크 [사진출처=육군대학]

 

 진급 및 승진을 했더라도 또 산 넘어 산에 봉착하는 직장생활

 

예하 대대장 직책을 수행하다가 더 큰 부대규모의 핵심 주무인 사단 작전참모직을 수행하는 신임참모의 스트레스가 더 많을 것이라 예상도 되었다. 하지만 동료 선후배들 중에 진급 가능성이 희박한 실무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은 더욱 참아내기가 힘이 들었을 것이다.

 

당시에 대위였던 필자는 소령 진급 명단에 포함되어 진급 예정자의 신분이라 감사한 마음에 새로운 참모의 업무 스타일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혹시 결원이 생기면 그 업무까지도 불평도 못하고 수행해야 했다.

 

한편 소령 진급 예정자들에겐 “진급은 과거의 업무 실적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미래의 조직 발전을 위해 더 고생하라는 의무이다”라는 말처럼 국가에 더 봉사와 고생을 하기 위해 능력을 키우는 육군대학 과정의 보수교육이 기다리고 있었다. 

 

육군대학교육은 학교의 수용인원을 고려하여 1년의 정규과정과 3~6개월의 단기과정 그리고 통신과정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정규과정은 시험과 근무 성적을 고려하여 일부 인원만 선발하고 나머지는 단기 및 통신과정에 입교하는 제도였다.

 

따라서 당해년도 진급예정자들은 진급의 즐거움을 잠시 뒤로 하고, 육군대학과정 시험 준비를해야 했다. 정규과정에 선발되면 추후 중령진급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어서 더욱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88년 1월중순에 육군대학 정규과정 선발시험을 앞두고 있는 시기였는데, 당면 업무에 침몰되어 올인(All In)하는 참모와 지치고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가는 실무자들로 인해 사무실의 분위기는 시험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마침 새롭게 교체된 작전보좌관 설영형 소령(삼사7기)이 작전참모에게 건의하여 시험을 2주 앞두고 공식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배려해 주었다. 덕분에 대위로 진급하여 입교한 고등군사반(OAC)과정에서 책을 잡아본 후 처음으로 각종 교범들과 씨름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가방과정’인 정규보다 '단기 및 통신과정'이 오히려 전화위복된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운이 좋은 필자는 바쁜 업무 속에서도 작전참모와 선배 및 동료의 배려 덕택에 시험 준비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 육군대학 정규과정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정규과정에 입교한 진급예정자들은 또다시 성적과 투쟁을 해야 했고, 최종 수료시 교육인원 중에 1/3수준의 상층 성적을 얻지 못하면 진급 심사에서 우선권이 배제되었다.

 

또한 정규과정의 입소자들은 주로 장군 부관 및 보좌관 출신들이 많았다. 그들은 공부할 수 있는 여건 보장이 용이했고 심사과정에서도 모시던 분들의 입장이 고려되어 야전의 일반 실무자들보다도 정규과정에 선발된 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어느 날부터는 정규과정을 ‘가방(부관 및 보좌관들이 장군의 가방을 들고 다닌다고 해서 불리운 호칭)과정’이라는 별명까지 붙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자 상급부대는 당시의 육군대학 과정 선발 방침을 재검토하였다. 그 결과 진급 심사 규정이 바뀌어 과정을 구분하지 않고 졸업 성적이 상층인 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되었다. 따라서 단기과정이나 통신과정에 입소한 우수한 자들이 오히려 손 쉽게 상층을 확보할 수 있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가 되었다.

 

“집념이 강한자는 체념도 빠른 자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비록 정규과정 선발 시험에 고배를 마셨지만 정규과정 입소를 체념하고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 재빠르게 변신한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집념을 갖고 단기과정이나 통신과정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고, 차후 진급심사에서도 정규과정에 입소했지만 상층의 결과를 못 얻은 자들보다 우선권이 부여되었다. 이러한 체념과 변신으로 생존한 자들에게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은 정확히 적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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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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