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421)] 코로나19에도 취업이 너무 쉬워 열정이 빨리 식는 일본 취준생들, 인사담당자들 "근로의욕 부족"

정승원 입력 : 2021.01.08 11:04 ㅣ 수정 : 2021.01.08 11:04

이전보다 낮아진 취업문턱에 취준생의 실력저하와 의욕부족을 느끼는 인사담당자들 불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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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손쉽게 취업할 수 있다면 취준생들의 실력과 열정도 자연스레 식어버리는 것일까. 일본 HR종합연구소가 작년 6월 주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에게 조사한 설문결과를 보면 결론은 ‘그렇다’로 압축된다.

 

인사담당자들은 이러한 모습을 학생 질의 저하 또는 열화(劣化)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최근 취준생들의 가치관과 행동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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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도 취업에 어려움이 없는 일본 취준생들은 취업과 동시에 열정이 사라진다. [출처=일러스트야]

 

‘학생들의 근로의욕이 희박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서비스 관련 대기업) ‘의욕이 떨어지고 얌전한 성격을 가진 취준생들이 많아졌다’(서비스 관련 대기업) ‘학생들의 자기평가는 높지만 취직의 의미는 이해하지 못한다. 의무교육 단계부터 사회의 구조 등을 수업에 포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IT 관련 중소기업)

 

옛날부터 취준생이나 신입직원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비판은 존재했지만 과거에는 그들의 미숙함에서 발생하는 부적절한 언행이나 실수가 문제였다면 요새 취준생들에 대해서는 애초에 행동자체를 꺼리는 소극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비판이 부쩍 늘어났다.

 

확실히 요새 일본 취업시장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가장 큰 변화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인력부족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취준생들은 대학시절의 가장 큰 고비이자 고통이라고 할 수 있는 취업활동에 큰 어려움을 못 느끼고 이전보다 적은 노력으로 좋은 회사에 합격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취업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정신적 성장이나 의식의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 채 학생 모습 그대로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사담당자들도 리먼 쇼크를 경험했던 2010년 전후의 입사자들과 현재 신입사원들 사이에 강한 위화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취준생들을 사회로 내보내는 마지막 단계인 대학들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취직과(就職課)를 커리어센터(キャリアセンター)로 명칭만 바꿨을 뿐 실제로는 취업률만 대대적으로 광고해서 수험생들을 끌어 모으고 정작 그들을 육성하려는 노력은 소홀하다는 것이다.

 

‘취직이 최종 목표라는 대학들의 의식변화가 필요하다’(서비스 관련 소기업) ‘개인의 능력이 부족함에도 권리를 주장하는 경향은 강해져서 (대학에서) 소통능력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서비스 관련 소기업)

 

기업들의 인력부족으로 취준생들이 받는 러브콜과 합격통보는 더욱 많아졌지만 반대로 입사취소도 빈번해지면서 인사담당자들의 실망과 분노도 매년 늘어났다.

 

2월의 기업설명회부터 그 다음 해 4월의 입사식까지 1년 이상을 기업들로서는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는 농부의 심정으로 신규 인력을 뽑아놨지만 취준생들은 손에 든 여러 개의 합격회사를 비교하다 하나를 고르고 나머지를 버릴 뿐이었다.

 

1년이 넘는 채용 사이클도 요새는 대학교 3학년 때의 여름방학 인턴쉽까지 추가되면서 2년 가까이로 늘어나 채용부담이 커졌다.

 

‘내정(内定)승낙 후의 입사포기는 무언가 패널티를 만들지 않는 한 기업들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막판에 입사포기를 할 경우 홈페이지에 대학과 학과명이라도 공개하고 싶은 심정이다’ (제조 관련 중소기업)

 

한편 취준생들은 이러한 인사담당자들의 불만을 취준생들에게 갑질을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불평일 뿐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예전이라면 취준생들이 기업들을 우러러보고 어떻게든 합격통보를 받기 위해 필사의 몸부림을 쳤겠지만 최근 취업시장은 양자가 동등한 또는 취준생이 오히려 갑의 위치로 올라섰기 때문에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젊은이들의 취업과 일에 대한 인식변화를 기업들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보수적인 일본사회에서는 이를 느끼고 있음에도 애써 못 본 척 기존 관행을 고수하려는 기업들이 많은 것 같다’는 한 취준생의 트윗처럼 어쩌면 일본 취업시장은 또 하나의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