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야기(128)] ‘소년공’의 3가지 꿈 담긴 이재명의 보호종료아동 1000만원 지원

박혜원 기자 입력 : 2021.02.08 21:57 ㅣ 수정 : 2021.02.09 10:38

직업으로서의 정치인, 그 윤리적 실천을 가능케하는 힘은 ‘책상지식’아닌 ‘체화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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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업에는 은밀한 애환이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문에 그 애환을 안다면, 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 ‘JOB뉴스로 특화된 경제라이프’ 매체인 뉴스투데이가 그 직업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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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입지전적 인물의 전형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소년공’으로 일했다. 검정고시를 봐서 대학입학 자격을 얻었고,  1982년 중앙대 법대에 4년 전액 장학금에 생활비까지 주는 특차로 합격했다.

 

그는 1986년 사법고시에 최종 합격,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이 지사는 그해 11월 4일자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에서 어려운 사람 도울터”라고 포부를 밝혔다. 

 

법조인들은 대부분 이 지사와 비슷한 마음을 갖고 출발선에 선다. 부귀영화를 누리고 권력을 잡겠다고 공언하는 사법고시 합격생은 아주 드물다. 그러나 대부분 법조인은 이 같은 초심을 쉽게 잃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법을 다루는 직업 자체가 막강한 권력이므로 유혹의 손길이 많은 탓이다. 

 

따라서 한 직업인이 윤리적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체화된 가치’가 돼야 한다. 독서나 교육을 통해 배운 ‘책상지식’은 변질의 위험이 높다. 

 

■ 거칠어지는 대선정국 와중에 뜬금없이 불우 청소년 돌보기?

 

이재명 지사가 최근 소위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난 청소년 돌보기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단적인 사례이다. 

 

경기도는 최근 소위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지원 정착금을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렸다. 파격적인 증액이다. 보호종료아동은 보육원 등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다 만 18세가 되어 시설을 나온 아동을 뜻한다. 

 

이 지사가 지원금 증액에 그치지 않고 보호종료아동 창업을 돕는 예비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에 수행원 없이 방문했던 사실도 8일 뒤늦게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가 8일 페이스북에 “지난 금요일(5일)보호종료 청년들에게 전달할 명절 선물을 포장하고 있는데 이 지사가 비공개 일정으로 방문했다”면서 감사의 글을 남기면서 알려졌다.

 

이 지사의 이런 행보는 정치판의 생리상 이례적인 일이다. 이 지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굳혀나감에 따라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공세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이 지사의 기본소득제 주장을 두고 ‘포퓰리즘’, ‘실현 불가능한 이상’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정치적 실익 없지만 직업인으로서는 미덕 / ‘소년공 다이어리’에 나타난 3가지 체화된 가치가 원동력

 

과거 유력 대선주자라면 이 같은 정치공방에서 승기를 잡기위한 이론투쟁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지사는 뜬금없이 불우청소년 돌보기에 고민하고 시간을 냈다. 이같은 행보는 정치적으로는 비효율적이지만, 경기도지사라는 직업인으로서는 칭찬받을만한 미덕이다. 

 

이 지사가 이처럼 정치적 실익 대신에 윤리적 가치를 선택하는 것은 ‘초월적 인간’이기 때문일까. 그렇게 볼 근거는 없다. 오히려 불우한 계층에 대한 사회적 돌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그의 삶을 통해 ‘체화된 가치’였기에 정치적 중대국면에서도 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지사의 일기를 토대로 정리된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에 보면 그의 ‘체화된 가치’의 편린들을 발견할 수 있다. 

 

■ 원 없는 ‘식욕 충족’을 꿈꾸던 13세 소년

 

우선  불우아동의 ‘굶주림’을 처절하게 경험했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초등학교 6학년 시절,사은회가 열렸다. 반 학생들은 돈을 갹출해 자두를 사와서 선생님과 나눠먹었다. 어린 이재명은 자격지심에 군침만 삼키며 먹지 않았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이 자리를 빈 사이에 선생님의 자두를 먹다 걸렸다. 선생님은 야단을 친 후 과일을 사주었지만 이 역시 먹지 못했다. 극도의 빈곤이 빚어낸 모순과 혼란의 시기였지만 13살 소년의 꿈은 원 없는 ‘식욕 충족’에 있었을 것이다.  

 

■ ‘빛나는 미래’를 꿈꿀 권리를 갖고 싶었던 18세 청소년

 

1980년 5월 대입검정고시에 합격 한 뒤 ‘취업’하라고 강요하는 아버지와의 불화 끝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방안에 연탄불을 피웠으나 꺼져버려 미수에 그쳤다. 청소년 이재명은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막상 집에 와 누워서 생각하니 18세라는 나이에 자살한다는 건 미친 짓일 것 같았다” 

 

이 때 그의 내면에서 꿈틀거렸던 꿈은 ‘빛나는 미래’를 꿈꿀 권리를 갖는 것이었다.

 

■ ‘인권 변호사’ 꿈 때문에 여성에게 차인 사법고시 합격생 

 

이 지사는 1988년 검사시보 생활을 마치고 소개받았던 여성에게 차이게 된다. ‘인권 변호사’가 되겠다는 포부가 화근이 됐다. 이로 인해 한동안 인권변호사라는 삶의 목표에 대해서 회의하게 된다. 하지만 일기장에 이렇게 쓴다. “현직에 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중략)..결국은 사회적 지위라는 것 이외의 어떤 요소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사법고시 합격생 이재명이 판사나 검사와 같은 ‘성공의 길’ 대신에 인권 변호사라는 ‘고난의 길’을 선택한 순간이다. 원없는 식욕충족과 미래를 꿈꿀 권리의 절박함을 체화한 인간은 인권 변호사의 길을 선택하기에는 유리한 것이다. 

 

거칠어지는 대선정국의 와중에서 이재명이라는 유력 대선주자가 뜬금없이 불우청소년 돕기에 공들이는 것은 '소년공의 꿈' 때문에 가능한 행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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