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65)] 시험평가단장③ '천궁'과 함께 추운 겨울나기가 무섭다고?

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2.03.07 15:11 ㅣ 수정 : 2022.03.07 15:11

연구기관의 M-SAM 팀장, "동절기 '천궁' 시험평가 장소로 대관령은 너무 춥다"며 반대
추워서 난로 불이 꺼지고 콜라로 양치질 한다는 소문은 모두 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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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예비역 공군 준장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다시 시험평가 이야기로 돌아가겠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험평가는 계속 진행되었고, 그 해에는 시험평가 때문에 여러 곳을 다니면서 시험평가 임무를 수행했는데, 모두 문제없이 진행이 되었지만, 동절기 시험평가는 평가 장소 때문에 연구기관(M-SAM 연구팀)과 심각한 견해 차이가 발생했다.

 

동절기 시험평가 장소는 하절기 평가 결과를 방포사령관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강원도 대관령 부근으로 이미 결정한 상태였다. 대상지로는 처음에 두 군데가 제시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두 군데 모두 필자가 근무했던 곳(한 곳은 필자가 초급장교때 근무했던 강원도 부대, 다른 한 곳은 필자가 2차 포대장 임무를 수행했던 곳)이라 장단점을 알고 있었기에 어디가 시험평가 장소로서 적절한지 판단이 수월했고, 보고를 받은 방포사령관은 필자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동절기 시험평가 장소를 강원도 대관령 부근으로 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동절기 시험평가 장소가 어딘지를 들은 연구기관의 M-SAM 팀장은 강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 팀장의 말은 ‘왜 우리가 굳이 그렇게 추운 곳에 가서 고생을 해야 하느냐? 편한 곳에 가서 하면 안되느냐?’ 였다. 필자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과연 이 말(편한 곳에서 하자)이 국책연구기관의 팀장이 할 말인가? M-SAM 팀장이 계절 평가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른단 말인가?

 

약간의 갑론을박 끝에 그렇다면 팀장이 생각하는 대체장소가 어딘지 물어보았다. 대답은 동절기 평가의 목적에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장소(봄이나 가을 평가에나 어울릴 듯한)였다. 참으로 비겁하고 나약한 생각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시험평가단원 모두는 국가 영공방위를 위한 최고의 장비를 탄생시키기 위하여 수많은 악조건 하에서 노심초사 노력하고 있는데...

 

그때는 시험평가단 전원이 그 연구기관에 가서 다음 시험평가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필자는 그 팀장에게 분명하게 얘기했다. ‘나는 그 대체 장소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런 사고방식이라면 우리가 여기서 다음 시험평가 준비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현시간 부로 여기서 철수합니다.’

 

선임장교에게 시험평가전대로 철수를 지시하고는, 그 팀장의 상급자(00본부장으로 기억한다)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0팀장이 제안한 곳에서 동절기 평가를 한다면 그것은 동절기 시험평가 목적에 어긋납니다. (중략), 따라서 우리는 0팀장이 동절기 평가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원대복귀 하겠습니다.’ 라는 요지의 말을 남기고 시험평가전대로 복귀했다.

 

시험평가전대로 복귀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구기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시험평가팀 의견대로 강원도 대관령(이하 강원도)에서 동절기 시험평가를 진행하겠다고. (동절기 시험평가가 끝나고 한참 후에 웃음이 나오는 얘기를 들었다. 내용인즉, 처음에는 그렇게나 강원도에서의 동절기 평가를 반대하고 싫어하던 연구원들이 그곳에서 촬영한 사진(마치 시베리아 설원을 연상케 하는, 눈이 잔뜩 쌓인 곳에 배치된 장비 사진 등)을 자랑스럽게 천궁 홍보 책자에 게재한다는 것이었다. 나약하게 가기 싫다고 할 때가 언제인데...)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동절기 시험평가를 강원도에서 하게 되었는데, 시험평가단의 분위기를 보니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는 몰라도 ‘강원도 부대에서 한겨울 보내기(생존하기)’에 대하여 많은 관심(걱정)과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그곳의 겨울 추위가 유명하다고는 들었으나 막상 겪어본 사람이 없었기에 근거없는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였던 것 같다(시험평가단 인원중 강원도 부대에서 근무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필자 혼자였다). 예를 들어 겨울에 물이 없어서 콜라로 양치질하고, 눈 녹여서 세수한다, 너무 추워서 난로 불이 꺼진다는 등등의 전설이다.

 

필자도 강원도 부대에 근무하면서 선배들이 고생했다는 그런 종류의 전설은 많이 들었는데 강추위와 폭설은 맞는 얘기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면세주류 창고에 있던 소주가 얼어서 터진 경우는 봤지만, 너무 추워서 난로 불이 꺼진다는 말은 더군다나 말이 안되는 얘기이고. 실제로 콜라로 양치질을 해보시라. 그러면 그 기분이 어떤지 알 것이다.

 

그리고 눈 녹인 물로 세수를 해보시라. 북극이나 남극지방에 쌓여있는 깨끗한 눈이 아니기에 비록 산꼭대기에 쌓여있는 눈이지만 그 눈을 녹이면 불순물이 가라앉고, 그 물로 세수를 하면 피부가 약한 사람은 얼굴에 문제가 생긴다. 물론 극한 상황에서는 가용한 방법이겠지만 필자가 그곳에 근무할 때 콜라로 양치질을 한다거나 눈을 녹여서 세수해본 적은 없다.

 

그래서 필자는 시험평가단을 소집하여 ‘강원도 부대에서 한겨울 보내기(생존하기)’에 대하여 토의를 했다. 최근 10년간 그곳의 기상 자료를 바탕으로 토의를 했는데, 기상 자료를 보니 필자가 근무했던 80년대보다 많이 따뜻해짐은 물론 강설량도 많이 줄어들고 있었다. 따뜻해졌다고 표현했지만 동절기 평균 기온은 여전히 영하 10~20도 분포였다. 단지 강설량이 줄어든 것은 확실했다.

 

토의를 마치면서 필자는 시험평가단 전원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기 바란다. 80년대와 달리 지금은 고어텍스 등 좋은 재질의 동계 피복이 많이 있으니 각자 적절한 동계피복을 준비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그리고 기상자료를 보라. 80년대와는 달리 많이 따뜻해졌다. 군인이 이정도 추위를 견디지 못하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임무를 수행하겠는가?” 근거없는 소문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어서인지 시험평가단원들의 얼굴이 비교적 편안해져갔지만 여전히 추위에 대한 걱정은 남는듯 했다.

 

한편, 동절기 평가에 앞서서 필자와 몇몇 시험평가단 인원은 정말 낮은 온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 낮은 온도는 필자로서도 처음이었고 그런 낮은 온도를 체험하면서 알래스카나 시베리아 평원의 추위가 이정도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동절기 평가요소 중 중요한 항목중 하나는 ‘최저 온도’에서 각종 장비의 작동 이상 유무를 살피는 것인데, 이 최저 온도는 강원도 부대에서 시행할 수 있는 온도의 범위를 초과하기에 이 평가는 국내 모처(某處)에 있는 시험 시설에서 평가를 했다.

 

이때 연구원과 방산업체 인원들은 모두들 두툼한 겨울용 외투를 입고 들어갔고, 필자와 시험평가단 인원 몇몇은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전투복 위에 야전 상의만 입고 그 장소에 들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 행동은 만용(蠻勇)이었다(다른 연구원들과 같이 겨울용 외투를 입고 들어갔어야 했다).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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