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66)] 시험평가단장④ 표적에 명중한 '천궁'

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2.03.18 10:30 ㅣ 수정 : 2022.03.18 10:30

사격 실패 때 실망한 연구원들에게는 포대장 시절 '실패담'으로 위로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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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처음 시험시설에 들어갈 때는 시원함을 느끼면서(그 당시 외부 온도는 아직 한여름인지라 꽤 더웠다) 이정도 쯤이야 하고 자신만만하게 서 있었고, 최저 온도라는 것이 얼마나 추운지 경험해보고 싶었다.

 

처음에 영하 10도 정도까지는 한기를 느끼는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온도가 내려갈수록 몸 상태가 조금씩 이상해짐을 느꼈고, 그 시험시설 내의 온도가 영하 30도를 넘어서 40도에 가까워지자 호흡이 부자연스러워지며 가슴이 답답해옴을 느꼈다.

 

초급장교때 강원도 부대에서 체감온도 영하 55도를 겪었지만 그때는 그래도 입을 수 있는 옷은 모두 입은 상태였고, 비록 춥기는 했지만 호흡 이상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얇은 전투복에 야전상의 하나만 걸친 상태였고, 영하 40도를 전후한 이런 낮은 온도는 처음 겪어 보기에 몸 상태가 비정상적임을 느끼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도가 영하 50도를 향해 점점 더 내려가면서 필자와 시험평가팀 몇몇은 서로 쳐다보고는 거의 동시에 밖으로 나왔다. 아마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더 버티다가는 안되겠다.’

 

시험시설 밖에서 유리창을 통해 지켜보던 다른 연구원들은 우리를 보면서 “역시 체력과 군인정신이 투철하시네요. 그 복장에 그 정도 온도까지 버티고 나오니.....”. 우리는 그 말에 그저 미소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따뜻한(?) 햇빛 아래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해당 장비에 대한 시험평가는 무난하게 마쳤다.)

 

계절 평가와는 별도로 여러 차례의 실사격 평가가 있었다. 시험평가단 모두는 연구원들 이상으로 실사격이 성공적으로 진행이 되어서 빠른 시간 내에 호크 후속 무기로서 천궁을 운용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사격 평가는 시험평가 기간 중에 수차례 실시되었다. 사격이 성공하기도 했고, 실패하기도 했는데, 첫 실사격은 성공적이었다. 첫 사격 당일, 시험평가단 인원들은 각 담당 장비에서 장비 이상유무를 확인하였고, 사격 준비 완료 상태를 확인한 필자는 선임장교와 함께 사격 통제소에 위치했다.

 

필자는 그동안 호크 포대장과 대대장을 거치면서 유도탄 실사격을 여러 번 경험했고, 사격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겪어 보았기에 시험평가를 위한 유도탄 실사격은 비교적 마음 편하게 참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시험평가를 위한 사격이더라도 그 느낌(팽팽한 긴장감)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즉, 필자가 시험평가단장 입장으로 사격장 통제소에 앉아 있었지만 실제 사격을 실시하는 연구원과 방산업체 인원들의 심적인 긴장과 고통은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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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Ⅱ가 유도탄을 발사해 표적기를 요격하는 장면을 합성한 모습. [사진=방사청

 

사격 통제소안에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표적기가 이륙하였고, 천궁의 레이다는 표적을 정상적으로 탐지, 추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표적기가 사격 구역에 다가오면서 각 장비별로 최종 보고가 들어온다. “00 장비 이상무!”, “△△ 장비 이상무!”. 표적기가 사격 구역에 진입하였고, 통제소에서는 발사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유도탄 발사! 당시 통제소 안에서는 원격 카메라로 발사대를 지켜보고 있어서 유도탄이 발사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고, 각종 계측기로 유도탄이 표적에 다가가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다. 유도탄의 비행 궤적을 지켜보는데 느낌이 좋았다. 유도탄은 정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비행하였고 잠시 후 표적에 명중하였다.

 

시험평가단과 연구소, 방산업체 관련자들은 모두들 환호하면서 박수를 쳤다. 국내 개발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인 천궁이 전력화에 한걸음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위 사진 참조. 천궁 II와 천궁 기본형 발사대는 모두 수직발사 방식이다.)

 

이후 여러 차례의 사격 평가가 있었는데, 한번은 사격에 실패를 하였다. 구체적인 실패 원인은 그날 오후에 대략적으로 추측이 되었고, 며칠 후에 원인 및 대책이 강구되었다. 차후 사격은 이상없이 진행되었으나, 사격이 실패했던 그날 연구소와 방산업체 인원들의 사기는 말이 아니었다.

 

필자 역시 1차 포대장때의 사격 실패 경험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그들의 기분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고, 그들의 일그러진 얼굴은 필자의 포대가 사격 실패 했을 때 포대 간부들의 참담했던 얼굴과 유사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고나 할까. 그날 사격 일정을 마치고 연구원들과 차 한잔할 시간이 있었고, 이때 필자는 연구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취지로 얘기하면서 격려하였다. ‘나도 유도탄 포대장 시절에 사격 실패를 경험했다.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는 말도 있듯이 오늘 사격실패에 너무 실망하지 말고 심기일전하여 다음 사격은 꼭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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