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67)] 시험평가단장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2.03.28 06:10 ㅣ 수정 : 2022.03.28 06:10

체인 치면서 '천궁' 수송, 눈 길 등판능력은 ‘만족’으로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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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예비역 공군 준장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다시 동절기 평가로 돌아가겠다. 여러 가지 시험평가를 수행하는 동안 어느덧 시간은 흘러 11월 중순이 다가왔고 시험평가 관련 모든 인원들은 천궁 장비를 가지고 강원도 부대로 갈 준비를 하였다. 강원도 부대는 이미 동절기에 접어든지 오래되었고, 강원도 부대로 접근하는 산길은 눈이 덮여 있었다.

 

필자는 강원도 부대로 전 장비를 이동하기에 앞서 시험평가단과 연구소 인원 등 시험평가 관련 전 인원을 대상으로 동절기 평가전 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서는 동절기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요소를 사전에 식별하고, 효율적인 시험평가를 위해서 임무분담 내용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얼마 전에 실시한 바 있는 ‘강원도 부대에서 한겨울 보내기’에 대하여도 간단하게 토론을 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름철 더위보다는 산간벽지에서의 겨울철 추위에 대하여 많은 걱정을 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 회의에서는 동절기 평가의 주요소인 장비 점검 내용(방법) 이외에도 눈길 위에서 차량 운행전 바퀴에 체인 치는 방법 등 기본적인 동절기 차량 운행 방법부터 혹한, 폭설, 강풍시의 개인 안전과 시험평가 장비 관리 요령 등 겨울철 악조건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경우의 수에 대하여 토의하고 연구했다. 하절기 평가에 비하여 준비할 것이 상당히 증가되었음이 식별되었다.

 

시간은 흘러 시험평가 관련 전 인원은 천궁 장비를 가지고 강원도 부대로 향했다. 과거와 달리 부대로 접근하는 도로는 어느 정도까지는 포장이 되어 있었고, 나머지는 비포장 도로였다. 포장도로는 웬만큼 제설작업이 되어 있어서 체인을 장착하지 않고도 차량 운행을 할 수 있었으나 비포장 도로에 근접하면서 눈이 쌓여 있었다. 모두들 차에서 내려 각자의 차량에 체인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인원이 겨울철에 차량 체인 장착하는 것을 처음 해보는 듯, 숙달되면 5분이면 할 수 있는 것을 첫날은 전체 차량에 체인을 장착하는데 30분 이상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도 그들과 같이 체인을 치면서 약 30여 년 전에 이곳에서 생활하던 때가 생각났다. 눈길을 헤치면서 부대로 향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간은 많이 흘렀으나 겨울철의 삭막한 주변 경관은 그대로였다.

 

동절기 평가 항목 중에 ‘눈 쌓인 도로에서의 등판능력을 점검하는 항목’이 있었다. 부대까지 가는 경사진 작전도로를 무사히 통과하면 그 항목은 만족하는 것이었는데, 각각의 장비를 적재한 차량의 운전사들은 극도의 긴장 속에 산악지형의 눈길 위에서 차량을 운전하였고, 전 장비는 무사히 부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시작이 좋았다. 눈 쌓인 도로에서의 등판능력은 ‘만족’으로 통과되었다.

 

부대 위병소를 통과한 후, 시험평가단과 연구소 인원들은 사전에 지정한 위치에 장비 설치를 시작했고,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지난 몇 달간 다루어 왔던 각종 장비를 일사불란하게 설치하였다. 비록 그동안 시험평가단과 연구소 인원들 간에 치열한 논쟁과 이견이 있었으나 그들은 어느새 한 팀이 되어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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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속에서 시험평가 중인 레이다. 차량과 레이다 위에 얼어붙은 서리가 당시의 추위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동절기 평가시에 가장 고통을 겪은 인원들은 발사대 담당 인원들이었을 것이다. 사격통제소와 레이다 등의 담당자들은 통제소나 레이다 쉘터 안에서 장비를 점검하면서 그나마 추위를 피할 수 있었지만, 발사대만큼은 지속적으로 외부에서 점검을 진행해야 했다.

 

아무리 두툼한 동계 복장을 갖추고 작업을 하더라도 외부의 추위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온몸이 꽁꽁 얼 정도였고, 따라서 발사대 담당 인원들은 주기적으로 실내에 들어와서 몸을 녹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밝은 표정으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다. 정말 충성스럽고 훌륭한 시험평가단 인원들이었다(물론 연구소와 방산업체 인원들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혹한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동절기 평가는 안전하게 잘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2월 초의 어느 날, 방포사령관에게서 필자에게 차기 보직 의향을 묻는 전화가 왔다. 시험평가가 종료될 때까지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러나 시험평가도 이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기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내가 없어도 선임장교를 중심으로 나머지 시험평가는 잘 해낼수 있다는 판단이 들자, 사령관에게 연말에 시험평가단장을 마치고 다른 보직으로 옮기고 싶다고 보고했다. 며칠 후 방포사에서 차기 보직 관련하여 연락이 왔다. 합동참모본부 방공작전과장으로 가게 된 것이다.

 

연말을 며칠 앞두고 필자는 그동안 정들었던 시험평가단 인원들과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며 이별의 시간을 가졌다. 생사고락까지는 아니지만 약 9개월 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많은 일들을 겪은 시험평가단 인원들하고 헤어지기가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 언젠가 또 만날 것을 기약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그리고 시험평가단 인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요지의 훈시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동안 대단히 수고 많았고, 잘 따라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지난 9개월 동안 여러분들이 있어서 행복했다. 마무리를 잘 해주기 바란다.” (천궁 시험평가는 그 다음해 전반기에 종료되었고, 시험평가 기간중에 식별된 각종 문제점은 잘 수정이 되어서 지금은 성공적으로 전력화되어 운영중에 있다.)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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