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투기자본 먹잇감' 만드는 상속세율 뻔뻔스럽다

김민구 기자 입력 : 2022.05.09 01:00 ㅣ 수정 : 2022.05.09 01:00

‘거위 깃털 뽑기’처럼 납세자 타격 적어야 국가 경제 발전
공산주의 중국마저 한국 상속세에 놀라 혀 내둘러
복지국가 스웨덴-노르웨이 등 15개국, 상속세 아예 없어
한국 상속세 ‘약탈적’ 성격 담아...세계 최고 수준 ‘불명예’
한국 기업 3대 승계 땐 경영권 박탈 위기
일본, 수백 수천년 넘는 장수기업 수두룩
세계 흐름에 뒤떨어진 한국 상속세율, 尹 정부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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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민구 산업부장]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17세기로 돌아가 보자.

 

프랑스 부르봉왕조의 왕 루이 14세는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프랑스 경제를 번영의 길로 이끌었다. 루이 14세의 위업 뒤에는 당시 재무장관 장 바티스트 콜베르(Jean-Baptiste Colbert)가 있었다.

 

콜베르는 세제 정책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지녔다. 그는 “세금 징수기법은 거위가 비명을 최소한 덜 지르게 하면서 최대한 많은 양의 깃털을 뽑는 것(the art of taxation consists in so plucking the goose as to obtain the largest possible amount of feathers with the smallest possible amount of hissing)”이라고 설파했다.

 

경제학에서 흔히 말하는 ‘거위 깃털 뽑기(Plucking the geese)’ 이론이다. 이는 거위 깃털(세금)을 뽑더라도 거위(납세자)가 아프지 않게 해야 국가가 성장할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거위 깃털 뽑기는 정부의 혹독한 세정에 대한 우려를 지적한 대목이기도 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를 뒤돌아보면 국민에게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는 ‘가렴주구(苛斂誅求)’는 결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세금에 대한 국민의 조세저항은 반란, 폭동, 심지어 정권교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과중한 세금 부과에 반발해 식민지 미국이 일으킨 ‘보스턴 티 파티 사건’은 미국 독립전쟁의 기폭제가 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지 않았나.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얼마 전 몇몇 중국 매체는 한국의 세제 정책을 다루며 한국 상속세를 집중 조명했다. 

 

공산주의 국가이지만 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한 중국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산과 관련해 삼성이 한국 역대 최대 규모인 12조 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소식에 이해할 수 없다는 논조를 내놨다. 해외 화제가 된 국내 상속세는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가 아닌 공산주의 중국이 한국 세제 정책에 혀를 내두르는 보도를 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치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밖으로 눈을 돌려 주요국 상속세율을 살펴보면 프랑스 45%, 미국 40%, 독일 30% 등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여기는 북유럽 선진국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15개국은 심지어 상속세가 아예 없다. 이런 나라에서 100년이 넘는 장수기업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속세율이 60%가 넘는다. 세율만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지분 100%를 물려받은 우리 기업인이 상속세 60%를 내면 지분이 40%로 줄어든다. 그 다음 세대에서 남은 지분 40%에 또 한 번 60%의 상속세를 내면 최초 지분의 16%만 남는다. 한번 더해 기업이 3대째 상속하면 지분이 6.4%로 급감한다. 지분이 한 자릿수로 추락하면 회사 경영권은 냉혹한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이 정도면 가업승계를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이 없지 않나.

 

밀폐용기 제조 국내 1위 기업 ‘락앤락’, 손톱깎이 생산 세계 1위 업체 ‘쓰리세븐’, 국내 1위 가구업체 한샘 등이 ‘약탈적 상속세’에 대대로 이어진 가업을 포기하고 눈물을 흘리며 기업을 팔아치우는 신세가 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상속세 폭탄’을 이기지 못해 2·3세 경영인들이 가업으로 이어갈 회사 경영을 포기하고 시장에 회사를 매물로 내놓는 모습은 그저 참담할 따름이다. 

 

터무니없이 높은 상속세율에 애써 키운 기업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못할 정책을 쏟아내고 정부 당국은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100년 기업’ 타령만 되풀이하고 있다. 코미디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치경제학자 아담 스미스가 1776년 저서 '국부론(Wealth of Nations)‘에서 '세제는 예측할 수 있고 편익을 주며 효율적이어야 한다(taxation should be predictable, convenient, and efficient)'고 설파했지만 246년이 훨씬 지난 한국에는 마이동풍이다.

 

한국 기업이 이해하기 힘든 상속세 폭탄을 맞아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선진국에는 100년이 훨씬 넘은 장수기업이 넘쳐난다.

 

올해 창립 119년을 맞은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를 비롯해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 가전업체 일렉트룩스, 통신기업 에릭손 등을 거느린 스웨덴 최대기업 발렌베리가 창사 166년을 맞는다. 올해 149년 생일을 맞은 네덜란드 맥주업체 하이네켄은 전 세계 주류시장에서 여전히 위용을 떨치고 있다.

 

전 세계 장수기업 리스트를 살펴보면 포드, 발렌베리, 하이네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200년이 넘는 세계 장수기업이 무려 7000개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 일본만 봐도 서기 578년에 설립해 올해 1444년이 된 건축회사 콘고구미(金剛組)를 비롯해 1630년에 문을 연 간장업체 ‘기코만’, 제조업체 ‘스미토모’ 등 수 백년이 넘어 수 천년에 이르는 장수기업이 수두룩하다. 세계 기업사는 이렇게 유구하다.

 

그러나 창업 100년이 넘는 기업이 고작 9곳에 불과한 우리의 모습은 초라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을 예측하기 힘든 기업환경에서 100년을 훌쩍 뛰어넘는 장수기업의 출현은 박수받을 일이다.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역설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처럼 기업이 100년 이상 이어지려면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일궈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수많은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국가 경제발전을 돕는 장수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 기업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당국이 충분한 자양분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정부와 사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다른 나라 기업 관련 조항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우리 기업에 불리한 갈라파고스 규제가 있다면 머뭇거리지 않고 이를 없애는 게 상식이다. 징세 역시 감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전 세계가 기업에 각종 세제 혜택을 내놓으며 고용 창출과 국가 경제발전의 주역이 되도록 격려하고 있지만 한국 조세 토양은 척박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의 조세 정책은 콜베르의 경구(警句)를 애써 외면하고 거꾸로 달리고 있다.

 

혀를 내두를 만한 한국의 살인적인 상속세가 성공한 기업을 증오하는 삐뚤어진 정서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 하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 승계까지 막는 현행 상속세율이 이어진다면 국내 기업이 세계 최악의 세금을 피해 해외로 나가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정부 당국이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상속세 폭탄을 떨어뜨린 채 기업에 고용 창출의 화수분이 되어 달라며 읊조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징벌적 상속세 폭탄’의 공은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코트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뿌리 깊은 반(反)기업 정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차기 정부가 어떤 기업 친화적 정책으로 국가 경제를 다시 성장궤도에 올려놓을지 국민과 재계는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우리나라가 ‘콜베르의 교훈’을 이제 좀 깨달을 때도 되지 않았나.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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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동 2022.05.09 15:05

200%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상속세 폐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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