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한국 가전제품 ‘배리어 프리’ 어디까지 왔나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5.11 13:00 ㅣ 수정 : 2022.05.12 07:57

가전업계, 장애인의 접근성 확대하는 방안 모색중...ESG경영의 일환
삼성전자, 제품 기획단계 부터 장애인 불편함 없애는 디자인과 원칙 마련
삼성전자, 3년 연속 '시각·청각 장애인용 TV' 공급자로 선정되는 영예 안아
LG전자, 국내 가전업계 최초로 장애인소비자연합과 손잡고 MOU체결
LG전자, 가전제품 개발부터 장애인 참여하는 '프로슈머 마케팅' 눈길
가전업계 '친(親)장애인 제품' 의무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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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나날이 발전하는 가전제품은 우리 일상을 한층 편리하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그 편리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장애인이다. 일반 가전제품이 거의 대부분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제품 편의성은 계속 향상되지만 장애인들의 불편함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장애인, 고령자가 가전제품을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도록 규정한 ‘가전제품 여닫음 장치 접근성에 관한 기준’을 국제표준안으로 승인했다. 이는 내노라 하는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여러 중소·중견 가전업체가 함께 참여해 개발한 기준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각종 제품군에서 장애인의 접근성(Accessibility) 확대를 위한 대안을 다각도로 고민 중이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 경영 트렌드인 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는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사회적 운동 '배리어 프리(barrier-free)'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가전제품의 '배리어프리(barrier-free)'는 어디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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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3년 연속 시각·청각 장애인용 TV를 무료 보급 공급자로 선정됐다. [사진 = 삼성전자]

 

■ 삼성전자 “모두를 위한, 차별 없는” 기술혁신에 앞장 서 

 

삼성전자는 장애가 있는 사용자를 포함한 모든 소비자가 동등하고 편리하게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 혁신을 추구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어떤 사용자도 제품을 사용하는데 신체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소외되지 않도록 제품 기획부터 개발, 검증까지 모든 단계에서 장애를 가진 사용자의 유형별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체계화한 디자인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사회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때로는 약자 입장을 직접 체험하며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패밀리허브 냉장고, 무풍 에어컨, 플렉스워시 세탁기 등 가전에 ‘빅스비(Bixby)’ 음성인식 기능을 적용해 장애인 접근성을 높였다. 특히 가전제품이 출시된 이후에도 장애인들의 제품 사용에 따른 피드백을 받아 제품 기능별 소리를 바꾸거나 개선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이다.

 

삼성 플렉스워시 세탁기 개발 과정에서 테스트에 참여했던 한 시각장애인은 “누군가에겐 일상이지만 나에겐 처음으로 빨래를 해보는 기회였다"며 "가족을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는 심정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또 TV 제품에 고대비를 적용한 화면 배경과 글자, TV와 리모컨의 음성 설명 기능 등을 앞장서서 도입해 왔다. 또한 장애자 시력 정도에 따른 TV 화면 메뉴 색상 변환 기능 △글자·배경 검정·흰색 반전 기능 △TV 자막 위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기능 등도 적용했다. 

 

무엇보다 세계 약 3억명에 이르는 색맹 시청자를 위해 색맹 진단 후 결과에 맞춰 온전한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최적화된 화질을 보여주는 ‘씨컬러스(SeeColors)’ 앱 개발에도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저소득층 시각·청각 장애인의 방송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각·청각 장애인용 TV를 무료로 보급하는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2020년, 2021년에 이어 올해도 3년 연속 공급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채널 정보 배너 장애인방송 유형 안내를 비롯해 △폐쇄 자막 글씨체 변경 △높은 음량 안내 기능이 추가된 40형 TV 1만5000대를 시각·청각 장애인에게 공급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TV는 그동안 장애인 접근성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향후 누구나 제약 없이 제품과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사람이 중심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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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지난해 5월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과 제품 접근성 향상을 위한 장애인 자문잔 운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 LG전자] 

 

■ LG전자, 장애인이 제품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프로슈머 마케팅' 두드러져

 

LG전자는 2020년 4월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과 LG전자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매뉴얼 제작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과 손을 잡고 관련  MOU를 체결한 것은 국내 가전회사 가운데 LG전자가 최초다.

 

LG전자는 새롭게 만든 매뉴얼을 기반으로 올해초 원보디 세탁건조기 트롬 워시타워에 음성 매뉴얼 기능을 탑재했다. 이는 시각장애인이 세탁기 문을 여는 방향, 버튼 위치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제품 조작 버튼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점자로 만든 스티커도 부착했다. 

 

이 밖에 LG전자는 TV 부문에서 장애 유형을 구분하고 각 유형에 적합한 TV 접근성 기술 개발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가전제품 개발단계부터 장애인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이른바 '프로슈머(Prosumer)'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프로슈머는 제품을 개발할 때 소비자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뜻한다.

 

LG전자는 지난해 5월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이 선정한 장애인 접근성 전문가 7명, 시각·청각·지체장애를 가진 평가단 6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장애인 접근성 자문단’을 발족했다. 이들은 LG전자와 함께 가전제품의 접근성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를 만들어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용자가 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하는 접근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LG전자 가전제품을 체험하고 소비자로서 느끼는 불편함을 접근성 전문가와 공유해 지표 개발에 도움을 준다. 이후 만들어진 지표를 활용해 LG전자 가전제품의 사용 편리성을 평가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장애인 접근성을 향상해 모든 소비자들이 LG전자 가전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애인 가전제품 접근성에 대한 국내 기업의 관심은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개선 요구사항을 전달하면 대부분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회 관계자는 “장애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실시하면 여전히 불편함이 많다는 의견이 상당수”라며 “그나마 LG전자에서 자문단을 구성해 장애 당사자 의견을 반영하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은 사실상 그런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기술 역량 부족이 아닌 관심 부족의 문제”라며 “예를 들어 문을 바깥으로 당기기 어려운 신체장애인들을 고려해 버튼식 혹은 페달식으로 바꾸는 방법을 고민하고 이를 충분히 개발할 수도 있다"며 "그런 세세한 관심이 국내 가전업계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에서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일부 전자제품에는 장애인을 위한 친(親)장애인 제품이 의무적으로 개발될 필요성이 있다”며 “장애인 소비자를 단순히 배려하는 차원이 아닌 한 명의 소비자로 여기고 그들을 위한 제품을 생산하는 게 기업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은 이제 기업들의 사회공헌(CSR) 대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업이 ESG 경영을 실천할 때 장애인 접근성은 거스를 수 없는 핵심 요건으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장애인을 일반 소비자 집단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수요를 충족하는 다양한 제품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업들이 더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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