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악화일로’ 韓-日 경제협력 尹정부서 회복 물꼬 튼다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5.13 13:00 ㅣ 수정 : 2022.05.13 13:00

한·일 관계 개선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분위기 팽배
코로나19 창궐로 양국 정치 분쟁이 경제 갈등으로 이어져
재계,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양국 경제협력 기대 심리 커
위안부 피해 등 정치적 이슈에 매몰되지 않고 경제현안으로 물꼬 터야
6.1 지방선거 이후 한일 관계 개선 위한 구체적 움직임 있을 듯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지난 11일 한일의원연맹 일본 의원단 만난 윤석열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문재인 정부의 5년 마침표를 찍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본격적인 첫걸음을 뗐다.  

지난 10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경제단체장, 유명 벤처기업 경영인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역대 대통령 취임식 가운데 가장 많은 기업인들이 초청됐으며 특히 기업인 자리가 비교적 단상 앞에 마련돼 더욱 주목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친시장’, ‘친기업’ 기조가 고스란히 반영된 행보인 셈이다. 

 

덩달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협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다소 냉담했던 지난 정권과는 다르게 ‘한·일 관계 개선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며  윤석열 정부 또한 ‘한·일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여 단순히 기대에만 그치진 않을 전망이다.  

 

image
지난해 6월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양대노총과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강제징용 소송 각하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연합뉴스]

 

■한·일 정치·외교 분쟁, 경제 관계에도 악영향

 

최근 몇년 한국과 일본 간 교역량은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2019년 전후 2년간 수출·수입 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2019~2020년 한국과 일본 교역액은 1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의 교역액은 6.3% 증가했으며 한국 주요 교역국 유럽연합(EU)과 중국은 각각 4.8%, 4.7%씩 감소했다. 한·일 교역액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큰 셈이다.

 

한·일 양국 간 직접투자도 미진했다. 한국의 제조업 부문 해외직접투자(ODI) 순투자액은 2017~2018년 217억달러에서 2019~2020년 279억달러로 28.6%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의 일본에 대한 직접투자는 1억6800만달러에서 1억2500만달러로 25.6%로 크게 줄었다.

 

일본은 제조업 부문의 해외직접투자(FDI) 순투자액은 2017~2018년 12조6000억엔에서 2019~2020년 18조6000억엔으로 47.8%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의 직접투자는 같은 기간 5786억엔에서 2194억엔으로 62.1% 줄었다.

 

이 같은 원인으로는 한국과 일본 간 정치․외교 분쟁을 꼽을 수 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감안하더라도 양국 간 교역 위축은 유독 크게 나타나 정치․외교 분쟁이 경제 갈등으로 옮겨지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추 실장은 “악화된 한·일 관계가 양국 경제 모두에 피해를 주고 있어 한·일 정부는 조속한 관계 정상화 노력으로 경제적 악영향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age
지난 11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한의원연맹 대표단을 초대해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 대한상공회의소]

 

■ 꽁꽁 언 한·일 경제협력, 봄눈 녹듯 녹아내릴까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지난 11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한의원연맹 대표단을 초대해 여의도 63빌딩에서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자리에 오르며 일본상공회의소 측에 한·일간 교류를 강화하자는 취지의 서한을 발 빠르게 전달할 만큼 한·일 양국의 경제협력 회복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간담회에서 참석한 최 회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양국 경제계 차원의 협력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으며 2018년부터 중단된 한일 상의회장단 회의를 재개할 예정”이라며 “경제계 차원의 작은 걸음이 양국 협력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일본상의 설립 100주년에 맞춰 다음 달 일본 방문도 계획 중이다. 

 

같은 날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도 롯데호텔에서 일한의원연맹 회장, 일한친선협회 중앙회 회장 등 일본 측 대표단과 정세균 전(前) 국무총리, 경총 회장단, 한일의원연맹 등 한·일 정재계 인사 33명이 참석한 가운데 ‘방한 일본 대표단 환영만찬’을 진행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이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한·일 양국에게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한·일 관계 회복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이어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쌓아온 상호 신뢰와 경제협력 관계를 빠르게 회복해 산적한 세계적 현안에 대응하고 첨단기술 개발, 에너지 전환, 기후변화 해결에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상의가 지난해 말 국내 수출입 기업 202곳을 대상으로 양국 간 경제협력 필요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92.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개선 전망에 대해 ‘현재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란 답변이 80.7%로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 4월 국내 기업 327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새 정부 출범 후 한일 관계 전망’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5.3%가 ‘한·일 관계가 개선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는 재계가 한·일 경제협력 회복에 있어 윤석열 정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재계 기대에 부응하듯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관계 회복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와 만나 “한·일 관계는 미래지향적으로 반드시 개선돼야 하며 과거처럼 우호적인 관계로 빠르게 복원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양측 모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국 정치지도자, 관료, 국민들이 강력한 힘으로 한·일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밀어붙인다면 대화를 통해 잘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image
[사진 = 연합뉴스]

 

■ ‘급할수록 돌아가라’…점진적인 회복 이뤄져야

 

한·일 관계 전문가는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양국 사이에 급진적인 변화가 발생하긴 어렵다고 진단한다.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경제 현안으로 물꼬를 트는 한편 양국 자국민의 민심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한·일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대해 한국과 일본 모두 동의하지만 위안부 피해, 강제징용 피해, 독도 등 역사적 문제가 얽혀있어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금방 진전되기는 어렵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 양국 관계 회복에 대해 일본은 한국 측이 모두 해결해 달라는 입장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파견했던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은 방일 당시 일본 측도 양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 기존에 유지해오던 갈등을 당분간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그는 “한국도 일본도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어 관계 회복은 이뤄져야 맞다”면서도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피해 등은 외교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경제적 관계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는 문재인 정권이나 윤석열 정권 모두 마찬가지다"라며 "이를 완전히 분리해 생각하는 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 이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호사카 교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 정부가 많이 양보하는 모습이 내비칠 경우 지지율이 하락할 수 있어 이를 우려해 일본 협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지방선거 이후 한·일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호사카 교수는 접근성이 높은 경제 현안부터 점진적인 관계 회복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갑자기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하면 양국 국민의 반발을 살 수 있어 코로나19 입국 제한 등 양국 국민의 반발을 사지 않는 수준 정도를 시작으로 차차 수출 규제 완화까지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에서도 그런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