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에 회장 동문까지...’ 금융사, 학연·지연 얽힌 사외이사 허점 여전

최병춘 기자 입력 : 2022.08.16 07:24 ㅣ 수정 : 2022.08.16 07:24

경제개혁연구소 “금융사 독립성 의심 사외이사 97명 달해”
교보, 다우키움, 농협 등 검증 필요한 사외이사 비중이 높아
금융사 이사회 부결 사례 찾기 힘들어...사외이사 거수기 비판
사외이사 정보 공개 공시 강화 등 관련 규제 개선 요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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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금융회사 사외이사에 상당수가 대주주나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인물이 다수 포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 경영이 드문 금융권도 경영진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회사 결정을 거드는 ‘거수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사외이사의 정보 공시 강화 등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사에서 고위공직자 출신이거나 학연이나 친분이 있어 독립성 검증이 필요한 사외이사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금융회사 사외이사 분석(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금융회사 103개 사의 현재(5월 31일 기준) 사외이사 431명의 경력을 ▲고위공직자 및 금융관련 연구원 출신 ▲이해관계 ▲학연 및 친분 등 3가지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독립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외이사는 총 97명으로 22.5%의 비중을 차지했다.

 

■ 금융사, 독립성 의심 사외이사 전체 22%

 

이 중 고위공직자 및 금융관련 연구원 출신은 30명,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53명, 학연 등 친분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외이사는 18명이었다. 

 

그룹별로 보면 교보생명(53.8%), 다우키움(46.7%), 태광(43.8%), 농협(41.2%) 순으로 독립성 검증이 필요한 사외이사 비중이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금융회사 고위공직자 등 출신 사외이사(30명) 중에는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인 사외이사(10명)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법원·검찰 출신(9명)이 많았다. 법원 출신은 서기석(신한은행)‧조용호(농협은행) 전 헌법재판관, 이강원 전 부산고등법원장(하나금융지주), 김용대 전 서울가정법원장(유진증권) 등이고, 검사 출신은 이영주 전 춘천지검장(KB캐피탈/교보생명 겸직), 박민표 전 대검 강력부장(NH투자증권), 이석환 전 광주고검 차장검사(키움증권), 이영렬 전 부산고검 차장검사(OK저축은행) 등이 민간 금융사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경제부처 출신 중에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기획재정부 장관인 유일호 전 장관이 삼성생명,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은 카카오뱅크의 사외이사로 올해 선임됐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21년부터 삼성증권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회사와 법률적 인연이 있는 사외이사도 많다. 전북은행 서문용채 이사는 금융감독원 국장 출신으로 2014년부터 법무법인 지평 고문으로 재직 중인데, 법무법인 지평이 2020년 전북은행에 자문을 제공한 바 있다.

 

신한저축은행의 주완 이사는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인데, 김앤장은 최근 신한은행-KT 주식 상호 취득 거래를 비롯해 신한금융 계열회사들에 자문을 다수 제공한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 권숙교 이사는 하나은행과 자문 거래 관계가 있는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농협그룹은 지주회사 및 자회사와 거래 관계가 있는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2명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김앤장은 현재 개인정보 유출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농협은행을 대리하고 있고, 2019년에는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이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도 진행한 바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 이혜민 이사(김앤장 고문)에 이어 김앤장의 이종백 변호사가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종백 이사는 6년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으로 활동한 바도 있다.

 

태광그룹의 경우 예가람저축은행 김태경 이사는 법무법인 광장 회계사로 재직 중인데, 광장은 지배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이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제출로 공정위 조사를 받을 당시 이호진 회장을 대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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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회장님 동문 등 인연 깊은 사외이사, 계열사 회전문 인사도 반복  

 

금융사 대주주나 경영진과 학연이나 지연으로 얽힌 사외이사도 상당수 확인됐다.

 

BNK저축은행의 정연철 이사는 부산상고 출신으로 지난 2021년 사외이사 선임 당시의 성명환 전 BNK저축은행 대표이사가 부산상고 2년 후배다. BNK금융지주의 김지완 회장과 이두호 기타비상무이사도 부산상고 출신이다. DGB금융지주 조강래 이사는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의 경북고 1년 후배다. 

 

KB금융그룹에서는 KB자산운용 박수원 이사는 지주회사 윤종규 회장의 대학 1년 후배, 푸르덴셜생명보험 최진안 이사는 윤종규 회장의 광주상고 동기다. 

 

우리금융그룹에서는 우리금융지주 송수영 사외이사가 회사와 거래관계가 있는 법무법인 세종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우리은행 김준호 이사는 2020년부터 법무법인 율촌 고문으로 재직 중인데, 법무법인 율촌은 우리은행의 통상임금 소송과 세금소송을 대리한 바 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공주사대부고 1년 선배이기도 하다. 

 

하나은행 배수일 이사는 박성호 대표이사의 대학 동기고 농협은행 안현실 이사는 지주회사 손병환 회장의 진주고 동기다. 

 

다우키움그룹 사외이사 중에는 지배주주인 김익래 회장과 학연이 있는 이사들이 다수 있다. 키움증권 김재식 이사와 키움예스저축은행 박기환 이사는 김익래 회장과 고교 동기이고, 키움투자자산운용 진동수 이사도 김익래 회장의 고교 2년 선배다. 미래에셋그룹에서는 미래에셋캐피탈 정석구 이사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고교 1년 선배로 학연이 있다. 

 

동종업 또는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431명의 사외이사 중 66명(15.3%)이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 겸직(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이 3명, 기타 금융회사 사외이사 겸직이 13명이고, 나머지 47명은 비금융회사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분석대상 사외이사 431명 중 53명이 계열회사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NK금융그룹이 25명 중 11명(44.0%)으로 가장 많고, DGB금융그룹이 19명 중 5명이 이에 해당됐다. 기업집단 중에서는 다우키움 그룹(15명 중 4명)과 태광그룹(16명 중 5명)이 계열회사 간 사외이사 이동이 많았다.

 

■ 거수기 비판 지속, 정보 공시 강화 등 제도 개선 필요

 

금융사의 사외이사 독립성 논란은 줄곧 제기돼왔다. 특히 이사회 안건에 찬성 일색으로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실제 주요 금융지주 중심으로 살펴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처리한 결의안건 총 1155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한 건도 없었다. 보류 표결로 통과되지 못한 소수 안건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사회 참석 인원 전원의 만장일치 찬성표로 가결됐다. 반대표는 전체 안건 가운데 7건(0.6%)에 불과했다. 

 

BNK‧JB‧DGB 등 지방금융지주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이들 3곳 금융지주 이사회 안건 중 지난 3년간 부결된 건은 BNK금융에서 지난 2020년 7월 진행된 ‘퇴임경영진 보수지급 관한사항’ 안건(반대 5표)이 유일하다.

 

이번에 독립성 지적을 많이 받았던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 3년간 기권표 4건(2019년)만 있었을 뿐 모두 찬성표로 이사회 안건이 가결됐다. 키움증권도 이사진 불참 3건만 있을 뿐 반대표를 찾아볼 수 없다. 농협금융지주만 지난 2021년 9월 상정된 ‘농협네트웍스와의 유튜브 운영 관련 용역거래 승인(안)’이 이사회 전원 반대표를 던져 부결된 사례가 1건 있을 뿐이다. 

 

보고서는 “금융회사 사외이사들의 전문성‧독립성을 확보하고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비상장 회사들을 포함해 자격 규정과 공시의무가 강화됐지만, 고위공직자 출신이나 계열회사 전직 임원 등 이해관계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관행은 여전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회사들은 지배구조보고서에 사외이사의 경력이나 자격 검증 내용, 사외이사 후보 제안자와 추천 경로 등을 공시하도록 되어 있으나, 공시된 내용을 살펴보면 형식적인 내용들로 채워진 경우가 많아 실질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사외이사의 자격과 이사회의 역할 강화를 목적으로 금융사 지배구조법이 제정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만큼, 금융회사들의 사외이사 관련 공시 내용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충분한 정보가 공시되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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