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사업 종료' 철회한 푸르밀, 인력조정만이 최선인가

김소희 기자 입력 : 2022.11.16 16:43 ㅣ 수정 : 2022.11.1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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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나의 추억과 애정이 담긴 제품을 다룬다는 게 설렜기에 부푼 기대감을 안고 입사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 내가 상상하던 회사 모습이 아니었다."

 

지난달 푸르밀이 37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전원 해고 통보를 한 직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APP)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다.

 

신동환 푸르밀 대표는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으로 회사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사용자의 해고 회피 노력 △해고 대상자 선정의 합리성 △대표와 근로자의 성실한 합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 등 네 가지를 지켜야 한다. 또 정리해고 50일 전에 직원에게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사업 종료 43일을 앞두고 신 대표에게 해고 통보 메일을 받았다.

 

유업계는 원유값 인상, 저출산 등 여러 이유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푸르밀만 힘든 상황에 처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 왜 푸르밀만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한 걸까.

 

푸르밀은 지난 2018년 오너 경영 체제에 돌입한 이후 이사회 구성원들을 신준호(신 대표의 아버지) 전 회장 일가로 채웠다. 경영진을 견제할 사외이사를 없앤 것이다.

 

또 신제품 개발 연구비도 경쟁사의 5%에 불과하다. 경쟁사들은 신제품을 내놓기 위해 분주한데 푸르밀은 개발 연구비에 너무 적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즉, 회사를 사업 종료로 내몬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의 원인은 바로 오너의 잘못된 경영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피해는 애꿎은 직원들이 입게 됐다.

 

실직 위기에 처한 근로자들은 상생안을 마련하기 위해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신 대표에게 회사를 지키기 위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는 교섭 중 자리를 비우거나, 교섭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노사는 4차 교섭 만에 인력 30% 구조조정안에 합의하고, 사업 종료를 전격 철회하기로 했다.

 

푸르밀은 본사, 관리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서를 받았다. 희망퇴직 신청자가 전체 재직 인원의 30%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일괄 권고사직 방식으로 구조조정한다.

 

결국 오너의 경영 실패 책임을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모습이다.

 

푸르밀은 24일 만에 사업 종료를 철회하면서 "45년 전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전 하고자 하오니 부디 회사에 대한 미움을 거둬 주시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지금은 동정표를 꺼내들 때가 아니라 '두 번의 실패'를 겪지 않기 위해 대비책을 마련할 때다.

 

오너 경영의 무능력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았으니 경영 전반을 되돌아봐야 한다. 또한 푸르밀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목소리를 냈던 직원들과 거래처, 그들과 상생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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