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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90) 여자의 일생 -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남기 - 2부

윤혜영 선임기자 | 2018-04-18 11:19 등록 1,422 views
▲ [사진/뉴스투데이=윤혜영 기자]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여성은 유년기부터 현모양처에 며느리로 세뇌

살림 배우고, 아이 키우는 게 미덕으로 자리잡아


우리사회의 남녀불평등의 근간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부모와 조부모, 친지와 이웃에 의해 유년기부터 세뇌되고 학습되어 성인에까지 이른다. 남아선호사상은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왔고, 여성은 현모양처가 되어야 하고 며느리의 도리까지 훌륭하게 지켜내도록 학습되어 왔다.

무심코 시청하는 TV드라마에서 조차 아내는 남편에게 존대를 하고 남자는 하대를 하며 남편이 술을 마시고 낯뜨거운 실수를 하는것은 바깥일의 스트레스로 인한 해프닝으로 실소(失笑)를 자아내는 일이고, 반대로 주부가 같은 일을 행하면 온 집안이 난리법석이 나고 경범죄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보여진다.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는 것은 고추가 떨어질만큼 큰일이고, 여자가 살림을 배우고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여성의 바람직한 미덕이다. 요즘은 육아까지 완벽하게 해내며 돈도 벌어야 하므로 대한민국에서 여성은 모든 일에 만능인 슈퍼우먼과 같은 존재이다.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는 시대이다. 혹자들은 결혼을 하면 얻는것보다 잃는게 더 많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결혼을 하여 두아이를 둔 주부이다. 나의 결혼생활을 돌이켜 갈등의 요소들을 생각해보면 부부 둘만의 문제보다 시댁이나 친정의 문제로 인해 야기되는 갈등들이 더 많았다.

그 중 가장 많은 트러블을 일으킨 요인은 '제사'였다. 남편은 종갓집의 장손으로 명절외에도 여러번의 제사를 지내야 한다. 나는 장손의 며느리로서 응당 제사에 성실히 참석하여 요리와 청소와 설겆이와 손님의 식사대접과 모든 뒷처리까지 '당연하게' 웃으며 해내는걸 요구받았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얼굴도 모르는 남편의 돌아가신 조상을 기리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음식을 사고, 부엌에서 하루종일 요리를 하고, 중간중간 손님이 오면 술상이나 다과상을 차려내야 하고, 엄청난 설겆이에 허리가 끊이질 듯 했다.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여자들이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동안 남자들은 드러누워 빈둥거리거나 술을 마시거나 잡담을 하며 놀았다. 정말 부당하다고 생각되었다.

결혼을 하면 아내와 자식이 가족인데 왜 죽은 사람을 위한답시고 아내를 노예처럼 부려가며 갈등을 야기하는지 끝없이 생각해도 해결점은 보이지 않았다.


남녀의 사회적 불평등은 가정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언젠가 명절을 앞두고 이혼이 급등한다는 신문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에는 “조상 덕 본 놈들은 명절에 비행기 타고 해외에 놀러간다. 조상 덕 못 본 놈들이 명절에 돈쓰며 제사 지내고 집에 와서 마누라랑 피터지게 싸운다” 엄청난 추천수를 보면 다른 이들도 많은 공감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언젠가 제사를 지내고 산더미 같은 설겆이를 할 때 아랫동서가 “형님, 우리딸들은 나중에 우리처럼 안살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그말에 뭔가 참 서글프면서 가슴 깊은곳에서 뜨거운 울분같은 것이 솟구쳤던 기억이 있다.

나는 딸이 둘이다.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여성으로서 차별을 받으며 눈물 흘리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늘 딸아이게게 '여자라서' 못할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여성으로의 권리만 주장하는 '뷔페미즘'은 아니다. 여성이기에 부당하게 치뤄야 하는 '의무'로부터의 해방을 원한다.

가정에서부터 바뀌어야 하고 남녀노소 모두의 의식이 변해야 사회적 불평등이 차츰 해소될 것이다.

남성들이여! 자신의 딸들이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면 당신들의 아내를 행복하게 하라. 딸들은 존중받는 어머니를 보며 자존감을 키우고 자신들의 미래도 현명하게 설계할 수 있다.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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