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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작 프리뷰 - 볼까? 말까?] ‘빅 식’ (2017 / 미국 / 마이클 쇼우월터)

황숙희 기자 | 2018-07-27 14:11 등록 1,004 views
▲ 영화 '빅식'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사랑이 허락되지 않은 파키스탄 남자 쿠마일, 

결혼에 실패한 전적이 있지만 사랑을 쫓는 미국 여자 에밀리

문화, 인종, 계급, 세대 등의 차이가 만들어낸 난관 다뤄 

(뉴스투데이=클라렌스 영화칼럼니스트)
 
▲ 영화 '빅식' 영화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 시놉시스

우버를 운전하는 파키스탄 출신의 쿠마일(쿠마일 난지아니)은 오늘도 어김없이 무대에 선다. 집안 식구들은 그가 로스쿨을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정작 그의 꿈은 스탠딩 코미디 스타가 되는 것. 큰 대회 관계자가 지켜보고 있어 더욱 중요한 오늘이지만, 그의 얘기 중 불쑥 환호를 지른 한 관객 때문에 흐름이 끊기고 만다.

공연 뒤 뒤풀이에서 아까 소리를 지른 에밀리(조 카잔)를 마주치는 쿠마일. 티격 대던 둘은 어느 새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되고, 서로 동의했던 일회성 만남은 하루, 이틀 자꾸 연장된다. 그렇게 평범한 연인 사이로 발전된 듯 보이는 두 사람에겐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모국 출신끼리 결혼해야만 하는 파키스탄의 정략결혼 풍습이다.


▲ 영화 '빅식' 영화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멜로 영화의 외피를 두른 로맨틱(?) 사회 드라마

작년과 올해 개봉했던 <겟 아웃>, <레이디 버드>, <쓰리 빌보드>, <셰이프 오브 워터> 그리고 <빅 식>의 공통점은? 모두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른 작품들이라는 점. 이들 모두가 문화, 인종, 계급, 세대 등의 차이가 만들어낸 갈등과 비극을 다루고 있으며, 그런 주제들을 장르 안에서 출발 시키지만 나름 변용시키는 방법을 취한다는 점 또한 눈에 띤다.

어쩌면 <빅 식>은 그 중 가장 상업적 장르 영화이며 해피 엔딩이라는 공식에 충실히 복무한다. 그러나 그 일련의 과정은 꽤나 독특한데, 로맨틴 코미디의 여주인공을 별안간 30분 만에 혼수 상태로 만드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벌이는 것. 혼수 상태의 연인(?)의 형제와 사랑에 빠진다든지 <당신이 잠든 사이에>(1995) 기억상실증에 걸린 상대와 로맨스를 벌이는 경우는 종종 봤어도 한 쪽의 주인공을 완전히 제거시키는 이런 선택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바로 ‘그녀가 잠든 사이에’ 이 영화의 모든 주제의식이 발현된다. ‘로맨스’의 감정은 상대와 소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더욱 고조되며, (물론 일 방향의 성찰과 깨달음은 동시에 깨어난 자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코미디’는 깨어있는 나머지 인물들 사이에서 더욱 넘치게 오간다.

흥미로운 점은 대개 갈등을 상정한 드라마에서 이해를 구하는 쪽은 그 판이 벌어지고 있는 사회의 소수자 – 이 영화로 따지면 미국에 살고 있는 파키스탄 출신의 쿠마일이 백인 여성인 에밀리와 그의 부모에게 허락을 갈구하는 모양이 되어야 하지만, <빅 식>은 반대다.

에밀리의 엄마가 쿠마일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가 낯선 이방인이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런 이유(전통)로 자기 딸에게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 스테레오 타입의 갈등 구조를 예상하고 비틀린 선입관을 가진 것은 스크린 앞에 앉은 관객, 그것을 헤쳐갈 용기가 부재한 것은 정작 주인공 쿠마일 쪽이고, 이것을 극복해가는 것이 이 작품의 길인 것이다.


▲ 영화 '빅식' 영화 스틸컷


>>>볼까, 말까?

우리에겐 낯선 얼굴인 주인공 쿠마일 난지아니(쿠마일 역)와 조 카잔(에밀리 역)은 시나리오와 기획까지 해낸 경력이 있는 다재 다능한 배우들. (<빅 식>이 바로 쿠마일의 각본, 기획물이다.) 각종 작품에서 조연으로 활약해왔던 쿠마일과 그의 아내 에밀리(그렇다. 그의 실제 아내도 에밀리다.)의 직접 경험을 토대로 쓴 시나리오는 실화 자체가 드라마틱 하기도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따르는 듯 엇나가는 개성 넘치는 극의 구성과 실제에 기반했기에 살아있는 디테일의 조화가 절묘하다.

여기에 홀리 헌터(에밀리 엄마 역)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 독립영화부터 블록버스터에 이르기까지 산전수전 다 겪어온 (어느덧 환갑의) 배우의 안정감은 여자 주인공이 부재(?)한 극의 중반부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과민하고 신경질적인 캐릭터가 배려와 이해, 사랑이 넘치는 어른의 모습으로, 다 큰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여자임을 드러내는 과정은 그 낙폭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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