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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작 프리뷰 - 볼까? 말까?] 산책하는 침략자 (2017 / 일본 / 구로자와 기요시)

황숙희 기자 | 2018-08-26 16:32 등록 1,354 views
▲ 영화 '산책하는 침략자' 포스터


(뉴스투데이=클라렌스 영화칼럼니스트)

남편의 고백 “나는 지구를 침략하러 온 외계인이야”

가족·일·소유 등 인간의 '개념'을 뺏으러 온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 시놉시스

갑자기 병원에 실려간 신지(마츠다 류헤이)를 집으로 데려오는 나루미(나가사와 마사미). 바람을 피우기까지 한 이 원수 같은 남편은 그러나 아내를 처음 보듯이 대하면서 자기가 외계인이라는 뚱딴지 같은 고백까지 더한다. 그게 더 괘씸한 나루미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여동생이 남편과 잠시 시간을 보내고 혼이 빠진 듯 떠나자 이상한 기분이 든다.

지구침략의 초기 수단으로 인간의 ‘개념’을 뺏으러 온 외계인은 신지 뿐만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서는 여고생 아키라(츠네마츠 유리)가 자기 가족을 몰살 시키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 여고생을 찾으러 간 아마노(다키스기 마히로) 역시 자기가 외계인이라 주장한다. 엉겁결에 ‘가이드’로 따라나선 사쿠라이(하세가와 히로키)는 이들의 말을 웃어넘기지만 벌어지는 일들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 영화 '산책하는 침략자' 스틸컷


>>>지구를 지켜라

엄마아빠의 잔소리가 거슬리는 처제에게 ‘가족’의 개념을 뺏고, 성희롱이나 일삼는 물질만능주의 상사에게서 ‘일’의 개념을 뺏고, 집에서 나올 줄 모르는 은둔형 외톨이에게 ‘소유’의 개념을 뺏으니 나타난 현상. 처제는 오랜만에 찾아온 언니를 본체만체 떠나가고, 표절을 종용하던 상사는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노는 아이가 되고, 정확히 니 것 내 것을 가르던 히키코모리는 무소유를 설파하며 대중 앞에 선다.

엉뚱하기로는 팀 버튼의 <화성침공>(1996) 수준의 SF인 이 작품의 연출자가 구로자와 기요시라는 것은 꽤나 당혹스러운 대면. 드라마 혹은 호러가 대부분인 그의 전작들에서 어느 한 씬, 한 컷 웃어 본 기억이 있었던가.

물론 <산책하는 침략자>를 보며 나오는 웃음 역시 박장대소하는 즐거움의 그것은 아니다. 뜬금없는 설정과 상황이 실소를 자아내다 결국 마주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혹은 내가 내 ‘자신’으로서 ‘타인’과 맺는 관계 그 의미들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우리를 정립시키는 ‘무엇’에 관한 질문. 외계인이 빼앗아 가는 각종 ‘개념’들은 아마 그 당사자에게 가장 중요한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 테지만, 그것을 빼버린다고 그 인생이 마냥 불행해 보이지 않는 아이러니들이 차례차례 펼쳐진다.

그러나 세상 모든 개념을 빼앗기며 지구를 구할 수는 없는 일. 영화의 마지막. 아마 어쩌면 모든 창작물들의 주제, 모든 인생들의 의미인 ‘그것’만이 이 곳을 유지시킬 것이다. 그의 오래된 영화 <밝은 미래>보다도 더 희망을 가지려 노력하는 이야기.

▲ 영화 '산책하는 침략자' 스틸컷


>>>볼까, 말까?

구로자와 기요시의 이 기묘한 우화는 헐리우드에서 수 없이 리메이크 된 ‘신체강탈자’들에서 그 설정을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로버트 와이즈의 <신체강탈자 The Body Snatcher>(1945), 돈 시겔의 <외계의 침입자 Invasion of Body Snatcher>(1958), 필립 카우프만의 <우주의 침입자 Invasion of Body Snatcher>(1978), 아벨 페라라의 <보디 에일리언 Body Snatcher>(1993), 니콜 키드만이 출연한 <인베이젼 The Invasion>(2007)까지 20년이 넘어가지 않는 주기로 (또한 비슷비슷한 제목으로) 다시 만들어진 아이템은 흔한 경우가 아니다.

‘개념’이 정립되어있지 않아 과격하거나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기요시의 신체강탈자들이 정서적 교감이 불가능하지 않은 동양적(?) 특징을 보이는데 반해, 헐리우드의 바디 스내쳐들을 상대할 때는 ‘감정’을 드러내는 자체가 인간임을 증명해 위험에 빠뜨리니 조심해야 한다. 제작된 시대에 따라 정치적, 사회적으로 여러 해석이 가능한, 그리고 달라지는 작품들이기도 하니 가능한 많이 찾아보는 게 흥미로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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