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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분석] 신동빈 롯데 회장 14년 구형, 증거재판주의 대신 ‘재벌단죄주의’?

권하영 기자 | 2018-08-31 07:07 등록 2,566 views
▲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롯데면세점 청탁하고 최순실의 K스포츠재단에 70억 추가 지원한 뇌물공여 혐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3)이 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항소심에서 중형을 구형받으며 그룹 안팎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29일 뇌물공여 및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4년을 구형했다. 신 회장은 1심에서 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어 법정 구속된 상태다.
 
이날 검찰은 신 회장에게 중형을 구형하면서 법 적용의 ‘평등함’을 강조했다. 검찰은 “국민을 위한 형사법만 있을 뿐, 대한민국 재벌을 위한 형사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재판부가 상식에 따라 누구에게나 평등한 판결을 해주길 바란다”고 특별히 언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히려 검찰의 태도가 ‘평등하지 못하다’는 냉소도 나온다. 내놓은 증거에 비해 과도한 구형을 내렸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재판에서 나온 것은 정황상의 증거뿐인데, 검찰은 오히려 ‘재벌’이라는 약점을 잡아 결론을 지어놓은 느낌”이라고 평했다.


신회장에게 적용된 '묵시적 청탁' 혐의의 핵심 증거는 안종범 전수석의 업무수첩 
 
이에 대해 법조계의 한 인사는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구형은 늘 최대 범위로 내려지기 마련이고, 중요한 것은 재판부의 판단일 것”이라면서도 “이번 재판의 관건은 결국 ‘묵시적 청탁’이 성립되는지 여부인데, 오직 정황증거로만 상황을 판단하게 되면 재판부도 ‘자의적 판결’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묵시적 청탁’은 이미 앞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관련 인물 재판에서도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대가성과 청탁의 인과관계가 명확한 명시적 청탁과 달리,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오가는 청탁이라는 게 묵시적 청탁의 골자다. 철저한 증거주의보다는 정황증거에 의존하기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도 시비가 갈린다. 신 회장의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지난 1심 판결에 대해 논란이 많은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항소심에서 신 회장의 묵시적 청탁을 입증하려면 핵심증거, 혹은 정황증거라 하더라도 합리적 의심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설득력 있는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강조하는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 상장 신고서에도 포함안돼
 
검찰이 그 논리로 내세운 것은 바로 ‘롯데 면세점’이다. 신 회장이 2016년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추가 지원한 이유는 당시 ‘면세점 특허’라는 그룹 현안을 정부에 청탁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신 회장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를 통해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려고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롯데 측은 당시 면세점 특허 재취득 여부가 호텔롯데 상장과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면세점 사업이 호텔롯데에 상당히 중요한 사업은 맞지만, 상장에 꼭 필요한 조건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작년 초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제출된 증권 신고서에도 롯데월드타워점의 가치는 아예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진술 번복해온 안종범 전 수석 수첩의 증거능력은 불확실?
 
이 가운데 검찰이 묵시적 청탁을 입증하기 위해 내놓은 증거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 재판에서는 증거로 인정되지 않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이 신 회장 재판에서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인정돼 유죄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가 롯데 면세점 현안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안 전 수석의 진술과 이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수첩 메모를 핵심증거로 들었다. 그러나 롯데 측은 안 전 수석이 수차례 진술을 번복한 데다 수첩에도 면세점 현안을 직접 나타내는 단어가 없다는 점을 들어 증거의 신빙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 사람의 똑같은 수첩이 어떤 재판에선 증거가 되고 어떤 재판엔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증거의 신뢰성도 뒤바뀐다는 말인데, 이것이야말로 증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게다가 그 수첩이 검찰 주장의 유일한 증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심 재판부의 유죄 판결은 불안한 초석 위에 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등 약점 기댄 반재벌 '정치재판' 지적도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재판이 철저한 증거재판주의보다는 정치재판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검찰의 중형 구형이 국정농단 이슈와 재벌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증거 부족’을 가린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검찰이 구형 당시 재판부에 굳이 신 회장의 ‘재벌’ 이미지를 부각한 것은 국민들의 반재벌 정서를 자극하기 위한 의도적인 포석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예컨대 비슷한 사례인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의 대외적인 경제 공헌도를 볼 때 여론의 관심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정치재판’을 피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롯데의 경우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과 ‘일본기업’ 이미지로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이 검찰이 파고들 ‘약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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