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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현장에선] 수능및 보습학원 폐업 대란, 강사들이 사라진다

이안나 기자 | 2018-11-03 06:01 등록 1,598 views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전직 수학강사 이모씨, "강사만 20명이었던 보습학원서 해고되고 세무사 공부 중"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학원에서 학생들 수학 가르쳤었는데, 지금은 관두고 세무사 공부 중이에요. 학원들 요즘 다 문닫는다고 얘기하는데 실제 이름만 들어도 아는 그 학원들이 죄다 없어졌더라고요.”

과거 대치동에서 수학강사로 5년간 일했던 이영진(32·가명)씨는 현재 회사 사무직으로 일하며 세무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이씨가 일하던 학원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수학전문학원이었다. 선생님들만 20명이 넘었다. 이 씨는 "6층짜리 대형건물이었는데 한 층씩 매각하고 교무실 크기가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결국 알바생은 나와 전산 총 두명밖에 남지 않았는데 결국 나에게도 나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 학원은 아예 문을 닫고 모습을 감췄다.

교육서비스업 취업자수 올해 들어 매월 10만명 안팎 감소 추세

한국 대졸자들 최후의 '직업적 보루' 붕괴

학령인구 감소와 경기 불황으로 인해 사설 학원들의 존폐 위기가 냉엄한 현실이 되고 있다. 유명 강사들을 유치해 놓은 대형학원이 아닌 동네 중소형 수능 및 보습 학원들은 자주 변하는 교육정책과 경기불황, 학생 수 감소 등의 이유로 폐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서비스업 전체 취업자 수 추이가 절망적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교육서비스업’ 취업자는 183만 4000명으로 규모는 소매업, 음식점업에 이어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교육서비스 취업자 수는 전년동기 대비 –5.5%를 기록했다.

올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교육서비스업 취업자수는 매월 10만명 안팎이 감소하고 있다.

수능 및 보습학원은 한국 사회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높은 사교육비 부담의 '주범'으로 비난을 받아왔지만 긍정적 역할도 적지 않았다.

취업절벽 시대에 취직 못한 대학 졸업자들의 '직업적 완충지대'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학원의 감소는 대졸자들에게는 최후의 보루가 사라지는 의미를 갖는다.

저출산 쇼크, 교육서비스업에서 시작돼

올해 고1학생 수 올해 대입정원보다 2만 9758명 적어

교육서비스업에 위기가 닥친데에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인구구조적 요인이 꼽힌다.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는 곧 사설학원 뿐 아니라 대학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교육서비스업의 취업자 수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고1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1학년도 대입부터는 대규모 미충원 현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수는 45만 7674명으로 올해 대입정원보다 2만 9758명 적다. 이런 ‘역전현상’은 시작에 불과하다. 현 중학교 2학년은 대입 정원보다 3만 7179명, 중학 1학년은 7만 584명이나 적다.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60%대로 떨어지는 등 사회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 전체 및 학교급별 학생수 변화 추이 ⓒ교육부

경기둔화, 조변석개하는 교육정책 등도 경쟁력 약한 학원 폐업 요인

학원강사는 해고되도 학생 모아주는 '상담 실장' 몸값은 올라가

통계청의 빈현준 과장은 지난달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인구 요인만 가지고 실업률이 이렇게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 산업적인 부분에서 경기 둔화가 취업자 수 증가폭, 고용률 둔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는 전체 산업을 두고 한 말이지만 교육서비스업 역시 구조적 문제 뿐 아니라 경기침체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교육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은 학원가의 몰락에 대해 ‘자주 바뀌는 교육 정책’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

대치동에서 15년간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A씨는 “정시보다 교과부 전형으로 바뀌면서 자소서 코치, 학생부종합관리까지 해줄 수 있는 학원들이 이득을 많이 봤다”며 “논술전문학원도 한창 생기다가 요즘엔 거의 다 매장됐듯이, 급변하는 정책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학원들만 살아남는다”고 했다.

또다른 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했던 B씨는 “학원 상담실장들은 비정규직이어도 사실상 동네 ‘마당발’에다 실세인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학원 상담실장보다 일반 강사들이 더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 강의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상황이 아니라 학생들을 유인할 수 없으면 결국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치에 있다보니 공개강의 등 자신의 홍보 영상(샘플 수업)을 찍고 유튜브나 학부모들이 가입된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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