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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분석] 삼성·현대차·SK·LG가 반기는 노동유연성, 자율 혹은 착취

박희정 기자 | 2018-11-06 12:26 등록 584 views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여야 원내대표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한병도 정무수석,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여야정합의체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

최대 단위기간을 3개월서 6개월~1년으로 확대 추진

[뉴스투데이=박희정 기자] 지난 7월부터 실시된 탄력근로제 최대 단위기간이 기존의 3개월에서 6개월~1년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이 같은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주 52시간근무제 시행에 따른 노동시간단축으로 인해 산업현장에서 집중적인 근무가 어려워짐에 따라 노동효율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경영계의 건의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이미 탄력근로제를 시행하고 있는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국내 주요기업들은 이번 조치를 반기고 있다. 노동시간을 업무의 특성과 계절적 생산 수요 등을 감안해 근무시간을 조정함으로써 노동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탄력근로제는 근로기준법 제 51조에 의해 2주 이내의 단위기간을 평균해 1주간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하루 8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허용하는 제도이다. 예컨대 금주에 48시간을 근무했다면 다음 주에는 33시간만 일하면 된다.

구체적 방식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집중근무제, 재량근로제 등으로 나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가 출퇴근시간과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방식이다. 집중근무제는 하루 10시간 근무 등을 허용하되 주 40시간을 유지하는 유형이다. 재량근무제는 출퇴근 의무 없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지 여부만 따지는 방법이다.


선택적근로시간제 및 재량근로제를 도입해온 주요 대기업들은 ‘환영’

재계 관계자, “기업은 경제적 효율성을, 근로자는 자율적 노동을 강화”

국내 대기업들은 대부분 유연근무제 등의 명칭 아래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IT기업과 연구개발(R&D)부문에서 재량근로제를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생산직의 경우 전반조와 후반조가 각각 8시간씩 근무하는 ‘8+8 근무제’를 기본으로 하고 일부 연구직의 경우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6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소위 ‘몰입’방식의 작업이 불가능해졌지만 탄력근로제가 그 숨통을 열어 준 것이다”면서 “탄력근로제 기간을 6개월이나 1년으로 확대할 경우, 근로자가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그에 상응하는 여가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지만 탄력근로제를 확대한다는 것은 기업입장에서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일 뿐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자율성’도 강화하는 조치이다”면서 “근로자가 일과 휴식을 자신의 업무 특성에 맞춰서 배분하는 것은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를 얻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노총 및 민노총, “노동시간 단축 약화시키는 우클릭 행보”

그러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의 취지인 노동시간 단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일 ‘우클릭’행보일 뿐만 아니라 초과근무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임금삭감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게 반대 논리이다.

노동계의 주장처럼 특정 기간의 근무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내놓은 유연근로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주당 노동시간 한도가 52시간으로 정해진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도 단위 기간 2주의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주당 노동시간이 최대 60시간으로 늘어나고 단위 기간을 3개월로 하면 최대 64시간으로 증가한다.

노동계는 이처럼 추가적인 임금지급 없는 일시적인 노동강도의 강화가 노동 착취에 해당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소득 근로자는 찬성, 저소득 근로자는 반대?

결국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고연봉 근로자들은 찬성하고 저소득 근로자들은 반대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창의적인 업무에 종사하면서 높은 소득을 올리는 근로자들은 업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업무패턴이 노동의 자율성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측면이 크다. 

반면에 저임금 근로자들의 경우는 탄력근로제가 확대 될수록 초과 근무수당 등을 통하 추가적인 소득을 얻을 가능성이 원천봉쇄되는 측면이 있다. 또 탄력근로제 확대는 노동 효율성을 극대화함으써 대기업 등의 추가고용을 불필요하게 만든다는 게 노동계의 판단이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탄력근로자 확대를 둘러싼 노사간 갈등은 계층간 이해관계 상충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공공기관 361 곳 중 90% 정도가 주 52시간근무제 및 탄력근로제 시행 이전인 지난해에도 탄력근로제를 시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근무조건이 양호하고 평균 연봉이 높은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이미 추가 수입보다 자율적인 노동을 선택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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