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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의 심호흡] KT화재보다 심각한 ‘클라우드 종속이론’

이태희 편집국장 | 2018-11-28 06:21 등록 (11-28 10:08 수정) 1,744 views

‘KT 재앙’ 재발 확률은 미미,  미국 기업의 ‘클라우드 독점’은 100% 확률의 진실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한국인들은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로 4차산업혁명의 ‘재앙’을 잠깐 동안 맛보았다. 초연결사회의 일시적 마비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확률론적으로 따질 때,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전화, 인터넷, 카드, 현금인출기 등이 모두 불통이 돼버려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재발할 가능성은 낮다. 사람이 평생 동안 살면서 자동차 사고나 암 발생으로 죽을 확률의 수백분의 1아니 수만 분의 1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사고를 쳤던 KT와 유사업종의 기업들도 정신 차리고 대비하기 마련이다.  

더 무서운 현실은 따로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에서 사용되는 모든 종류의 정보와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관하는 물적 기반인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가 대부분 미국기업 소유라는 점이다.


아마존, MS 등 클라우드 빅4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80% 수준

데이터 세상에선 삼성과 LG도‘세입자’, 건물주는 미국기업

삼성전자, LG전자, KT, SKT 등 한국의 대표적인 IT공룡들은 대부분 아마존웹서비스(AWS)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은 ‘부익부 빈익빈’구조이다. 강자의 독점력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부동의 1위인 AWS의 시장 점유율은 40%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IBM 등 빅4가 70~80%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5위인 오라클이 추적 중이다. 한마디로 ‘미국판’이다.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알리바바가 클라우드 서비스업자 순위 10위권에 들 정도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은 ‘영토 전쟁’으로 불린다. 사람은 단독주택이나 아파트에 살지만 AI, 자율주행차, IOT 등이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는 이제 클라우드 서버에 거주한다. 데이터의 집이 바로 클라우드이고 그 소유자가 미국인인 셈이다. 한국산 데이터는 아마존이나 MS가 주인인 건물(클라우드)에 월세를 내고 살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클라우드체제 속에서 미국은 중심국가, 한국은 주변국가

아마존이 ‘월세’올리면 삼성도 노동착취당해야 하는 구조

지난 70~80년대에 풍미했던 ’종속이론(Dependency thoery)‘은 개발도상국은 세계자본주의체제 속에서 저개발 상태를 면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중심 국가인 서구 선진국이 주변국가인 개도국을 착취하는 세계자본주의체제에 편입된 구조 속에서 저개발을 면하기 어렵다는 마르크시즘 계보의 이론이다. 다소 과격하지만 글로벌 자본주의 메카니즘의 핵심을 꿰뚫은 측면이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상황은 그런 종속이론을 연상시킨다. 미국이라는 단일 국가가 지배하는 시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네이버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4차산업혁명의 핵심적 물적 기반인 클라우드 영토전쟁에서 아마존 등 빅4의 독주를 저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빅4의 독점적 지배력은 오히려 빠른 속도로 강화되고 있다.

현존하는 데이터의 80%이상은 최근 2년 간 생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데이터 증가 속도가 빨라질수록 아마존이나 MS에 대한 한국인의 종속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국내 대기업들이 KT클라우드보다 보안성 및 가성비 면에서 뛰어난 AWS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주가 갑자기 월세(클라우드 사용료)를 올리지 말란 법은 없다. 아마존 클라우드의 기술적 우위를 극복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을 때, 울며겨자먹기로 힘들게 번 돈을 아마존에게 헌납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클라우드 서버 구축은 축적된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삼성SDS도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시도했으나 기술적 이유 등으로 인해 포기하고 AWS를 사용 중이다. 국민총생산(GDP)의 25%이상을 차지한다는 삼성그룹도 아마존의 세입자를 자처한 것이다.


지난 22일 AWS 시스템 오류나자 빅스비와 씽큐는 고철덩어리로 전락

완벽한 초연결사회였다면 '대재앙', 정부도 속수무책

데이터 세상에서도 세입자의 운명을 건물주가 쥐고 있는 건 인간세상과 마찬가지이다. 건물주가 기침을 하면 세입자는 독감에 걸려 죽을 수도 있다. KT화재가 발생하기 이틀 전인 지난 22일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오류가 발생했다. 84분 정도의 오류 발생 시간 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인공지능(AI) 스피커 '빅스비'와 '씽큐'는 ‘인공 바보’로 전락해버렸다. AWS에서 데이터를 전송받지 못한 AI는 고철덩어리일 뿐이다.

KT시설에서 화재가 나면 한국인이 불을 끄고 파괴 시설을 복구한다. 반면에 AWS가 고장나면 미국기업이 해결할 때까지 기약없이 기다려야 한다. 우리의 삶이 완벽한 초연결사회라면 '대재앙'이다. 수만대의 자율주행 승용차가 충돌하고,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들이 신음해도 전화도 불통일 거다. 정부도 속수무책이다. 건물주인 아마존이 수리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KT화재로 인한 통신 재난이 재발할 확률은 0.0001%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한국이 클라우드 세상에서 영원한 세입자라는 점은 100%의 확률로 진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클라우드 규제 완화 정책은 ‘AWS 월세 촉진법’ 수준

문재인 정부가 지난 10월 발표했던 클라우드 관련 규제 완화 정책은 이러한 ‘클라우드 종속이론’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규제완화의 포인트는 ‘AWS 월세 촉진법’ 정도로 요약된다. 즉 한국 정부와 민간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계획대로 규제가 완화되면 정부나 공공기관도 AWS의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하는 ‘세입자’가 되는 길이 열린다.

클라우드 영토의 주인은 여전히 아마존, MS등이라는 사실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현 단계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규제를 완화할 경우 아마존이나 MS같은 기존 강자들의 먹잇감만 키워준다는 업계의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보호무역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업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국면이라는 이야기이다.

결국 정부가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과 관련해 ‘사다리(보호무역 혹은 규제) 걷어차기’에 나선다면 “죽 쒀서 개주는 격”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클라우드 영토전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정부가 뒷북을 치고 나선 것이 아닌지 철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 ‘안보 목적’의 해외 클라우드 열람권 부여

중국 기업 알리바바는 미국 시장 진출 실패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자국의 수사기관이 ‘안보상 목적’을 위해서라면 미국 IT기업의 해외 서버에 저장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중요한 대목이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클라우드는 단순한 저장창고가 아니다. 은밀한 안방이다.

미국 기업이 한국 안방의 실소유주이고 미국정부는 그 안방을 수시로 조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클라우드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알리바바는 미국 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노렸으나 미국정부가 ‘보안 유출’을 명분으로 제지해 실패했다. 클라우드 영토전쟁의 본질이 국가와 기업이 연대하는 공동 전쟁임을 드러낸 것이다. 


글로벌 클라우드 영토전쟁의 우리 측 장수는 ‘기업’

정부는 기업 괴롭히지 말고 지원해야

한국 정부는 이제 눈을 떠 변화의 근본을 제대로 바라 본 후 행동을 고쳐야 한다. 우선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규제 완화보다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삼성, LG, KT, SKT, 네이버 등 국내 핵심 IT기업들과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 기업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4차산업혁명 시대의 영토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아마존과 맞서 싸울 장수는 대통령이 아니라 삼성이나 네이버임을 명심해야 한다.

‘일감몰아주기’ 공식을 제발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는 적용하지 말자. 예컨대 삼성SDS가 아마존에 필적하는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 성공했다고 가정해도 지금처럼 ‘일감 몰아주기’로 몰아간다면 미래파괴적 탄압이다. 삼성전자가 AWS가 아니라 삼성SDS 클라우드 서버를 사용했을 때, 참여연대가 일감 몰아주기의 새로운 타깃을 설정하지 말란 보장은 없다.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이 필요한 클라우드 영토 전쟁에는 대기업이 계열사를 동원해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 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서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도 필수적인 전략이다. 그 과정에서 국가가 ‘깽판’을 쳐선 곤란하다. 대기업이 생면부지 중소중견기업을 키워서 아마존과 맞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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