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메일 전송
공유하기

[송승종 칼럼] 사우디는 기어코 중동의 핵무기 보유국이 될 것인가

송승종 안보전문기자 | 2018-11-29 18:09 등록 (11-30 10:41 수정) 614 views
▲ 美 핵협정 탈퇴 관련 이란에서 대규모 반미 시위를 하는 모습 . ⓒ 연합뉴스

사우디 왕세자의 반체제 언론인 암살로 미-사우디 간 원전수출 협상 시험대 올라

[뉴스투데이=송승종 안보전문기자] 최근 「뉴욕타임스(NYT)」와 「알자지라(Aljazeera)」 등 여러 외신 매체들은 사우디가 핵무기 생산을 위한 핵개발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의 핵개발 움직임은 미국의 일방적 탈퇴로 위기에 처한 이란 핵협상의 현주소와 맞물리면서, “과연 사우디가 이스라엘 다음으로 제2의 핵무기 보유국이 될 것인가?”라는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핵개발 야망을 숨기지 않았던 사우디는 2017년부터 미국과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발전용 원자로 구매협상을 벌여왔다. 미 국무부 및 재무부를 중심으로 상당히 진전되던 협상이 사우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으로 알려졌던 자말 카쇼기의 암살사건으로 암초에 부딪혔다. ‘MBS’라는 이니셜로 잘 알려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암살을 지시한 장본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워싱턴 정가는 원자로 도입협상을 주도하던 MBS의 신뢰도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워싱턴 주변에서는 “뼈톱(a bone saw)을 안심하고 맡길 수 없는 자에게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원자로를 맡길 수 있는가?”라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뼈톱’은 정육점에서 육류 절단에 사용하는 전자톱의 일종이다. 회의론자들은 이번에 카쇼기 암살을 저지른 사우디 자객들이 ‘뼈톱’으로 카쇼기의 사체를 절단한 의혹을 빗대면서, 사우디에 핵무기 제조에 전용될 수 있는 원자로 판매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NYT 등 외신들에 의하면, MBS(빈 살만)가 미국으로부터 향후 20~25년 동안 최대 16기에 달하는 원자로를 도입하는 800억 달러(약 90조 5천억 원)짜리 초대형 거래의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거래의 중심에는 130년에 걸쳐 전 세계 원전의 절반을 건설한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라는 미국의 원전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2000년대 초반에 불어 닥친 범세계적 원전 규제 움직임으로 도산 위기에 몰렸다. ‘러스트벨트(Rust Belt)’에 위치한 웨스팅하우스는 사우디 원전 수출을 기사회생의 기회로 삼고 있다. 러스트벨트의 경제 회생을 차기 대선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미-사우디 간 원전수출 협상은 빠른 진전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카쇼기 암살사건으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MBS, “이란이 핵무기 개발하면 사우디도 빠른 시간 내에 핵무기 확보할 것”

성품이 “교만하고, 잔혹하고, 어설프고, 변덕스러운(arrogant, cruel, amateur and capricious)” 것으로 알려진 약관 33세의 MBS는 치안 및 보안기관을 한 손에 틀어쥐고 사우디 왕가에서 거의 ‘독재자’ 수준의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 사우디에서는 그의 권력을 제어할 수 있는 ‘견제와 균형’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MBS는 소위 ‘2030 현대화 비전’이라는 경제개혁 구상을 추진하여 서방국들로부터 구애를 받아왔다. 지난 11월 초, MBS는 이런 비전에 따라 재생 에너지, 원자 에너지, 담수화 사업, 유전의학(genetic medicine), 항공 산업 등 7대 전략 프로젝트에 착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중에서도 MBS가 공을 들이는 것이 원자 에너지와 항공 산업이다.

금년 3월, MBS는 “사우디는 핵무기 확보를 원하지 않지만, 만일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우리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해 한바탕 소동을 빚었다. IAEA에 의하면, 작년에 사우디 정부는 자국의 에너지 생산 증가를 위해 2기의 원자로 건설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우디는 2032년까지 총 17.6 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할 계획인데, 이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 알려진 것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사우디는 굴지의 산유국이지만 가능하면 더 많이 원유를 수출하고 국내 수요는 원전 가동으로 충당하려는 희망을 밝혔다. 만일 사우디가 원전 도입을 성사시키면 걸프지역 국가들 중에서 UAE에 이어 두 번째로 원자로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UAE는 4기의 한국산 원자로를 건설 중이다.

지난 해 사우디는 중국과 핵에너지 협력과 관련된 일련의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는 고온가스 냉각로(HTGR, High-Temperature Gas-cooled Reactor)를 중국으로부터 도입하는 방안의 타당성 조사도 포함됐다. 아울러 사우디는 중국과 탄도미사일 개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07년 사우디는 미국의 묵인 하에 최대사거리가 5,000km에 이르는 둥펑(東風)-3 미사일을 중국에서 도입했다.


사우디, 파키스탄 핵개발 지원하고 중국에서 핵 탑재 가능한 탄도미사일 도입

하지만, 미국은 1988년부터 사우디가 중국으로부터 핵탄두와 화학 및 생물학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투발 수단을 비밀리에 도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사우디의 공식 입장은 △ 자국이 추진하는 모든 핵에너지 프로그램은 민수용 및 평화적 목적에만 국한될 것이고, △ 원전건설의 목적은 에너지원의 다변화뿐이며, △ 모든 형태의 핵무기로부터 자유로운 중동지역을 주창해 온 국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외형적 구호와는 달리, 핵무기에 대한 사우디의 집념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사우디가 파키스탄의 핵개발에 약 30년에 걸쳐 뒷돈을 대준 국가라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다. 미국 원자력과학자회보(BAS)의 추정에 의하면, 2013년 기준으로 파키스탄은 약 12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2003년 이란 핵 위기가 불거졌을 당시부터 사우디는 이란이 핵개발에 성공할 경우에 대비하여, 유사시 파키스탄으로부터 몇 개의 핵무기를 사들이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파키스탄이 군대를 동원하여 사우디 영토로 소량의 핵폭탄을 운반해 주는 시나리오도 유력하게 거론될 정도이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사우디는 외부의 도움이 없이는 핵무기를 제조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사우디에는 정확한 매장량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방대한 규모의 우라늄 광산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5기의 소형 연구용 원자로를 가동 중에 있다. 전문가들은 핵연료를 생산하지 않는데도 사우디의 핵관련 전문 인력이 그 숫자와 능력 면에서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는 핵 협력과 관련하여 미국에 매우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다. 예컨대, 미-사우디 간 핵협상의 실무를 담당하는 사우디 에너지 장관(Khalid al-Falih)은 “미국이 사우디를 도와주는 것은 자연스런(natural) 일이다. 미국은 단지 핵기술을 제공해 줄 것이 아니라 사우디가 핵주기를 완성하도록 지원하고, 또 우리가 최고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의 요구처럼 “사우디가 핵연료를 해외시장에서 구입하지 않고, 국내에 매장된 우라늄을 채취하여 스스로 만들어서 사용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상기 발언은 필요하다면 미국의 감시와 간섭을 우회할 수도 있다는 사우디의 속내를 강력히 암시한다. 실제로 사우디의 왕세자 겸 국방장관(Sultan bin Abdul Aziz al Saud)의 아들이던 빈 술탄(Bin Sultan) 장군은 1980년대에 극비리에 추진했던 중국산 미사일 도입 작전과 관련하여 자신의 회고록에 이런 구절을 남겼다.

“내가 맡은 일은 중국산 미사일의 도입을 위한 거래를 협상하고, 적절한 기만계획을 수립하고, 사우디와 중국에서 미사일 훈련을 담당할 장교들과 인력을 꾸리며, 사우디 곳곳에 미사일 작전기지와 시설을 건축하고, 중국에서 들여올 미사일 선적(shipment)의 세부계획을 수립하며, 각 단계마다 혹시 벌어질지 모르는 공격으로부터 프로젝트를 보호하기 위해 완벽한 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었다.” 이처럼 사우디가 중국산 미사일을 들여오기 위한 ‘쇼핑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동안,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인 미국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 이란 대응 위해 사우디 핵연료 자체 생산 고집...언젠가 핵클럽에 명단 올릴 듯

핵개발과 관련한 사우디의 입장은 분명하다. 숙적인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핵프로그램의 모든 세부사항들에 걸쳐, 사우디도 빠짐없이 1:1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라늄 농축뿐 아니라, 사용 후 연료를 플루토늄으로 재처리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자국의 권리를 주장한다.

사우디는 2009년 미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여 국제시장에서 핵연료를 구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은 비용이 훨씬 저렴한 해외구매보다 핵연료의 자체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일단 카쇼기 암살사건으로 미국산 원자로 구매협상이 주춤하고 있다. 민주당이 과반수를 장악한 미 하원도 사우디의 속내를 의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사우디에 원자로를 판매하지 않으면, 사우디가 어차피 중국이나 러시아 또는 한국 같은 나라들로부터 원자로를 사들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 압박’ 전략에 따라 초강력 제재조치들이 복원되자, 이란 핵협상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다. 이란 지도자들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기보다는, 핵협상의 ‘무효’를 선언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2016년 1월, 미국-이란 핵협상이 타결되자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 열린 시장인 이란에 대거 몰려들었다. 그로부터 3년도 못가 트럼프가 對이란 제재조치를 복원시키자, 글로벌 기업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脫이란 움직임에 앞장서고 있다.

장차 이란은 경제회복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굴지의 국제기업들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이란 진출을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북한에 주는 학습효과는 분명하다. 미국과의 어떤 합의도 행정부가 바뀌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핵협상을 피하고, 대신 제재조치를 우회하거나 이완시키는 것이 정권의 생존과 경제발전에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현재 당사국들의 행적과 전략적 계산에 기초해 볼 때, 언젠가 사우디와 이란은 핵클럽에 명단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도 핵클럽에서 자발적으로 탈퇴할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북한 비핵화의 가능성이 요원해 보이는 가운데, 지구 반대편에서는 ‘제2의 핵시대’가 만개하기 직전이다.






·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美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박사)
·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 前 駐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 前 駐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 前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



Copyright ⓒ 뉴스투데이.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주요기업 채용정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