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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록의 고산후로] 국가부도의 날

차석록 경제산업국장 | 2018-12-03 10:49 등록 506 views

[뉴스투데이=차석록 경제산업국장]

“그때 어떻게 살았어?“ 휴가를 나온 아들이 친구와 영화를 보고 들어왔다. "무슨 영화를 봤냐?". ”국가부도의 날.” 영화가 어땠냐고 했더니 답 대신 나에게 툭 던진 물음이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지난 1997년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위기 당시를 그렸다.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이 첫사랑의 추억을 끄집어내 히트를 쳤다면 이영화는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력과 함께 살기가 팍팍해진 지금의 현실과 맞물리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나는 경제지 10년차 중견 기자였다. 대기업을 취재하는 산업부에 있었다. 내가 담당하던 대기업들은 일주일에 한곳씩 부도가 나서 넘어졌다. 동료들과 농담처럼 했던 말을 잊을 수 없다. “출입처가 이렇게 없어지다가 우리 부서도 없어지겠다.”

무너지지는 않았어도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구조조정은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눈물로 회사를 떠나야 했던 그들이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있는 직원들도 잘라야 하는 판국에 새 직원을 뽑는 회사는 없었다.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막노동이라도 해야 했다. 그마저도 하늘의 별따기다. 대학을 나와 번듯한 직장을 다녔던 길거리 노점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국민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좌절하고 꿈을 잃어버렸던 시기다. 내 부모가 겪어야 했던 6.25 전쟁은 더 심했겠지? 문득 돌아가신 부모님들이 생각나는 건 왜 일까.
 
요즘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 자영업자나 민생경제는 IMF 때보다도 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내년 경제전망치는 올해보다 더 낮다. 더 힘든 상황이 걱정된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였던 업종들이 하나둘씩 휘청거린다. 해운 조선이 그랬고 자동차가 그렇다. 내년에는 우리 경제의 효자인 반도체 경기도 꺽일거란다. 

위기일수록 정부의 국정운영능력이나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함은 새삼 끄집어낼 필요도 없다. 기업의 기를 살려주고 신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런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총수들이 연이어 구속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업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 까.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바이오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나 하는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리고, 정부가 팔을 비틀어 카드수수료를 강제로 깍는 상황을 보면서 기업들이 투자의욕이 생길까 궁금하다.

그런 모습을 생중계 보듯 지켜보는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대기업을 어떻게 생각할까. 미투 빚투 갑질이 화두가 된 지금,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착취해 커가는 적폐기업인가. 세계최고 기업인 애플이 두려워하고 한해 이익을 60조원씩 내는 삼성전자는 시민단체까지 나서 공격해야할 적폐기업인가.  
 
오늘 12월3일은 김영삼 정부가 IMF와 구제금융 협약을 체결한 날이다. 기업이 무너지면 국민들의 삶이 어떤지 불과 20년 전에 보여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역사다. 

아들의 “그때 어떻게 살았어?” 라는 물음 속에는 힘든 시기를 겪은 부모를 잠시라도 생각한 거 같아 흐뭇하다. 군대가더니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녀석 뿐 아니라 영화를 본 다른 또래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자식들이 IMF위기 같은 어려움을 겪기를 바라는 부모들은 없다. 그러치 않아도 일자리를 못 구하고 치솟은 집값에 미래 희망이 부러진 젊은 세대들이다. 그들에게 기업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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