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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의 JOB채](2) CES 가는 SK하이닉스에 담긴 최태원의 3가지 메시지

이태희 편집국장 | 2018-12-06 06:11 등록 (12-06 10:10 수정) 1,464 views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내년에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SK하이닉스 지사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 참석해 신규 착공하는 미국 조지아주(州) 전기차 배터리공장에 최대 50억 달러(약 5조6천억 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고 밝히는 모습, 그리고 SK 3사의 내년 CES 공동부스 테마인 ‘혁신적 모빌리티’ 개념도. ⓒ연합뉴스

내년 CES에 첫 공동부스 마련하는 SKT,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은 이질적 회사?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 딥체인지 등과 같은 거대담론을 화두로 내걸고 회사를 경영하는 한국 유일의 재벌총수이다. 때문에 그의 행보는 꼼꼼하게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내년 1월 8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CES)도 그렇다. 지난해까지 CES에는 SKT만 참여해왔다. 이례적으로 내년에는 SKT,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그룹의 주력 3사가 공동 부스를 마련해 데뷔한다. 3개 회사는 이질적이다. SKT는 이동통신, SK하이닉스는 반도체, SK이노베이션은 정유를 각각 주업으로 삼는 기업이다. 고정관념에서 보면, 그들 간엔 공통점이 없다.

그렇다면 공동부스를 마련한 이유는 뭘까? 단순한 백화점식 전선 확대인가. 그 해답은 ‘혁신적 모빌리티(mobility.이동성)’에 있다. 이는 SK 3사의 공동부스가 내걸게 될 테마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인간의 ‘이동(모빌리티)’이 혁신적 파괴의 첫째 주제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은 더 이상 목적지에 가기 위한 노동이 아니다. 이동은 새로운 삶의 기회로 제공된다. 화석연료 자동차를 탄 인간은 이동이라는 행위 자체에 전념해야 했다. 하지만 조만간 다가올 이동은 항상 다른 필수 행위를 동반하게 된다.

휴식, 작업, 쾌락 등이 주인이고 이동은 그 주인을 위해 봉사한다. 스마트 시티와 촘촘하게 연결된 전기 자율주행차에 탄 인간의 모습이다.


자율주행차에서 ‘25번째 시간’ 즐기는 호모 오토노무스(Homo autonomous)'가 공통분모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현대인을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라고 지칭한다. 앞으로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 속에서 잉여로 제공된 시간을 소비하는 신인류인 ‘호모 오토노무스(Homo autonomous)'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게 ‘혁신적 모빌리티’라는 테마에 담긴 구체적인 알맹이이다.

21세기 초반에 진행된 변화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코앞으로 다가온 미래에는 ‘자율주행차’가 혁명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일류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내년 CES는 ‘가전박람회’가 아니라 ‘자동차박람회’라는게 현지 언론들의 보도이다. 아우디는 미국의 대중문화를 지배해온 월트디즈니사와 ‘빅이벤트’를 발표한다고 한다.

테마는 '25번째 시간(the 25th hour)'이다.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시대가 도래하면, 사람은 자율적으로 소비할 새로운 시간을 선물받게 된다는 콘셉트이다. 디즈니와 손잡은 만큼 그 25번째 시간을 창조적 미디어활동에 소비하게 된다는 스토리 라인을 제안할지도 모른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SK그룹 3개 회사의 공동부스 마련에 담긴 메시지는 디즈니가 선보일 스토리라인과 직결돼 있다.


①연결=전기자율주행차 시장서 필요한 물건을 한 부스에 모아놓고 판매

첫째, ‘연결’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서로 다른 산업은 하나의 혁신적 주제 아래 초연결되는 추세이다. 아마존과 같은 거대 온라인 유통회사가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산업의 지배자가 되듯이, 미래차 시장 속에서 반도체 기업과 미디어 기업은 한 몸이 되가고 있다. 생산시스템을 서로 조율해야하고 공동 마케팅도 펼 필요가 있다. 구매자가 동일인이기 때문이다.

즉 SK의 3개 회사는 모두 전기자율차의 핵심 기술과 부품을 판매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SKT는 핵심 통신기술인 5세대(5G) 통신과 사물인터넷(IoT) 능력을 선보인다. LTE를 거북이로 만드는 5G의 빠른 속도는 스마트폰 세상에서 별다른 의미가 없다.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시티가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SK하이닉스는 자율주행차의 임베디드 칩이라는 신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나 전장사업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확대를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기 자율주행차 시장이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한 자리(부스)에 모아놓고 팔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②파괴=반도체 고점론의 공포를 파괴하고 신시장을 개척

둘째, ‘파괴’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고점론’의 위협을 받고 있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연거푸 경신해왔지만 “내년이 두렵다”는 게 반도체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하지만 전기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시티 시대가 도래할 경우 반도체 시장의 규모는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중국의 저가 반도체 공세보다 자율주행차 시대의 ‘지연’이 훨씬 더 큰 공포 변수이다.

SK하이닉스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참여하는 것은 반도체 고점론이 풍겨대는 공포의 냄새를 파괴하는 세리머니이다.


③소멸=‘무인 공유경제’시대에 학살되는 직업들

셋째, ‘소멸’이다. SK하이닉스가 임베디드 칩을 많이 팔아 떼돈을 벌수록 소멸되는 직업은 늘어난다. 당장 택시 운전사들은 희석 직업 1순위 후보이다. 우리나라 택시기사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카풀 제도에 강력 반대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 반대는 무의미해 보인다. 전기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우버의 운전자들도 실직자가 될 수밖에 없다. 시간의 차이일 뿐이다.

사람이 불필요한 ‘무인 공유경제’가 다가오고 있다. 그 때가 되면 차량의 소유도 무의미해진다. 스마트폰으로 예약하자마자 거리에 나가 굴러 들어오는 자율주행차에 탑승하는 시대가 온다면, 자동차 영업사원도 역사의 유물이 될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도 차량을 생산해 판매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와 공유해야 한다. 매력적인 공유 시스템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글로벌 기업이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확률이 높다.

미래학자 클라우스 슈밥은 “파괴적 혁신에 능한 기업일수록 생존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스탠더드앤푸어스 500지수 편입 기업의 평균 수명은 60년에서 18년으로 수직하락하고 있다. 막강한 자본으로 무장한 유명 기업들의 처지가 이렇다. 미약한 개인의 직업적 수명은 더 처절해지는 추세이다.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SK하이닉스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어떤 직업이 소멸되고 그 이면에 어떤 직업적 기회가 기다리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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