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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 프레임 진단] ⑤ ‘최저가 낙찰제’에 멍든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함정 건조

김한경 방산/사이버전문기자 | 2018-12-06 15:37 등록 (12-06 15:46 수정) 1,586 views
▲ 한국 해군의 주력 구축함인 4천톤급 헬기 탑재 구축함이 기동하는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프레임은 심리학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한다. ‘프레임’의 저자인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떤 프레임이 활성화되면 그 프레임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우리의 마음을 준비시킨다”고 말한다. 따라서 세상을 어떤 프레임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얻어내는 결과물은 결정적으로 달라진다. 이제 방위산업도 비리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 이에 ‘방산비리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는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검찰, 사업 절차나 규정 간과한 채 과거 발생한 결함에 초점 맞춰 억지 수사

[뉴스투데이=김한경 방산/사이버 전문기자] 지난달 29일 방산비리 혐의로 기소됐던 전 방사청 잠수함사업팀장(해군 예비역 대령) 이모씨에 대한 검찰의 상고가 대법원에서 기각돼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검찰은 2차례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고, 이씨는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무죄 판결을 받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사실이 입증됐다.

대법원은 “피고인 이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를 선고한 제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상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2007∼2008년 해군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인도받기로 한 214급 잠수함의 위성통신 안테나 등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음에도 눈감아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해군 사업에 정통한 한 방산 전문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잠수함 사업의 결함 내용들은 이미 하자보증 수리 기간 내에 모두 보완되어 운용에 전혀 문제가 없었음에도 검찰은 사업 절차나 규정을 간과한 채 과거 발생한 결함에 초점을 맞춘 억지 수사를 했다”고 말했다.


전문성 부족해 결함이나 시험평가 방식 변경 등을 비리로 몰아가는 경향 농후

그는 최윤희 합참의장이 연루돼 대표적 방산 비리로 알려진 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의 시험평가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의 문제를 제기했다. ‘와일드 캣’은 개발 중인 헬기여서 실물 장비(디핑 소나)가 없어 육군 헬기에 비슷한 중량의 모래주머니를 사용해 테스트한 것이 비리로 둔갑됐다. 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 이 헬기는 해군에 도입됐고, 이상 없이 운용 중이다.

이와 관련된 피의자는 작년 10월에 예비역 장군 등 4명이, 금년 2월에 현역 장교 2명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고, 금년 10월 최윤희 전 합참의장도 무죄가 확정됐다. 그는 “절차상 문제로 볼 수는 있어도 비리는 아니었고, 헬기 개발이 완료된 후 실제 시험평가에서도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검찰 수사가 사업 절차나 규정은 무시한 채 국가계약법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면서, “검찰이 전문성이 부족한 사업관리 분야 서류는 제대로 보지 않고 계약관련 서류 위주로 접근해 사업을 이해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단순 결함이나 시험평가 방식 변경 등이 문제로 불거지고 그것을 비리로 몰아가는 경향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최저가 낙찰제’가 무기체계 결함 조장하고 업체 수익성도 침해

방산비리 수사가 이런 식임에도 무기체계의 결함 발생을 조장하고 시험평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을 만드는 제도가 존재한다. 바로 ‘최저가 낙찰제’인데, 이 제도는 대량 생산이 가능한 민간 분야의 대형 입찰에는 적합할 수 있으나, 첨단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방산 분야에선 부실한 제품을 양산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특히 건조 물량이 적은 해군 함정이 문제 발생 소지가 많다. 실례로 독도함은 단 한 척을 만들기 위해 천문학적 연구비용이 투입되었음에도 최저가 낙찰제로 건조 업체를 선정했다. 수주한 업체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비용을 줄이는 다양한 방안을 짜내게 된다. 결국 협력업체에 비용을 전가함으로써 일부 부품 및 기능이 누락 또는 저하되며 시험평가 과정도 축소되어 결함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통상 해군은 신형 함정의 경우 3척을 건조하는데, 최저가 낙찰제로 인해 1번 함정은 A 조선소, 2번 함정은 B 조선소가 번갈아 건조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함정 전문가들은 “최소한 한 조선소에서 3척은 만들어야 기술력이 축적될 수 있다”고 하는데, 현실은 업체가 충분한 기술력을 쌓기 어렵고 이익도 별로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생산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설계업체와 제작업체가 달라져 품질에 문제 생길 경우 책임 소재 불분명

무기체계 개발한 업체가 수리나 성능 개량을 맡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


잠수함은 그나마 209급 9척, 214급 9척, 3천톤급 6척 등 물량이 상당해서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이지스함은 3척만 건조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출혈을 감수해도 한 업체는 1척, 다른 업체는 2척만 수주하게 된다. 게다가 개발에 참여한 설계업체와 제작업체가 다르기 때문에 품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

최저가 낙찰제로 인해 벌어지는 또 다른 문제는 무기체계를 개발한 업체가 수리나 성능 개량을 맡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 또한 최저가 낙찰제로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술력도 없는 엉뚱한 업체가 수주하고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중도 포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최저가 낙찰제는 방위산업을 육성하는 근본 취지에 어긋나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면서 제도의 폐지를 주장한다. 하지만 계약 전문가들은 “진짜 문제는 최저가 낙찰제가 아니라 방사청과 방산업체 간 합리적인 원가를 제대로 산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방사청과 업체 간 합리적 원가 산정 못하는 것...방사청 노력 선행돼야

개발이 성공하면 양산은 개발업체와 ‘수의계약’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돼

그들은 “업체가 실제보다 원가를 부풀려서 방사청에 제출하고, 방사청은 업체가 제출한 원가자료를 분석해 일부분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업체의 개발과정과 업무환경을  살펴서 업체의 주장이 타당하면 원가에 반영해주는 방사청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합리적인 원가가 산정되면 거기에 적정 이윤을 보장한 사업 예정가가 산출되고 그것을 기준으로 제한된 범위의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하면 된다”고 말한다.

다른 전문가들은 “무기체계 개발업체를 선정할 때 이미 경쟁이 이루어지니 개발에 성공하면 양산은 개발업체와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보다 획기적인 의견도 제기한다. 지금은 개발업체 및 양산업체를 선정할 때 모두 경쟁시켜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하게 되니 많은 문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편, 방산비리 수사와 관련해 2016년 서울지검 산하에 방위사업수사부가 상설조직으로 만들어졌다. 특수부 출신의 베테랑 검사들로 꾸려져 시간이 지나면 전문적인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기일 국방대 교수는 “현재 방위사업 관련 소송 중인 사건만 150여 건이 넘는다”면서 “검찰에 전문 수사조직이 생겼으니 종교 전담 재판부처럼 방위사업 전담 재판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전문가 의견들이 제대로 수렴돼 정책에 반영된다면 방산업체가 정당한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또한 방산비리로 오해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어 억울하게 법정에 서는 사람들도 줄어들게 되며, 나아가 잘못 형성된 비리 프레임에서 벗어나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되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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