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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암의 속살속살] 재계 임원인사, 잊지 못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축사

오운암 사장 | 2018-12-21 12:02 등록 (12-21 13:32 수정) 1,807 views
▲ 오운암 뉴스투데이 사장

12월은 안 된 자, 된 자, 남은 자, 떠나는 자들의 희비(喜悲) 교차로

[뉴스투데이=오운암] 또 한해가 저물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임원 인사가 마무리되고 있다. 삼성, 현대, LG, SK 등에 이어 현대차 및 롯데그룹 등에서 진행되는 인사를 해당기업의 임직원들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을 것이다.

기업에서 임원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실제로 입사 동기 100명 중 1명 꼴로 임원이 되며, 그중에 또 전무, 부사장 등 고위 임원으로 승진하기는 별 중에 별따기이다.

어렵게 임원이 되어서 가족과 친지,직장에서 축하 인사와 승진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다. 수년 내에 짤릴 바에야 차라리 고참 부장으로 남아서 임금피크제에 걸리더라도 60세까지 오래 살아 있는게 낫다는 얘기도 많이 들리고 있다. 그래도 때가 되면 누구나 임원이 되기를 학수고대한다.

고독과 자괴감에 빠진 고참 부장들을 위로하고 싶어

신문지상에 이름을 올리며 영예로운 임원 열차에 탑승해서 축복받는 이들은 소수인 반면, 수년 째 임원승진을 고대하며 “올해는 반드시 될 것이다”라고 본인도, 주위에서도 기대했던 많은 고참 부장들이 금년에도 낙담하고 상심하는 한숨소리가 주위에서 크게 들려온다. 본인들보다 배우자와 가족, 주변 사람들의 안타까운 시선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에, 경험자로서 남다른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필자도 기업에 근무할 때, 고참 부장이 되어 해마다 임원대상은 되었으나, 한 번, 두 번 떨어질 때마다 크게 낙심하여, 머리를 식힌다며 한겨울 눈발 속을 뚫고 홀로 차를 몰고 전라도 목포를 거쳐 땅끝마을까지 갔다가 주변 섬으로 옮겨 다니며, 검푸른바다 위로 흩뿌려지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고독과 자괴감을 삭혔던 일이 생각난다.

임원이 된 자, 과도한 기쁨과 축하 누리기도

이재용 부회장, “여러분은 그들의 노고가 있어서 이 자리에 오셨다”

임원이 된 자들의 그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본인도 재수, 삼수의 과정을 거쳐서 간신히 임원이 되었을 때, 누구보다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좋아했고 분에 넘치는 주위의 축하를 많이 받았다.

삼성그룹의 주최로 호텔신라에서 부부동반 축하연이 열렸고 수백명의 임원 승진자들이 테이블별로 자리한 각 계열사 대표와 함께 즐거운 덕담을 나누었다. 그 때 그룹 수장격인 이재용 부회장의 축사가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여러분이 지금 부부동반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하시고 있지만, 오늘 이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여러분 회사의 동료, 선배,후배들을 반드시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들의 노력과 성과가 있었기에 여러분들이 오늘 이 뜻깊은 자리의 ‘주인공’이 될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인은 물론이지만, 나중에 들으니 아내도 그 말을 듣고 먹먹했다고 한다.

실제로 본인이 겪은 바로도, 임원 승진이 본인 혼자 똑똑하고 잘 나서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임원은 혼자만 잘난 체 하며 조직에서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조직전체의 화합과 시너지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금년에 새로 임원이 된 많은 사람들이 새겨들을 만 하다.

고령화 시대에 살아남은 자들의 기쁨은 ‘승진’보다 더 커

남은 자들의 기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초급 임원인 상무가 된 지 오래 되었지만 전무로, 또 전무 된지는 오래 되었지만 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채 해마다 “이번에는 가망이 없다. 물러나게 될 것 같다” 며 주위에 대놓고 말을해온 사람들. 전무, 부사장으로 승진이 안된 실망과 아쉬움은 포기한 지 오래이다.

이들은 유임이 확정되었을 때, 그 기쁨은 승진보다 더 크다고 한다.

필자도 아는 분 몇 명한테 문자를 보냈다. “생존을 축하 합니다”.라고. 기다렸다는 듯 답장이 온다. “보내주신 성원으로 내년 더 있게 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라고.

떠나는 자들의 아픔과 고독은 가장 커

임원승진에 탈락한 많은 후보들의 안타까움과 새로 임원이 되고 또 남은 자들의 기쁨이 교차하는 가운데, 해마다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쏟아져 나오는, 떠나는 자들의 소식도 한창이다.

기업정보분석 업체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매출액 100대 상장기업의 퇴직임원을 분석해보니, 임원이 된지 1~3년 내에 40%가 옷을 벗으며, 퇴직 당시 나이도 55세 이하가 60%를 넘는다고 한다.

60세를 넘기며 장수한 끝에 그만두는 고위 임원들도 있지만, 50대 중반 전후로 옷을 벗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친분이 있거나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본인한테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우회적으로 주변인들에게 물어물어 확인하느라고 바쁘다.

떠나는 임원들도 격려하고 ‘새로운 출발’ 돕는 사회적 분위기 절실

필자는 앞으로 승진임원뿐 아니라 퇴직임원도 신문에 크게 명단을 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한 기업의 조직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의 경제, 산업 발전에 20~30년 이상 기여해온 재계 임원들의 은퇴가 굳이 숨기거나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널리 알려져 그동안의 노고에 박수와 축하를 받고 떠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또한 이들이 대기업에서 수십년 간 축적한경영 노하우와 경력이 다른 대기업이나 중견, 중소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헤드헌터 업체들조차 퇴직유무를 잘 몰라 상당기간 접촉이 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옷을 벗는 많은 퇴직임원들은 당분간은 수십년간 일해온 조직에서 떨어져나온 허탈감과 회한(悔恨)으로마음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퇴직 후 2,3개월 동안은 직장 부서, 동료, 거래선 들과의 연이은 송별회 등으로 바쁘겠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갑자기 약속도 사라지고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이들을 위해 수년 전 먼저 떨어져 나온 사회의 선배로서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다.

떠나는 자들, 행복과 새로운 출발을 위한 ‘권태’를 만끽할 자격 있어

무엇보다 매일매일 바쁘게 업무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찾아온 시간적 여유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당분간 시간의 압력에 쫓기지 말고 권태를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

“행복은 불시에 들이닥치는 불행(퇴직)마저 경이롭게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고 한다.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않고 정말로 급하지 않은 일은 뒤로 미룬채 행복감에 젖어 즐겁게 하품할 수 있는 권태. 권태는 세상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거나 반대로 세상에서 한걸음 더 벗어나서 좀 더 마음껏 즐기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생의 반을 가정과 조직을 위해서 애썼으니, 이제는 정말 자기 자신을 위해 먼 길을 터날 수 있고 또 ‘권태의 행복함’을 즐길 자격이 있다.

퇴직은 곧 조직을 떠나 자아실현을 위한 시작이며, 자기만의 시간, 자기만의 공간을 갖출 수 있는 인생의 전환점이다. “지금 20,3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는가?” 하고 물었을 때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한다고 한다.

또다시 공부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고,,,그러고 싶지는 않다며.조직도 떠났고 애들도 다 키웠고… 이제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지 못했던 길을 다시 찾기 위한 사색과 독서도 권유하고 싶어

그 길을 찿기 위해 그동안 수 십년 간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 하지 못한 독서와 사색을 권하고 싶다. 많이 읽고 많이 사색하고….그러한 과정에서 인생 후반의 길을 찾을 수있다.

내년도 경제전망이 불투명하다.임원들이 생존하는데 급급한 것처럼, 기업들도 저마다 “내년에는 생존이 전략이다”고 외치고 있다.

모쪼록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나라 경제가 활성화되고 많은 일자리도 생겨서, 내년 이맘 때에는 새로이 (임원이) 되는 자들도 많이 늘어나고, 이미 떠난 자들도 자아실현을 포함한가치 있는 제2의 잡(job)을 구해서 “찬란한 제 2의 인생(Wonderful second life)”을 열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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