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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의 JOB채](9) 일자리의 법칙, 폭스바겐의 눈물 속에 LG화학·삼성SDI의 기쁨

이태희 편집인 | 2019-03-14 15:15 등록 (03-14 18:01 수정) 819 views
▲ 산업구조가 격변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일자리는 ‘모순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폭스바겐의 조립라인 근로자가 해고되는 반면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LG화학 임직원의 수익은 커진다. 사진은 폭스바겐의 전기차(왼쪽)와 LG그룹 전경 [사진제공=연합뉴스]

폭스바겐, GM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 미래차 시장으로 이동

조립라인 근로자들 일터에서 쫓겨나지만 이면에서 ‘신흥 직업’ 부상 중

전기차 배터리 수주 늘어나는 LG화학·삼성SDI 등은 ‘연말 보너스’ 기대?

조립라인 없어진 자리에 ‘몸값’ 높아진 소프트웨어 기술자들 진입

한국 언론들, ‘제조업’ 감소 비판에 여전히 몰두

정보통신업 증가에서 교육제도 대개혁의 필요성을 깨달아야

[뉴스투데이=이태희/편집인]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앞 다퉈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자동차 조립 근로자들은 비통에 잠기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사의 근로자들은 연말에 특별 상여금을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일자리는 이처럼 ‘모순의 법칙’에 의해 지배당한다. 자동차기업인 폭스바겐이 구조조정을 하면 한국의 삼성 SDI와 LG화학은 수주물량 증가에 따른 기쁨을 맞본다.

폭스바겐은 2023년까지 직원 7000 명을 감축하기로 했다고 dpa 통신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폭스바겐 측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공장의 디지털화, 영업이익 감소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은퇴직원 자리에 새로운 직원을 채우지 않는 대신에 소프트웨어와 전기차 분야에서 2000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빠르게 변신 중이다. 지난 1월 말에 발표된 산업연구원(KIET) 시스템산업연구실 윤자영 연구원과 이항구 선임연구원 보고서 ‘구미(歐美)의 미래차 주도권 확보 경쟁 가속화와 시사점’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의 초기 단계 시장에서 전기차가 대세를 형성할 것으로 판단, 올해 상반기에 본사가 위치한 볼프스부르크에서 무선급속충전 시험을 실시하고 이어 2020년부터 도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무선급속충전기는 17분만에 완충이 가능하다고 한다.

7000명의 직원은 가솔린 및 경유차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다.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중심으로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재편됨에 따라 발생한 희생자들이다. 일터에서 쫓겨나게 될 7000명의 근로자가 다른 회사로 이직할 가능성은 0%에 가까워 보인다.

다른 경쟁업체들도 역시 미래차 생산라인 증설로 이동 중이기 때문이다. 제너럴모터스(GM)은 지난 해 11월 북미공장 인력 1만 4000여명 감축계획을 발표했고, 포드·혼다·닛산 등도 공장폐쇄 혹은 생산중단 등의 극약처방을 쏟아냈다.

해고된 자동차 근로자들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 역사학 교수인 유발 하라리가 지적했듯이 ‘직업과 무관한 존재’로 전락하는 중이다.

반면에 독일 최대의 전기차용 배터리팩 조립업체인 BMZ그룹은 지난 해 12월 삼성 SDI와 10억달러(1조 1000여억원) 규모의 배터리 셀 공급계약을 추진하기로 했다. LG화학은 더 큰 수혜자이다. 13조원 규모의 폭스바겐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BMZ그룹과 2022년까지 지속될 리튬이온배터리 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 달 헝가리 제2공장 신설에 9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과 GM의 해고 근로자들은 남은 생에 어떻게 먹고 살지를 고민해야 하는 데 비해 세계적인 전기차 배터리업체 임직원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 [그랙픽 제공=산업연구원]

폭스바겐이 앞으로 충원할 2000명의 근로자들도 ‘취업깡패’로 볼 수 있다. 산업구조의 급변에 따라 수요는 커지는 데 비해 공급이 적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3D프린터 등의 기술자들은 몸값을 높게 쳐주는 전기차 업체를 선택하는 사치를 부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계바늘을 뒤로 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퇴조하는 산업의 종사자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폭스바겐과 GM의 구조조정을 비인간적 처사라고 손가락질하는 것만큼 허무한 행위는 없다. 결과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두 가지 행위에 집중해야 한다. 우선 세금을 더 거둬서 일터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의 실업수당과 재교육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음은 성장하는 산업의 일자리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비난은 쉽지만 대안은 없는 게 세상만사의 이치이다.

다행스럽게도 일자리 문제는 대안이 전혀 없지는 않다. 새로운 샘이 보인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조립 라인 일자리는 격감하지만 자동화 및 정보화와 관련 직업은 빠르게 늘고 있다. 그 신생직업의 파이를 키우는 게 사회적 과제이다.

지난 13일 통계청 고용동향에서 취업자수가 증가했지만 정부 재정투입에 의한 ‘노인 알바’만 급증하고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 취업자 수는 줄었다는 비판적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마치 모든 것이 문재인 정부의 실책인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는 ‘광기’와 유사하다. 왜냐하면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회현상을 해석하는 데 단 하나의 관점이 지배한다면, 그것은 광기이다. 오랫동안 지속된 제조업 고용 감소가 어찌 한 정부의 실책만으로 설명될 수 있겠는가.

더욱이 39세 이하 청년층의 정보통신업 취업 및 창업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도적으로 묵살되고 있다. 신흥직업을 외면하고 사라지는 직업이 줄어든다고 야단법석을 피우는 것은 이제 한심해 보인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일자리의 흥망성쇠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우리의 청년들이 신흥 일자리에 걸 맞는 능력을 갖추도록 학교와 사회의 교육시스템을 전면 혁신하는 게 기득계층의 의무이다. 대책 없이 비판한다고 국민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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