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메일 전송
공유하기

[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102) 벳푸에 가다② - 동양최대의 야생 동물원 아프리칸 사파리

윤혜영 선임기자 | 2019-03-19 15:23 등록 465 views
▲ [사진=윤혜영 기자]


동물원, 115만㎡에 69종의 동물 1.300마리가 있어 정글버스로 50분 운행

벳푸는 온천과 미식, 도심 근교 사파리와 수족관·쇼핑타운 등 갖춘 명품도시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벳푸 입성 이틀째 날, 조식을 마치고 벳푸역 관광안내소로 가서 아프리칸 사파리 티켓을 구매했다. 왕복 버스비와 사파리 입장료, 정글버스 승차권의 패키지를 할인받아 구매했다.

옆 뒤편의 버스 승강장으로 가서 줄을 서서 버스에 탑승했다. 사파리행 버스는 직행이 아닌 완행이었다. 벳푸 시내와 지옥온천 등의 유명 관광지마다 멈춰 서서 승객들이 타고 내렸다. 터질듯한 만원버스는 학창시절 이후로 거의 접하지 못했던터라 아이들을 챙기랴 흔들리는 버스에서 넘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으랴 진땀을 흘렸다.

그때 중년의 어느 여인이 17개월 둘째를 한팔로 안고 땀을 흘리는 남편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해주고 본인은 목적지까지 서서 갔다. 타인을 위한 선한 배려가 참으로 고마웠다.

버스는 점점 고원지대로 오르며 달려갔다. 차창 유리에 김이 서려 큰아이가 손으로 글씨를 썼다. 50분쯤 지났을까 지루함에 멀미가 올 즈음 종점인 아프리칸 사파리에 도착하였다.
안내소 앞에 정글버스 두 대가 서있었고 동물들이 있음직한 독채 건물들이 보였다. 2시에 한국어로 방송하는 정글버스는 예약이 다 차서 못 타고 그 뒤에 오는 버스를 예약해두고 주변 구경을 했다.

길 건너편에 유치원생인 큰 아이와 크기가 비슷한 조랑말들이 우리 속에서 놀고 있었다. 1.5m를 넘지 않는 미니말이다. 30kg미만 어린이들은 말을 탈 수 있다고 하여 500엔을 지급하고 큰아이를 태웠다. 조랑말들은 각자의 명함이 있었고 명함뒤편에는 이름과 나이를 비롯한 상세한 프로필들이 적혀있었다.

딸이 탄 말의 이름은 '브리아나'였다. 아기 호랑이관에 갔다가 강아지 까페 등을 구경하고 정글버스를 타러 갔다.


▲ [사진=윤혜영 기자]

아프리칸 사파리는 약 115만 평방미터의 들판에 69종, 1.300마리의 동물들이 5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고 정글버스는 각 구역들을 통과하며 50분을 운행한다.

자리에 앉아 가이드에게 주의사항을 듣고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용으로 나뉘어진 먹이를 지급받았다. 철조망으로 된 문을 통과하여 드넓은 평원 속으로 버스가 천천히 진입했다. 높은곳에서 지켜보는 감시탑이 곳곳마다 있었다. 버스가 멈출때마다 동물들이 다가왔고 승객들은 집게를 이용해 먹이를 주었다.

다양한 동물들이 나타났다. 커다란 곰이 창문에 붙어 먹이를 받아먹었고, 목이 긴 기린이 새끼와 함께 나타났다. 하이에나와 표범은 해바라기를 하며 조느라 버스가 나타나도 누워만 있었다.

사자와 호랑이의 구역으로 들어섰을 때 하늘 위에서 독수리들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먹이를 건낼 때마다 빠른 속도로 나꿔채가며 호랑이를 약올렸다.


▲ [사진=윤혜영 기자]

동물원의 좁은 우리에 갇혀있는 그들을 대할 때 마음속으로 알 수 없는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교차했었는데 비교적 자유로워 보이는 동물들의 모습에 안도감이 일었다. 물론 그것조차 그들의 태생적 고향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투어가 끝나고 십분 뒤에 벳푸역으로 가는 버스가 있어 잽싸게 줄을 섰다가 일등으로 버스에 올랐다. 다시 서서 갈 수는 없었다. 그런데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이들은 구경을 마저 하는듯 버스가 텅텅 비어 있었다.

벳푸역에 내려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샀다. 여행 내내 로손이나 세븐일레븐 등의 편의점이 보이면 애용했는데 200엔이 안하는 원두커피의 맛이 참 좋았고, 도시락이나 샌드위치의 맛도 수준급이었다. 스시와 샐러드랑 어묵도 맛있었다. 나중에는 필요하지 않아도 눈에 보이면 본능적으로 달려가게 되었다.

계산할 때는 현금이나 신용카드 외에 스이카나 리모카 등의 일본 교통카드로도 결재 할 수 있어 편리했다. 점심을 먹으러 기타하마 버스 정류장 뒤편의 토요츠네로 향했다. 텐동으로 유명한 맛집이었다. 텐동은 덴푸라 돈부리(天ぷら丼)의 줄임말로 밥 위에 각종 튀김을 올리고 소스를 더해서 먹는다.


▲ [사진=윤혜영 기자]

1층은 만석이어서 다다미가 깔린 이층에 착석했다. 텐동과 치킨, 정식등을 섞어서 주문했다. 점심시간에 방문하면 주메뉴들을 할인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

바삭한 튀김과 달콤한 간장이 스며든 하얀쌀밥. 맛있지 않을 이유가 없다. 텐동 외에 따로 주문한 메뉴들은 평범했다. 음식점에 가면 주력메뉴에만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상기하였다.

토요츠네의 뒤편으로는 시원하게 바다가 펼쳐졌다. 날이 차가워 바닷물은 먹색에 가깝게 짙푸른 빛깔이었다. 가까운 거리에 쇼핑센터인 유메타운이 있었으나 재래시장에 가보고 싶어 야요이 상점가로 어슬렁거리며 걸어갔다. 일부러 골목과 골목을 드나들며 걸어다녔다.

낯설지만 정감있는 일본의 골목길은 한국과 다른듯 비슷하여 언젠가 와본듯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크고 작은 점포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낮에는 영업을 않는지 대부분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뒷골목에는 세월에 쇠락한 술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는데 문을 밀고 들어가면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어디선가 나처럼 늙어갈' 그리운 이가 앉아있을듯 지난 세기의 자취를 품은채 남아 있었다.


▲ [사진=윤혜영 기자]

길 중간 즈음에 커다란 텐구가 자리잡고 있었다. 텐구는 승려나 도깨비의 모습을 형상화한 액막이 조형물로 붉은 얼굴에 과장되게 큰 코가 특징이다. 코의 모양에 따라 오오텐구, 쇼텐구, 카라스텐구가 있으며 벳부 시장의 텐구는 쇼와시대(1974)때 시장의 화재를 막는 부적으로 탄생했다.

텐구는 마츠리(まつり)에 사용되어 위엄과 흥을 돋운다. 일본의 마츠리는 과거 길흉화복을 비는 제의(祭儀)에서 시작되었으나 현재는 축제나 이벤트로 점차 변형되어 지역의 이미지 메이킹과 관광객 창출에 이바지한다.


▲ [사진=윤혜영 기자]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는 도시는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을까? 세계화로의 편입은 도시의 획일성과 몰개성을 가져온다. 메트로폴리탄은 거대한 마천루의 상징적 이미지로 형상화될 뿐 그 속에서 개인의 가치는 매몰된다.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은 브랜드의 쇼핑센터들과 비슷한 주제의 테마파크, 체인 호텔들은 판에 박힌 여행의 패턴을 무수히 복제한다.

결론은 다양성의 확보와 전통의 보존이다. 도시의 아이덴티티가 잘 살아있고, 관광 인프라의 구축, 지역의 정체성이 잘 확립된 도시는 쇠퇴하지 않고 살아남는다. 나아가 노인과 아동, 여성과 장애인을 배려하는 어메니티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런면에서 벳푸는 명품도시의 요건을 다양하게 충족하고 있었다. 온천과 미식으로 즐기는 즐거움, 도심 근교에 위치한 사파리와 수족관, 쇼핑타운 등의 접근성과 편의성은 벳푸만의 지역정체성과 어우러져 웰빙도시의 자격을 잘 갖추고 있다.

- 3편에 계속>>>








윤혜영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Copyright ⓒ 뉴스투데이.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주요기업 채용정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