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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보궐선거] 현장에서 만난 황교안대표는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이상호 전문기자 | 2019-04-01 15:25 등록 1,048 views
▲ 정당 대표들이 지난 3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일대에서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 지역 당 후보 혹은 단일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4·3 국회의원 재보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PK(부산·경남)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또한 선거결과가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후반부 국정장악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인 만큼 여야가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젊은 진보도시 창원 성산, 자유한국당의 한계

여론조사에 따른 판세는 창원 성산에서 민주당과 단일화를 이운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오차범위 밖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에 우세, 통영 고성은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양문석 후보를 앞서고 있다. 여론조사대로 끝나면 보수와 진보가 1승1패, 무승부다.

민주당은 창원 성산에서 여영국 단일후보의 승리를 낙관하면서 통영 고성의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반대로 자유한국당은 창원 성산 역전승에 올인하고 있다. 정치권과 현지의 관심도 통영 고성보다는 창원 성산에 쏠린다.

통영 고성은 역대로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이 한번도 당선된 적이 없을 정도로 보수성이 강한 지역이고 여론조사 결과도 창원 성산 보다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창원 성산은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로 한국 진보정치의 성지나 다름없는 곳인데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 등 정의당 등과의 진보연대를 통해 자유한국당을 포위하는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에 선거결과가 더 주목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이 고용악화 등 경제문제와 장관후보 2명이 낙마,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부동산 투기의혹에 따른 교체 등 국정난맥을 집중 공격하면서 견제심리 작동을 통한 역전승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창원 성산 주민의 평균연령은 30대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젊은 도시다. LG전자, STX중공업,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 공장이 몰려있는 경남권 최대 공업단지로 외지에서 젊은 인구가 많이 유입된 까닭이다. 권영길 노회찬 등 진보진영 인사가 민주노총의 지원을 받아 당선되면서 진보정치의 중심이 됐다.

게다가 진보진영의 단일후보가 민주당이 아닌 정의당 소속이라는 것도 자유한국당이 쉽지 않은 이유다. 경제난과 인사난맥 등 집권여당의 실책을 직접 공격하지 못하고 정의당 후보를 상대로 “2중대‘ 같은 애매한 표현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 황교안 대표가 화난 이유는

황교안 대표는 이번 보궐선거가 전격적인 자유한국당 입당에 이어 당 대표를 거머쥔 후 첫 번째로 치르는 선거인만큼 결과가 본인의 당 장악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황 대표는 지난달 21일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창원 성산에 원룸을 얻어 통영 고성을 오가면서 선거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창원에서 통영까지는 차로 1시간 정도. 하루에도 몇 번을 오갈 수 있는 거리지만 창원 성산에 주로 머물며 지원유세를 집중하고 있다.

선거전 마지막 주말,토요일인 지난 30일, 황교안 대표는 오전에 잠시 통영 고성에 넘어갔다가 곧바로 창원 성산으로 넘어 와 곳곳을 누볐다.

오후 3시30분. 프로축구 홈팀인 경남FC 경기가 열리는 창원 축구센터 앞에는 각 정당 대표와 후보가 총출동했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당 수뇌부의 모습이 보였다.

분위기는 정의당 여영국 후보측이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프로축구를 보러 오는 관중이 젊은층이 많은데다가 현장 선거운동원의 수나 기세도 정의당이 주도했다.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붉은점퍼 부대>도 경기장 앞 이곳저곳을 누비며 악수공세와 사진찍기에 열중했지만 젊은 관중과 아이들이 보내는 반응은 미지근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이재환 후보는 유세차에서 여야를 싸잡이 기성정치 비판하는 연설에 몰두했다.

이날 지원유세를 하는 황교안 대표의 모습과 표정에서 창원 성산의 판세를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 황 대표는 축구장의 젊은 유권자와 악수하며 아이들과 사진 찍기에 집중하려 했지만 외지에서 온 인사들이 번번히 황 대표의 동선을 가로막았다.

창원 성산과 통영 고성 두곳 모두 여야가 중앙당에서 대대적인 동원령을 내려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주축 당원들이 현지를 줄지어 방문하고 있는데 이들은 ‘눈도장 찍기’에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은 당을 장악한지 얼마 안되는 황교안 대표쪽이 훨씬 심했다.

결국 창원 축구센터가 유세가 끝나고 이어진 창원시 성산구 중앙대로에 있는 롯데마트앞 거리인사에서 황대표가 폭발했다. 롯데마트에는 황대표가 도착하는 4시30분 훨씬 이전부터 외지에서 온 붉은 점퍼 차림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4~5명과 당협위원장, 핵심당원 등 40~50명이 광장을 메웠다.

황 대표가 도착하자 그중 한명이 광장에 모여있는 자유한국당 인사들 쪽으로 황 대표를 데리고 가 인사를 시키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황 대표가 두 팔을 휘젖으면서 큰 소리를 냈다.

“아니 여기 시민들한테 인사하러 왔는데 우리끼리 이러고 있으면 뭐하자는 겁니까?”
“이러면 안됩니다. 모두 헤어지세요” 황 대표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멈칫멈칫 자리를 떠지 않는 사람들에게 황 대표가 “아니, 정말 이러면 안됩니다.”라며 몇 번이나 더 역정을 내자 하나들씩 슬그머니 사라졌다.

황 대표는 어릴 적 평검사 시절부터 남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자기 당의 현역 국회의원한테 화를 내는 것을 보며 창원 성산의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롯데마트 거리인사가 끝날쯤 황대표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여기까지 웬일?”이냐는 황 대표에게 그에게 덕담을 넣어 선거상황을 물어봤다.
“창원 성산도 이길 수 있겠죠?”

대답 대신 황 대표의 표정과 눈빛이 굳어졌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적당한 말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 표면은 경제 이슈,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모든 후보 “반대”

각 후보의 연설이나 플래카드 등 4·3보궐선거의 키워드는 단연 '경제'다. 조선업의 불황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경남 통영·고성이나 제조업이 부진에 빠진 창원 성산 모두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각 후보의 선거구호에도 경제문제가 압도적으로 많다. 서로 ‘지역경제를 살릴 적임자’라고 다투거나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구호까지 눈에 띈다.

지난달 25일 고성청년회의소 주관으로 열린 후보 토론회에서도 양문석 후보와 정점식 후보가 서로를 견제하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두 후보는 지역의 최대 현안인 성동조선 문제와 KTX 역사 문제, 예산 확보 문제 등으로 격론을 벌였다.

양 후보는 "정 후보의 공보물엔 성동조선을 다시 살리겠다고 나와 있다"며 "성동조선은 이미 정부에서 공적자금 투입돼 회생불능 판정을 받았는데 성동조선을 어떻게 살릴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정 후보는 "성동조선소 법인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며 "상징으로서의 성동조선과 조선업의 부활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두 후보의 설전 속에 대한애국당 박청정 후보는 자신이 청렴한 해양수산 전문가임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문제도 큰 이슈였다. 창원 성산은 물론 통영 고성도 대우조선해양이 있는 거제와 지척인데다 금속 주물 등 조선관련 하청업체가 많은 까닭이다. 그러나 여야후보 거의 모두가 체권단인 은행과 정부가 추진 중인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하고 있었다.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으려는 창원 성산의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그렇다치고 자유한국당 강기윤후보 또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다 죽이는 인수합병 반대한다”고 적힌 큰 플래카드를 걸어 놓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문제는 한국조선업의 생존을 위한 절실한 ‘경제논리’이지만 1표라도 더 얻어야하는 선거, ‘정치논리’ 앞에서는 부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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