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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재의 Old & New] 크롬웰의 교훈이 국군에게 던지는 메시지

원태재 군사전문가 | 2019-04-03 17:16 등록 715 views
▲ 영국의 정치가이자 군인인 올리버 크롬웰. [사진제공=연합뉴스]

크롬웰, “군중들의 일시적인 환호가 뿌리 깊은 지지로 이어지는 것 아냐”

[뉴스투데이=원태재 군사전문가]

신앙심이 두터운 시골 젠틀맨 출신의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1599~ 1658)은 10년에 걸친 영국의 청교도 혁명(1642~1651년) 기간을 통해 위대한 지휘관으로 성장하였다.

1651년 찰스 2세가 이끄는 스코틀랜드 군대를 무찌르고 잉글랜드로 개선하던 어느 날, 크롬웰과 그의 혁명군은 엄청난 환영 인파로 인해 행군을 멈춰야만 했다. 그의 부하 지휘관들과 병사들은 환영 군중들과 어울리느라 계속 행군을 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였다.

그 때 크롬웰은 플리트우드(Fleetwood)라는 젊은 장군을 불러 이렇게 질책했다. “귀관은 나와 제군들이 전투에 패해서 적의 포로가 돼 런던으로 끌려올 경우 이 보다 더 많은 군중들이 모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환영 열기에 휩싸여 혁명군들이 사명감을 잊고 기강이 해이해져 민심을 거스를까 우려해 미리 경고를 한 것이었다. 그는 여론에 휩쓸리거나 인기에 영합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또한 그는 ‘시민(市民)의 자유’보다도 하나님의 백성, 즉 ‘신민(神民)으로서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노련한 크롬웰은 군중들의 일시적이고 무비판적인 환호가 곧바로 다수의 뿌리 깊은 지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민주주의란 한 마디로 국민 다수의 뜻을 반영하는 여론에 의한 정치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국민의 뜻을 의미하는 여론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중세에는 오직 ‘신의 뜻’만이, 그리고 ‘짐이 곧 국가’이던 근대 절대 왕정체제에서는 ‘국왕의 뜻’만이 존재했다.


■ 진정한 여론은 수면 하의 거대한 몸통 같이 다수의 선량하고 절제된 견해


그러나 우리는 지나온 역사를 통해 사회의 일부 특정 세력이나 소수 의견이 여론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과거 파시즘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와 민주주의가 덜 성숙된 후진사회에서는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우리가 잘 아는 나폴레옹, 비스마르크,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 등 독재자 및 전제군주들은 모두 국민의 뜻을 빙자해 여론을 조작했다.

더구나 오늘날은 SNS의 발달로 인해 정확한 정보에 바탕을 둔 여론 형성이 더욱 어려워진 면이 있다. 학벌이나 지위, 직업과 관계없이 떠도는 무책임한 말 한 마디에 모두가 이성을 잃고 얇아진 ‘종이 귀’를 팔랑거리며 떼를 지어 몰려다닌다. 과거 광우병 사태가 그랬고 천안함 폭침사건이 그랬다.

진정한 여론이란 잠시 물 위에 드러난 빙산의 일각이 아닌 수면 하의 거대한 몸통과 같으며, 잠시 요동치는 파도가 아닌 깊은 바다 속의 물과 같은 것이다. 이해관계에 집착해 소란스럽고 천박한 막말을 외쳐대는 소수가 아니라, 믿음과 신뢰로 오래 참고 기다릴 줄 아는 다수 국민의 선량하고 절제된 견해를 의미한다.

오늘날에는 군대도 여론으로부터 전혀 자유로울 수 없다. 군대의 승리는 확고한 국민의 지지가 그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적이고 자신감 있는 군대는 결코 일시적인 여론을 좇아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군대가 묵묵히 자기 본분을 다하면 떠났던 여론도 다시 돌아오게 마련이다.


■ 군이 처한 현실은 동 트기 전 새벽...아침 오지 않았는데 총 놓아선 안 돼

충무공 말씀대로 군대는 “가벼이 움직이지 말고 태산같이 침착하고 무겁게 행동해야만 한다(勿令妄動 靜重如山).” 충무공이 옥에 갇히고 모진 고문을 견딘 것은 여론을 좇지 아니하고 오로지 나라와 백성의 안위만을 생각했던 진정한 군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충성심 때문이었다.

군대의 임무는 첫째 적의 침입에 대비하는 것이고, 둘째는 적이 대화로 나오도록 힘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래서 군대는 무조건 강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군을 남북 대화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9·19 군사합의가 바로 그 증거이다. “군 때문에 전쟁이 나므로 군이 무기만 내려놓으면 평화가 올 것이다”라는 것보다 더 큰 환상은 없다. 신사끼리의 결투에서도 서로 신뢰를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무기를 내려놓는다. 그것도 매우 조심스럽게...

철책을 지키는 병사에게는 날이 새기 전 새벽이 가장 춥고 견디기 어렵다. 지금 우리 군이 처한 현실이 바로 동 트기 전 새벽과 같다. 그러나 아직 아침이 오지 않았는데 총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질 것을 맹세한 군인이 자리에 연연한다면 그는 이미 군인이 아니다. 충무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시류를 좇지 않고 오직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진정한 의인, 군인다운 군인이 정말 필요한 때이다.






前 국방부 대변인(역사학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前 육사 전사학과 교수
前 국방대 외래교수
前 영국 서섹스대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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