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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현장에선]낙태죄 헌법불합치가 만드는 2개의 '전쟁터', 의료계도 고민하는 '낙태 허용' 조건

박희정 기자 | 2019-04-11 17:45 등록 203 views
▲ 유남석 헌재소장 등 헌법재판관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은애, 이선애, 서기석 헌법재판관, 유남석 헌재소장, 조용호, 이석태, 이종석 헌법재판관. [사진 제공=연합뉴스]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2020년 12월 31일까지 ‘후속 입법’

입법 과정에서도 ‘임산부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격돌 예상

[뉴스투데이=박희정 기자]

헌법재판소가 11일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후속 입법’을 둘러싸고 의료계에 의견이 분분하고 있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이 위헌이지만 즉각적으로 무효화할 경우, 입법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예상되므로 국회에 시한을 주고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국회가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 개정을 하도록 했다.

이번 헌재판결에서 ‘산모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은 치열하게 대립했다. 헌재는 “낙태금지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과소평가된 자기결정권에 정당한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낙태죄 폐지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이들 양대 가치는 격돌할 전망이다. 그 전쟁터는 두 곳이다.

임산부의 자유로운 낙태 허용기간 두고 ‘12주’와 ‘8주’가 대립할 듯

의료계, “대부분 선진국 12주까지는 자기결정권 존중”

일부 산부인과 의사, “8주부터 태아의 신체와 인격 형성돼”

첫째,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의 존폐 혹은 개정 문제이다. 형법 269조 1항과 270조는 낙태 수술을 받은 여성은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임산부의 동의를 받아 수술한 의사는 2년 이하 징역으로 각각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임신 초기인 12주까지는 임산부의 요청에 의해 무조건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12주까지는 독립적인 생명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보고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자는 논리이다.

실제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6개 국가 중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임신 12주까지는 임산부가 원하면 낙태는 합법적 행위가 된다.

초기 임신 상태에서 낙태를 합법화하기 위해서는 형법을 개정하거나 특벌법을 만드는 방식이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독일은 12주 이전까지 낙태를 합법화하는 형법과 특별법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는 ‘임신 8주’를 주장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미국도 8~12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8주부터는 태아의 신체와 인격이 형성된다는 학설이 유력해 이후에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심각한 생명권 침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에 11일 헌재 판결에서는 독일보다 ‘진보적 견해’가 제시됐다. 낙태죄가 단순 위헌이라는 의견을 낸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은 “임신한 여성이 ‘임신 제1삼분기(14주)까지는 어떤 사유이든지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100% 존중되는 낙태 허용기간을 둘러싼 의료계와 법조계 그리고 시민단체 간의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신 13~22주 기간 낙태 허용 두고 다양한 견해가 대립

현행 모자보건법의 임신중기 이내 낙태조건 '확대'는 확실시

김동석 산부인과의사회 회장, “치명적 태아의 결함은 24~26주에 발견돼”

둘째, 모자보건법의 합법적 낙태규정을 개정하는 문제이다. 낙태죄를 규정한 현행 형법은 낙태를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모자보건법’에 설치해 두고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신 중기(24주 이내)에 한해 ▲본인이나 배우자에 유전학적 정신장애가 있을 때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강간 등에 의한 임신 ▲임신을 지속하면 산모 건강이 위험해지는 경우 등 5가지 사유는 낙태를 허용한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재판관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전의 낙태에 대해서는 여성이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모자보건법이 허용하는 낙태 기간을 22주까지라고 권고한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임산부의 낙태 허용 기간 및 조건을 신축적으로 운용하자는 입장이다. 13~22주 기간의 낙태만 허용하도록 모자보건법을 개정할 경우, 의학적으로 필요한 낙태가 또다시 불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도 법을 지키고 싶지만 법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이 문제였다”면서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은 1973년 제정돼 이후 발전한 의료기술이나 그에 따른 전문가 의견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현행법은 산모와 관련되 사항만 반영하고 태아 관련 사항은 없다”면서 “ 때문에 무뇌아 등 생존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태아를 낙태해도 산모와 의료인 모두 처벌 대상이 되는 반면에 유전되지 않는 정신장애는 낙태 허용사유에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특히 “낙태 허용 시기 또한 산모와 태아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 규정하기 어렵다”면서 “정밀초음파는 임신 24∼26주에 보게 되므로 뇌 질환 등 치명적인 질환이 늦게 발견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모자보건법이 최대 낙태허용기간을 22주까지로 못박을 경우 태아의 치명적 결함에 의한 ‘낙태 필요성’이 구제받지 못한다는 설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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