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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배터리 어디로 가나]③ LG·SK 위기의 치킨게임, 중국이 웃는다

권하영 기자 | 2019-06-03 07:39 등록 (06-03 07:39 수정) 715 views
▲ 지난 3월 19일(현지시간)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에서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생산을 위한 공장 기공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산업의 쌀’ 반도체에 버금가는 성장력 덕분이다. 기술 주도권을 노리는 한중일 경쟁도 치열하다. 하지만 후발주자 한국의 역전은 쉽지 않다. 최근 벌어진 국내 기업간 소송전은 악재가 됐다. 뉴스투데이는 요동치는 배터리 시장 지형 속 한국 배터리 산업이 나아갈 길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LG화학·SK이노, 배터리 영업비밀 둘러싸고 법적 다툼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글로벌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 LG화학과 법적 다툼 중인 SK이노베이션의 김준 사장이 얼마 전 밝힌 소회다. 양사는 현재 배터리 핵심 기술 유출 건으로 국제 소송을 치르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가운데 두 회사가 서로 칼을 겨누면서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특히 세계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노리는 중국 등 경쟁국들이 괜한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29일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제기한 2차전지(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최근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곧 담당 행정판사가 배정되면 내년 상반기 예비결정을 거쳐 하반기 무렵 최종결정이 나온다.

앞서 LG화학은 2017년 무렵 당사 출신 핵심인력을 SK이노베이션이 대거 채용하면서 중요 기술을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LG화학은 ITC의 증거개시 절차(소송 당사자가 요청 시 관련 정보나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활용하기 위해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제소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도 구체적인 반박문을 내놨다. LG화학과 다른 생산 공정 기술을 사용하고 있어 애초에 영업비밀이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또 LG화학 출신 인력은 공정한 과정을 거쳐 채용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혹 제기가 계속되면 법적 조치를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 [자료=SNE리서치, 그래픽=뉴스투데이]


■ 국내기업 ‘치킨게임’에 중국업체 ‘어부지리’ 경계해야

문제는 소송전이 길어질수록 양사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전략에는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길 원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두 회사의 소송이 장기적인 불확실성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소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당분간 사업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소송으로 SK의 배터리 공급 증가속도가 주춤할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생산 제한, 배상금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해외 배터리 공장 증설이 지연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양사의 최근 세계 배터리 시장 성장세를 보면 더 안타까운 대목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2016년 4.3%였던 점유율을 2년 새 10.2%까지 끌어올렸고,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2월 기준 사상 첫 글로벌 상위 10위권에 들기도 했다.

치고 올라오는 건 중국이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내수를 키워온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최근 유럽과 미국 등 세계 무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례로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은 독일에 짓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생산능력을 최근 7배가량 늘리기도 했다.

성장 속도도 무섭다. SNE리서치가 집계한 CATL, 비야디, 파라시스 등 중국 대표 배터리업체들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74.8%, 396.9%, 193.2%에 달했다. 공격적인 생산시설 투자와 기술개발 덕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4~5년 이후에는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배터리업계의 수퍼 사이클이 올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중국을 비롯한 세계 배터리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선제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해야 할 이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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