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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의 JOB채](25) 기술냉전 속 3각 파도에 빠진 삼성전자 구출하기

이태희 편집인 | 2019-06-11 06:59 등록 (06-11 06:59 수정) 772 views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화웨이 사태를 둘러싸고 ‘신기술냉전’구도를 형성함에 따라 한국기업 보호 정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AI특허건수 3위 기업 삼성전자, ‘안팎의’ 3각파도 맞닥트려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최근 삼성전자가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기술 특허를 3번째로 많이 보유한 기업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특허 보유건수는 1만 1243건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1AKS 8365건), IBM(1만 5046건) 다음이다. 아마존이나 화웨이는 톱 10명단에도 오르지 못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AI를 차세대 기술로 지목하고 인재 영입에 나선 게 불과 1년여 전이다. 당시만 해도 중국이 최대 AI특허 보유국이라는 통계가 이슈였다. AI기술 주도권 경쟁의 판도가 지극히 가변적이고,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선두에 합류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4차산업혁명시대의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핵심기업인 셈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갈등이 ‘신기술냉전’으로 비화되는 와중에 ‘3각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두 거인, 삼성전자에게 “저 놈과 거래하지 말라”고 양자선택 강요

한국 정부, ‘신기술냉전’ 외면하며 ‘개별 기업 문제’라고 단언?

삼성전자가 직면한 두 개의 파도는 미국과 중국의 통상압력이다. 거인 두 명이 서로 “저놈과는 거래하지 말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미국은 ‘반화웨이 전선’에 확실하게 합류할 것을 압박해왔고, 중국은 급기야 ‘중국 편들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초강대국 간의 통상갈등을 넘어서 20세기 전반기 냉전시대를 연상시키는 ‘신기술냉전’구도가 강요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만은 ‘내편’으로 골라야 하는 양자선택의 딜레마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정부의 상황인식은 대단히 안이하다. 청와대는 한국기업에 대한 미중의 압력을 ‘개별기업의 문제’라고 평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두 국가와의 외교관계의 민감함을 고려한 조치라고 해도 지나친 ‘저자세 외교’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 여론을 의식했는지 청와대는 10일 더 기발한 해명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난 4,5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불러 트럼프의 ‘반화웨이 전선’에 동참할 경우 심각한 불이익에 봉착할 것”이라는 취지로 협박했다는 뉴욕타임스 및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지난 8일(현지시간) 보도와 관련해 ‘통상적인 사건’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만 그런 게 아니라 지난해에도 그랬고, 끊임없이 불러서 이야기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기업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에 대해서는 중국법에 따라 불러서 조사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의 두 가지 해명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 미중이 삼성전자 등에게 행사하는 압력은 결코 ‘개별기업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중국의 한국기업 옥죄기가 ‘연례행사’라는 것도 태양을 가리려는 논법이다.


트럼프, ‘화웨이 죽이기’ 행정서명에 직접 서명

시진핑, ‘친구’라 부르며 핵심측근 통해 ‘반 트럼프 전선’ 결집 중

미·중 간 무역전쟁 및 화웨이 사태를 계기로 양국의 최고 권력자들이 앞다퉈 주변국들에게 살벌한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게 냉정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지난 달 15일 화웨이의 5G통신장비 사용을 금지시키기 위해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체 보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본격적인 ‘화웨이 죽이기’의 출발점이다. 이후 신기술냉전 구도가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불렀다는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국무원 산하이지만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직할통치하는 중국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라고 볼 수 있다. 이 기관은 최근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를 통해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하고 하기도 했다. 이 위원회의 허리펑(何立峰)주임은 시 주석의 핵심 측근이자 경제 브레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와의 무역전쟁에서 허리펑 주임을 앞세워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러시아를 순방중인 시 주석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중 관계가 붕괴(disruption)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내 친구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러한 의향이 없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핵심 측근을 통해 주변국 기업들에게 ‘반트럼프 전선’에 동참할 것을 강요하면서 스스로는 트럼프를 겨냥한 ‘외교적 수사’를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음흉스러운 중국인의 전형적인 양동작전(陽動作戰)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주먹을 휘두르며 각국 기업들에게 ‘줄서기’를 강요하는 사태를 개별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 한국정부의 현명한 통상외교가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 정부,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복합적 관계 활용한 통상정책 펴야

문재인 대통령도 시 주석처럼 복선을 깔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에게 ‘친구’라고 부르면서 “미중 무역갈등의 와중에서 한국기업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는 언급 정도는 날릴 필요가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좀 더 실무적인 전략을 구상, 실행에 옮겨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화웨이 간의 관계는 복합적이라는 측면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두 기업은 5G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자이다. 하지만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하는 중요 고객이기도 하다. 경쟁과 협력의 관계인 것이다.

그 이중성을 이용하고, 일부 희생을 감수하면 해법이 나올 수도 있다.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대 중국 반도체 수출 및 투자의 불가피성을 미국 측에 설득하는 대신에 화웨이의 5G통신장비 수입은 중지하는 방안이 한국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가장 합리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반도체 매출 중 화웨이 비율은 각각 3%와 12%이다. 어차피 국내에서 LG유플러스 이외의 SKT와 KT는 화웨이의 5G통신장비를 배제했다. 트럼프가 우방국에게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화웨이 장비 수입 금지이다.

만약에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신기술냉전구도’를 고착화시킨다면 화웨이 통신장비는 ‘사석작전’으로 버리고 대중 반도체 수출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미중과 통상교섭을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도 현명한 우리 측의 카드인 것으로 보인다.


제 3의 파도는 검찰의 ‘삼바’ 수사, 증선위의 분식회계 판정 논리와 다른 방향

미·중 정상은 ‘국수주의 경제철학’ 내걸고 행패, 한국만 ‘자국기업 손보기’

삼성전자가 정부의 통상외교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줄타기를 벌인다고 해도 제 3의 파도는 여전히 서슬이 시퍼럴 공산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회계혐의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검찰 수사가 그것이다. 삼바의 분식회계 행위가 경영권 승계와 연결됐다는 검찰의 수사논리가 입증된다면, 삼성전자는 또 다시 총수부재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고 검찰이 삼성전자 봐주기 수사를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위회가 지난 해 11월 삼바의 ‘고의적 분식회계’판정을 내린 논리에 따라 수사를 하면 된다. 당시 증선위의 판정논리에 따르면, 삼바의 분식회계 혐의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 회계법상의 결함만을 지적했다. 이 점에서 증선위의 관점은 삼바 분식회계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결 짓는 참여연대 등의 주장과 맥을 달리했었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주먹질도 모자라, 한국 검찰까지 삼성전자 손보기에 열을 올리는 작금의 세태는 국수주의자가 아니라도 납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게 다수 여론이라는 점은 온라인상의 댓글만 챙겨 봐도 알 수 있다.

트럼프와 시진핑은 자국 기업 배불리겠다는 ‘국수주의 경제철학’을 내걸고 국제무대에서 행패를 부리는데 한국만 초연하다. 밖에서 맞고 있는 자식을 집안에서 또 때리는 부모는 도리를 저버린 사람이다. 국가론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국가와 기업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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