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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선다] 정정용 감독, 무명선수에서 ‘믿고 맡기는 지도자’로

염보연 기자 | 2019-06-17 11:25 등록 (06-17 11:25 수정) 714 views
▲ 장정용 감독[사진제공=연합뉴스]

부상으로 막 내린 선수생활, 쉼 없는 학구열로 유명

"졌지만 잘싸웠다."

[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무명의 축구선수 출신 감독의 아름다운 여정이 막을 내렸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역대 최고 성적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국민들은 대표님이 한 경기, 한 경기 이길 때마다 환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멋지게 놀고 나온 우리 선수들 자랑스럽다”며 격려했다.

정정용 감독은 경기 후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 뛰어줬기에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선수들은 90분 동안 최선을 다했다.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다 해줬다. 감독인 내가 조금 부족했다. 잘할 수 있는 걸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실 이번 U-20 대표팀은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는 큰 기대를 받지는 못했다. 스페인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을 제외하면 인지도가 떨어지는 선수들이 스쿼드를 차지했다. 정 감독은 선수들을 똘똘 뭉쳤다.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1차전, 남아공과 2차전을 거치고 마지막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원팀’으로 만들었다.

정정용 감독은 무명의 축구선수 출신이다. 1969년생으로 대구에서 태어났다. 축구에 입문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이후 대구 지역 축구 명문인 청구중학교, 청구고등학교를 거쳐 경일대학교를 졸업했다. 1992년 실업팀 이랜드 푸마의 창단 멤버로 입단했다. 포지션은 센터백. 선수 생활을 하다가 98년 부상을 입고 은퇴했다. 그의 나이 29세였다.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 29세로 은퇴, 유소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

선수로서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정정용은 학구열이 높은 선수였다. 96년 명지대학교 체육교육학 대학원에 입학하고 구단에 허락을 받아 선수 생활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했다. 98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축구선수로서 은퇴한 뒤에는 한양대학교 스포츠생리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유소년 축구 강국인 포르투갈로 축구 유학을 떠나며 지도자 역량을 쌓았다.


▲ 훈련 중인 정정용 감독 [사진제공=연합뉴스]

정정용은 U-14, U-17, U-18 등 유소년 전담 지도자로 활동했다. 종종 타 연령별 대표팀 감독이 자리를 비울 때 ‘소방수 역할’을 맡기도 했다. 안익수 감독의 대행으로 U-20 대표팀을 잠시 맡아 2016 수원 컨티넨탈컵에서 해당 대회의 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김봉길 감독 선임 이전까지 2018 AFC U-23 선수권 대회 예선전의 U-23 대표팀 감독 대행직을 수행했다.

U-20 월드컵 출전권은 2018년 따냈다. ‘FIFA U-20 월드컵’ 출전권을 둘러싸고 펼쳐진 U-19 ‘2018 AFC 챔피언십’에 4강에 진출했다. 경기력은 아쉽다는 평을 받았지만 대회 출전권을 확보했다.


▲ 16강 일본전에서 지시하는 정정용 감독[사진제공=연합뉴스]

뛰어난 용병술로 ‘죽음의 조’ 탈출, 숙명의 라이벌 일본 제압

이번 U-20 월드컵에는 강호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와 같은 조에 포함되며 “죽음의 조를 만났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16강 진출에 성공한다.

정정용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한 것은 일본과 16강전이었다. 국민들의 이목이 쏠린 ‘한·일전’에서 후반 제갈공명과 같은 포지션 변경으로 승리했다. 대회 일정상 한국이 일본보다 이틀을 덜 쉰 상태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불리했다. 정정용은 전반전에 수비를 하면서 체력을 아끼다 후반전에 급격하게 공격으로 바꾸는 전술을 썼고, 작전은 먹혀들어 1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8강 세네갈전에서도 정 감독의 후반 뛰어난 용병술은 빛을 발했다. 연장 후반 막판 동점골을 내줬지만, 승부차기로 승리하며 36년만에 4강에 진출했다.

정 감독은 이에 그치지 않고 4강 에콰도르를 꺾으며 한국축구 역사상 최초로 피파(FIFA) 주관 남성부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다.


▲ 4강전 승리 후 기뻐하는 U-20 한국 대표팀[사진제공=연합뉴스]

결승전에서 사상 첫 U-20 월드컵 정상 도전에 나섰지만 우크라이나에 패배했다. 준우승 이었지만 값졌다. 한국은 FIFA 주관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결승전 패배 이후 정 감독은 “선제골을 넣은 다음 선수들이 더 공격적으로 하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계속 지키려고만 해 조금 아쉬웠다”면서 “후반 골 결정력도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선수들은 정 감독을 존경했다. 이강인은 골든볼 수상 후 “코치진들이 잘해 주셨다. 제가 받은 골든볼이 아니라 팀이 받은 것”이라며 정 감독에 공을 돌렸다.

정정용 감독은 이번 대회를 무명에서 ‘명장’ 반열에 들어섰다. 유소년 축구팀을 키운 정 감독 같은 지도자가 있어 한국축구의 앞날이 기대된다.


▲ 17일 귀국 뒤 기념촬영하는 U-20 한국 대표팀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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