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메일 전송
공유하기

[차석록의 고산후로] 트럼프에게 가는 한국기업들

차석록 편집국장 | 2019-06-28 18:11 등록 (06-28 18:18 수정) 583 views
▲ 차석록 편집국장

불경기로 팔아달라는 회사 매물 넘쳐나

규제 피해 해외 탈출하려는 기업 문전성시
 
[뉴스투데이=차석록 편집국장] 오랜만에 알고 지내는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증권사에 근무하시는 분이라 "요즘 증시가 별로(?)"라고 대화를 건넸다. 그는 증시가 아니라 경제 걱정부터 했다. 곳곳에서 "힘들다"고 아우성이란다. 그러면서 "경제가 어렵고 증시 시황이 좋지 않지만 회사를 팔아달라고 내놓은 매물로 인수합병(M&A)'부서는 일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불황의 역설이다.

미국 '셀렉트 USA 투자행사'(Select USA Investment Summit)가 있다. 매년 미국 내 투자 유치를 위한 미국 상무부 주관 행사다. 해외기업을 초청해 미국 경제개발 단체들과 투자자 및 기업을 연결하고 있다. 말이 초청이지 참가를 원하면 누구나 가능하다. 투자자와 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 환경, 산업 추세, 새로운 기회를 접할 수 있다. 경제개발 단체들은 네트워킹 및 지역 홍보의 장으로 활용한다. 올 행사는 지난 6월 10일~12일 (현지시간)사흘간 워싱턴DC에서 진행되었다.

이 행사에는 미국의 윌버 로스 상무장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을 비롯해 50개 주지사들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도 참석했다. 행사의 비중이 엿보인다. 올해 약 1000여개 전세계 기업이 참석했다. 자비 참석이다.

그런데 올해 주최 측이 깜짝 놀랐다. 전세계 국가의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한국 기업이 100개가 넘게 참석했다.

그동안 미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 중심으로 평균 30-40개 한국기업이 참석해왔다. 이번 참가기업 수는 역대 최대다. 가장 많은 기업이 참석하는 대만에 이어 2위다. 주한 미 대사인 '해리 해리스'대사가 한국기업들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기도 했지만, 꼭 그렇치 만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기업인은 "미국시장에 투자 하려는 기업들도 많았지만, 한국에서는 기업경영이 어려워 아예 본사나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려는 기업들도 적지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이 근거없는 주장 같지는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제조업의 해외투자 증가 속도가 국내 설비투자에 비해 두 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99.7조원이었던 국내 설비투자 금액은 2018년 156.6조원으로 연평균 5.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제조업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은 51.8억달러에서 163.6억달러로 연평균 13.6% 증가했다.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의 2.7배다.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2016년 이후 다시 마이너스(-1.6%)로 돌아섰고, 올 1분기도 16.1% 감소했다. 2009년 1분기(-19.4%) 이후 최저치다.

한경연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리의 높은 규제장벽을 이유로 들고 있다. 36개 OECD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규제지수는 31위다. 또 IMD가 발표한 기업관련규제 순위도 63개국 중 50위다.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다.

기업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법인세율 인상 등 국내 투자 환경이 좋지 않아 기업을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 구치소 경험을 하지 않은 대기업 총수를 찾기 힘들다"면서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분위기에서 누가 맘 놓고 기업경영을 하겠냐"고 지적한다.

'셀렉트 USA'에 참석한 또 다른 관계자는 "세금감면이나 각종 인센티브 제공은 기본이고, 인구센서스 직원이 나와서 투자하려는 지역의 인구관련 데이터자료 등을 제시해 마케팅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줘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력 훈련이나 기업이 원하는 정보와 가능한 규제는 풀어주겠다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이 한국과 너무 달라 부러웠다고 전한다.

29일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대기업 총수들을 30일 불렀다. 투자든 화웨이 든 어떤 겁박을 할지 모른다. 우리 입장에서는 밉지만 미국민들은 50%가 넘는 지지율을 그에게 보낸다. 트럼프의 매력은 친기업정책이다.

Copyright ⓒ 뉴스투데이.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주요기업 채용정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