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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의 심호흡] 삼성전자를 볼모로 잡은 한일무역전쟁의 진짜 해법은?

이태희 편집인 | 2019-07-03 17:57 등록 (07-03 18:27 수정) 1,108 views

일본의 '반도체 무역보복' 조치에 갈피 못잡는 정부 대응

정부, WTO 제소 거론하며 기업 실태 파악 나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과거사야”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가 무역보복 카드를 던지자 정부가 허둥지둥하고 있다. 그 바람에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도체 및 스마트폰 관련 3가지 소재에 대한 수출심사 강화라는 일본 측 카드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의 혈맥을 끊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등에 대한 일본 의존도는 대부분 90%대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은 경제가 아니다. 한일 양국은 최근 경제적 이익을 두고 다툰 바가 없다. 일제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이라는 과거사를 둘러싼 첨예한 자존심 대결이 그 뿌리이다.

한일 무역갈등의 전초전인 이번 사태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과거사야”라는 한 마디로 설명된다.


WTO제소 전략, 아베의 진의 모르는 ‘구상유취(口尙乳臭)’

WTO서 수년 간 공방전 계속되면 한국 반도체 산업 흔들려

때문에 그 해법은 세계무엮기구(WTO)제소와 같은 무역분쟁절차에 있지 않다. 성윤모 통상산업부 장관은 일본이 ‘선전포고’를 한 지난 1일 즉각 WTO제소를 언급했지만, 일본측 입장에서 보면 ‘구상유취(口尙乳臭)’에 가깝다. 일본이 한국을 때리는 이유를 해석도 못하는 갓난아이와 같은 태도이다. 달을 가리키는 데 손가락 끝을 보는 태도이다.

3가지 소재의 수입이 지연될 경우 닥칠 불상사에 대한 해결책도 될 수가 없다.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절차를 간소화시켜줬으나 과거사 문제로 인해 ‘신의’가 깨졌으니 ‘법대로’ 진행하겠다는 게 아베 총리가 취한 보복조치의 핵심이다. 법대로 수출심사를 진행할 경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핵심소재를 수입하는 데 최대 3개월까지 걸린다. 핵심 소재 재고분량이 1개월치라면, 나머지 2개월 동안은 생산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아베의 조치 내용은 ‘보복’이지만 그 형식은 ‘합법’이다. WTO의 자유무역조항에 위배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위반 제소(non violation complaint)’ 정도가 가능하다. 한국 정부가 WTO에 ‘비위반 제소’를 한다해도 일본측과 수 년 간에 걸쳐 지리한 공방전을 펼쳐야 한다. 그동안 한국기업들은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재벌그룹인 스미토모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등을 사실상 독점공급해왔다는 사실을 감안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은 다른 소재 공급처를 찾지 못해 대대적인 감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주도 다자간 FTA인 CPTPP에 ‘뒤늦은’ 가입도 웃기는 발상

일본, 캐나다, 호주 등 11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뒤늦게라도 가입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역시 웃기는 발상이다. 팔짱끼고 지켜보던 한국이 무역보복을 면해보겠다면서 지난 해 12월 30일 발효된 CPTPP에 가입하겠다고 나선다고, 일본이 호락호락 응할 리가 없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일 삼성전자내에서 이재용 부회장 다음 서열인 윤부근 부회장과 반도체 부문 사장인 김기남 부회장을 만나 ‘예상되는 피해’를 청취했다고 한다. 당연히 ‘심각한 사태’라는 답변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성윤모 장관의 WTO제소 방침과 마찬가지로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아베의 손가락이 아니라 그 끝이 가리키는 달을 봐야 한다. 그 달은 일본제국주의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법기업의 국내자산 ‘현금화’ 작업이다. 이 현금화 작업을 중단시키라는 게 아베의 요구사항이다.


아베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은 일제 전범 기업 한국 자산 ‘현금화’ 작업 중지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故(고) 여운택 씨 등 일제강제 징용 피해자 4명의 피해보상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강제징용 피해자 대리인단은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 후지코시,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판결 이행을 거부하자, 지난 5월 1일 일본제철과 후지코시의 한국내 자산 매각명령을 신청, 이후 ‘자산 현금화’에 착수했다.

대법원 판결로 압류된 일본제철 소유 피엔알의 주식 19만4794주(9억7400만원 상당)’와 ‘후지코시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대성나찌유압공업의 주식 7만6500주(7억6500만원 상당)’에 대해 매각명령신청을 냈고,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서도 한국 내 재산을 수배 중이다.

전범기업 주식을 팔아서 징용 피해자의 위자료를 해결하겠다는 게 대리인단의 입장이다. 일부는 현금화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후련하지만, 일본인들이 보면 분통 터지는 일이다. 일본의 주권이 침해되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일본 측은 ‘반도체 무역보복’ 조치를 통해서 이 같은 ‘전범기업 현금화’조치 중단을 요구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WTO제소 같은 ‘허무개그’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

현금화 조치를 중단하고 한일정부간의 공동기구를 만들어 해결하자는 게 일본 측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부가 아니라 외교부가 뛰어야 할 비상상황

WTO제소보다 4명의 강제징용자 배상을 위한 한일협상이 진짜 해결책

정작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외교통상부는 ‘무대응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에서 열린 G20회의에서 아베 총리와 ‘8초 악수’만 나눈데 감명을 받았는지 일본 측에 눈길도 돌리지 않고 있다. 이는 직무유기이다.

외교부는 그동안 일본이 독도가 일본 영토인 ‘다케시마(竹島)’라고 우겨도 조용히 있는 게 독도를 영토분쟁지역으로 만들지 않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무대응 전략을 펴왔다.

그러나 착각하면 안된다. 영토분쟁은 수십년 간 논쟁을 벌여도 실질적인 피해자가 없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문제는 이제 한국 반도체 산업을 흔드는 ‘나비효과’를 낳고 있다.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한국산 반도체에 의존하는 일본도 재앙이다. 한국이 손을 내밀면 잡게 돼 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일본 전범기업이 징용피해자 위자료를 위한 기금에 출연해줄 것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게 WTO제소보다 수백배 빠른 속도로 한·일 무역전쟁의 해결책을 선사해줄 것이다.

물론 약간 자존심이 상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대를 위해서 작은 자존심은 굽히는 게 현명하다. 즉 칼을 갈면서 훗날을 기약하는 게 해법이다.


이번엔 손 내밀고 와신상담(臥薪嘗膽)해야

부품 국산화로 ‘기술독립’이룬 뒤 한·일 무역전쟁 벌여야

이번엔 먼저 손을 내밀고 와신상담(臥薪嘗膽)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손을 잡고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핵심 소재 및 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전력투구해야 한다.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이뤄지면 한국은 일본에 견줘서 모든 면에서 강자가 된다.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는 28조원을 넘어선다. 한·일 국교수교 이후 누적적자액은 700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물건을 사주는 손님이고 일본은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다.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에만 성공한다면 일본과 무역전쟁을 벌여도 꿇릴게 없다.

정치외교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북미 비핵화협상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중재자로서의 이니셔티브를 유지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북아 판짜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심 역할을 수행할수록 한국의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확대되기 마련이다.

기술과 부품의 대일의존도만 해소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달 말 도쿄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 대일무역적자를 해소하라면서 통상압력을 가하듯이 한국도 대일 무역적자해소를 명분으로 내걸고 ‘한·일 무역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

일본에게 자존심을 내세우려면 아직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 전까지는 4명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문제를 정조준해 ‘로우 키(low-key)’협상전략으로 가는 게 현명하다. 실속 없이 큰소리치면서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 산업을 멍들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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