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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록의 고산후로] 교각살우(矯角殺牛)

차석록 편집국장 | 2019-07-09 17:21 등록 (07-09 17:21 수정) 695 views
▲ 차석록 편집국장


[뉴스투데이=차석록 편집국장] 중국 역사서를보면 논밭에 씨앗을 뿌린 후인 5월이나 가을 추수기에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에게 '잘봐달라'는 제사를 지냈다. 그때 사람과 귀신이 모여 즐거운 잔치를 열었다. 사람들 입장에서는 수호신인 '귀신'을 즐겁게 하고 달래는 일이 대사(큰일)였다.

그래서 노래와 춤에, 흥을 돋구기 위해 오늘날 종과 북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의미로 유래되고 있다.

종은 이처럼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에서는 종을 처음 만들 때 뿔이 곧고 잘 생긴 소의 피를 종에 바르고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그런데 한 농부가 제사용 소뿔이 조금 삐뚤어져 있어 바로 잡으려다 뿔이 빠져서 소가 죽었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교각살우(矯角殺牛)다. 작은 일에 힘쓰다가 큰 일을 그르친다는 뜻이다. 또 굽은 것을 바로잡으려다가 지나치게 곧게 하여 오히려 나쁘게 된다는 뜻의 교왕과직(矯枉過直).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손실을 입는다는 소탐대실(小貪大失)등과도 통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草家三間) 다 태운다'는 우리 속담과 같다.

정부가 서울 집값이 들썩이자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경제학원론'까지 들추지 않아도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좀 더 들여다보면 재화와 용역의 희소성이 가격에 큰 영향을 준다.

원래 판교신도시는 미국의 비벌리힐스처럼 한국판 고급 명품 신도시로 개발하려고 했다. 그런데 서민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이 "부자들을 위한 신도시를 왜 만들어야 하냐"며 일반 신도시로 방향을 전환시켰다.

서울대 이성우 교수는 "만일 판교신도시가 원래 계획대로 고급 신도시로 개발됐다면 오늘날 같은 강남 불패 신화는 없었다"고 단언한다. 즉,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로 판교신도시가 개발될 뻔 했으나 예상치 못하게 강남불패 신화를 만들어준 셈이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정책이 낳은 부작용이다.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규제를 펼쳐도 서울, 그것도 강남을 대체할 도시는 대한민국에 없다. 그러니 강남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 몇해 전 주택정책을 담당하던 한 부처의 고위 관료는 지인에게 "강남3구의 아파트 33만여 채는 가격이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는 세계적인 명품 아파트"라고 했단다. 강남집값을 잡을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강남보다 더 살기 좋은 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는 전문가들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양날의 검이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다 지방은 더 죽이고 서울, 특히 강남 집값만 더 올리는 악수가 되지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렇치않아도 힘든 건설업계가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어려우면 일자리도 준다.

바둑이나 장기에서 고수들은 몇수 이상을 보고 둔다. 일본은 치밀하게 경제보복을 준비했다. 고수의 냄새가 난다. 우리 정부는 눈 앞에 거만 보고 있는듯 하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일본의 도발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알고 있었는데 왜 대비를 안했는지 궁금하다.

절박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긴급히 일본으로 날라갔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3개 소재 가운데 '에칭가스'는 일본이 제때 공급을 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1∼2주내 반도체라인이 멈출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기업인은 "미국 트럼프대통령이 화웨이를 때릴 때 중국 정부가 적극 나섰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전략적 침묵이라고 말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3일 “일본은 정부부처 간 치밀한 공동작업을 통해 보복을 해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면서 “중국과 미국 모두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섰고 수출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우리는 일이 터지고 나서야 대책을 세운다”고 한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이재용 부회장 SK 최태원 회장 LG구광모 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만난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 지 눈과 귀가 모아진다. 그동안 기업인들은 정치권이나 정부 관계자들을 만날때마다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한두번 들은 것도 아니다. 또 애로사항만 듣고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기업옥죄기를 멈추고 신사업에 도전하고 혁신성장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소뿔이 뽑혀 소가 죽으면 끝이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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