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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뉴 리더]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상) 시험대에 오른 3가지 리더십

이상호 전문기자 | 2019-07-10 07:07 등록 (07-10 08:38 수정) 1,149 views
▲ 1945년 인천시 해안동에서 트럭 한 대로 시작한 한진상사는 현재 한진그룹의 모태이다.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에 이어 조양호 선대회장은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 바통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넘겨받았다. 취임 두 달여, 조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사진제공=대한항공]

삼성과 현대·기아차, LG그룹 등 대한민국 경제신화를 이룩한 주요 대기업의 창업주에 이어 2세까지 별세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창업 3·4세대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3·4세대는 ▲연령 30~40대의 ‘X세대’이자 ‘N세대’적인 특성에 ▲외국 유학을 통한 경영수업, 글로벌 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선대가 만든 기업문화의 토대 위에 각각의 경영철학과 전략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는 이와 같은 3·4세대 경영시대의 새로운 기업문화 트렌드를 해당 기업 현장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1974년 9월 10일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오른쪽 다섯 번째)가 당시 세계최초 태평양을 횡단하는 보잉747 화물기 취항행사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항공]

1945년, 트럭 한 대로 시작한 한진그룹 모태 ‘한진상사’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오세은 기자] 대한항공은 ‘국적항공사’, 국가대표 기업이다. 1969년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1920~2002)이 국영기업인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 이래 50년간 5대양 6대주 하늘을 날며 대한민국을 대표해 왔다.

조중훈은 1945년 인천시 해안동에서 트럭 한 대로 한진상사를 창업했다. 1957년 미군과 7만 달러짜리 수송계약을 체결한 이래 한진상사는 미군 운송권을 독점하다시피 했고, 1960년에는 한해 계약고만 220만 달러, 가용차량이 500대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1961년 8월에는 주한미군 통근버스 20대를 매입해 서울~인천 구간에서 한국 최초의 ‘좌석버스’ 사업을 시작함으로써 운송서비스 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 요청으로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창업 2세인 조양호 회장 때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항공사로 도약했다.


①조원태 회장 최우선 과제는 ‘경영권 방어’

델타항공 끌어들여 급한 불 ‘진화’


한진그룹 3세, 조원태 회장(44)은 지난 4월 8일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자기 타계하자 4월 24일 회장에 취임하면서 그룹경영에 나섰다.

취임 두 달여,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이 다시 한번 도약의 날개를 펼칠 수 있을지, ‘조원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조원태 회장이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경영권이다. 부친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에는 지병뿐 아니라 국민연금의 경영권 박탈에 따른 스트레스도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델타항공을 끌어들였다. 델타항공은 지난달 20일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4.5%를 매입했고, 향후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한진칼의 조 회장 우호 지분은 28.93%로, 델타항공 지분이 더해지면 33.23%가 된다. 여기에 델타항공이 예고한 대로 10%까지 늘리게 되면 40%에 육박, KCGI의 지분율(15.98%) 두 배를 웃돈다. 항공 업계에서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취득으로 KCGI 등의 경영권 위협 문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보고 있다.


②미묘한 가족 내부상황, 안정적 경영에 ‘변수’

‘조원태 vs 세 모녀’의 경쟁구도로 비화?


‘외부의 적’은 방어했지만 정작 문제는 가족 내부상황이다. 조원태 회장은 취임 20여 일 뒤인 지난 5월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한진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적인 그룹 총수가 되는 과정에서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누나와 동생인 조현아 조현민 씨 측이 동일인 지정에 반발하는 등 파열음을 냈다.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4%가 상속될 경우 이명희 고문은 5.94%를 확보하게 되고, 조원태(6.30%), 조현아(6.27%), 조현민(6.26%) 등 세 자녀의 지분에 별 차이가 없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구구한 억측과 함께 한진그룹의 추후 경영권을 ‘조원태 vs 세 모녀’의 경쟁 구도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조 회장이 회장에 오르자마자 이를 견제하듯 어머니와 여동생도 경영일선에 나오고,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또한 복귀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이런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③ 대한항공 키운 선친 ‘넘어서기’가 승부처

대한항공식 서비스 구축, 글로벌 기업 도약시킨 조양호 전 회장

조원태 회장은 소통위주 기업문화 혁신 시도

‘땅콩 회항’ ‘갑질’ 등 ‘오너리스크’ 극복도 관건


모든 세습 오너 경영인에게 그렇듯이 조원태 회장도 ‘선친의 벽’을 넘어서는 게 최종적 목표지점이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은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키워냈다. 때문에 출발점부터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항공 서비스업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서비스는 국가 수준의 척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 때는 대한민국에 서비스라는 개념 자체가 정립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한진그룹의 기업문화 또한 국적항공사를 운영할 만한 수준에 오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1980년 대,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은 신입사원의 이직률이 가장 높은 회사 중 하나였다. 낮은 보수에 딱딱한 기업문화, 항공업의 발전에 따른 비전도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시험을 쳐서 기자가 되는 사람이 많다 보니 ‘대한항공=기자 사관학교’로 불리기도 했다.


▲ 2005년 10월, 세계 최대 여객기인 A380 도입을 앞둔 대한항공이 실물크기 A380 모형을 전시했다. 사진은 조양호 전 회장이 A380모형 일등석에 앉아 승무원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이런 기업문화를 혁신해 대한항공식 서비스 표준을 구축하고, 최첨단 전투기 F22의 날개를 비롯한 주요 부품까지 만드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킨 사람이 창업 2세 조양호 전 회장이다.

항공업의 특성상, 조 전 회장이 창업주인 선친 조중훈 회장의 뜻에 따라 긴 시간 해외 유학을 통해 경영수업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 전 회장은 생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주재원들이 교포들과 어울려 지내기만 하면 실력이 늘지 않듯이, 한국 사람끼리만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으면 세계화 추세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우리는 민족주의 성향이 너무 강한 것 같다”라며 글로벌 마인드, 세계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한진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향후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하다. 그 중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경영권이다. 사진은 지난 6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75회 IATA에서 조원태 회장 모습.[사진=뉴스투데이 오세은 기자]

조원태 회장 또한 대한항공의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 1일부터 연중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는 ‘노타이’ 근무를 실시하기로 했다. 복장을 중시하는 서비스 기업에서는 쉽지 않은 발상이었다. 또 전 세계 대형 항공사 최초로 전사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을 시작한 데 이어, 사내 업무 시스템도 클라우드로 변경해서 SNS를 활용한 고객과의 소통 강화도 노리고 있다.

‘조원태 리더십’의 확립과 대한항공 재도약에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이른바 ‘오너리스크’다. 조원태 회장 본인은 물론 어머니, 누나와 여동생이 ‘땅콩 회항’ 사건 등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로 기업 이미지가 많이 실추한 상황이다.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사장급 임원은 “외국을 오가며, 외국인을 상대로 서비스업을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에 비해 회사 분위기가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면도 있었지만 주요 임원들이 늘 오너 및 가족 문제에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다”면서 “이 부분이 대한항공의 재도약에 핵심요소”라고 말했다.


④조원태 회장 취임 두 달여 ‘광폭행보’

총수로서 존재감, 리더십 확립 포석

이런 상황의 타개를 노린 듯 조원태 회장은 취임 후 ‘광폭행보’를 하고 있다.

선친 조양호 회장이 닦아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편, 11조 원에 달하는 최신예 항공기 구매계약을 하는 등 ‘통 큰’ 경영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취임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5월 초에 일찌감치 조종사 노동조합과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6월 1~3일 서울에서 열린 제75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서 집행위원회 위원과 글로벌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 회장단 회의 의장으로 선임되는 등 국제 항공 업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는 당시 미디어 브리핑에서 “LCC(저비용항공사)에 공격적 행동을 취할 것”, “안전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조건” 등의 발언을 통해 향후 경영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또 지난달 18일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파리 국제 에어쇼’에 참석해 보잉787-10 20대와 보잉787-9 10대 등 총 30대의 최신예 항공기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200여 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게 된다.

이처럼 항공기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그가 언급한 데로 LCC들의 공격적 행보에 반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단거리 취항을 주로 하는 LCC들과 달리 대한항공은 추가 항공기 도입을 통해 이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운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항공 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한진그룹을 이끄는 총수로서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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