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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분석] 한진칼에 투자한 워런버핏의 속내는?

차석록 | 2019-07-17 14:36 등록 (07-17 14:36 수정) 3,349 views
▲ 워런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사진제공=연합뉴스]

한진칼 백기사로 나선 델타항공 지분 10% 확대 추진

델타항공 최대주주는 워런버핏이 회장인 버크셔 헤서웨이

[뉴스투데이=차석록 기자] "델타항공 믿을 수 있나?"

최근 한진그룹내부에서 '백기사'로 등장한 '델타항공'에 대해 "100% 믿을 수 없다"는 말이 솔솔 나오고 있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고 조양호 회장이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도움을 요청했다가 도중에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아들인 조원태 회장이 다시 요청해 이루어졌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이후 강성부펀드(KCGI)와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외견상 한진그룹은 경영권 방어와 함께 안정시대가 열렸다.

◇ 한진칼, 백기사로 델타항공 등장 후 주가 내리막

요동쳤던 한진칼 주가도 경영권분쟁이 정점을 찍었을 때 4만원을 웃돌기도 했으나 델타항공 지분 매입 발표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2만 8000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보는 적정주가다. 거래량도 크게 줄어, 하루 평균 수백만주에서 20 ∼ 30만주대로 급감해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도 벗어나는 모양새다.

그러나 투자은행(IB) 관계자는 17일 "델타항공의 4.3% 지분 매입은 파상적인 KCGI의 공세를 꺽을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되었다"면서도 "그룹내에서는 만일 델타항공이 변심할 경우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즉, 한진그룹이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혹시나 '캐스팅보트'를 쥔 델타항공이 변심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다. 백기사로 등장할 당시 델타항공은 10%까지 추가 매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근 델타항공의 에드워드 바스티안 CEO는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리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의원회(SE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고(故) 조양호 회장의 17.84%를 비롯해 조원태 회장 등 한진가가 28.94%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경영권 공격에 나섰던 KCGI는 15.98%, 국민연금 4.3% 등이다. 델타항공이 10%까지 지분을 늘린다면 3대주주가 된다.

그럴 경우 델타항공의 결정에 따라 경영권이 왔다 갔다할 수 있을 정도로 비중이 커진다. 델타항공은 KCGI가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으로 "어느 편에도 서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말을 믿을 수 는 없다. 여러 정황상 한진그룹의 백기사가 확실하다.

◇ 제2의 현대엘리베이터 사태 우려…지분 추가 매입은 막아야

어쨌든 변심 우려때문에 그룹내에서는 델타항공이 더 이상의 추가 지분 확보는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칫 제2의 현대엘리베이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다국적기업인 쉰들러엘리베이터는 2004년 현대엘리베이터에 투자를 시작하여 2010년까지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제어반 등 각종 부품을 사용했다. 쉰들러는 세계 엘리베이터 2위, 에스컬레이터 1위의 점유율 업체다.

쉰들러는 정몽헌 회장의 타계이후 현정은 회장이 지휘봉을 잡자 범 현대가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입이 이루어지자 백기사를 자처하며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2011년 쉰들러가 이사회의사록 열람이나 회계장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 등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측 관계가 삐걱거리게 됐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쉰들러는 정보 공개 요구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패소한 후 KCC그룹 등이 가지고 있던 지분을 사들이면서 2013년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을 본격화했다. 쉰들러는 지분율을 34%까지 끌어올려 2대 주주가 되었다.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가 주주 대상 몇차례 유상증자를 추진하자 신주발행금지 소송을 내는등 참여하지 않았고, 지금은 15%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3%를 넘어 이제 쉰들러는 더 이상 경영권 위협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쉰들러는 처음에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백기사인 척하고 현정은 회장을 만나기도 했으나, 결국 군침을 흘렸던 속내를 드러냈다"면서 " 비즈니스 세계에서 믿을 수 있는 백기사가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델타항공은 1924년 루이지애나 주 먼로에 설립됐다.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이다. 미국 국내는 물론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카리브해 등 88개국 247개도시에 취항 중이다. 본사는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있다.

특히 대한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과 함께 항공운항동맹인 스카이팀의 창립 회원이다. 한때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가 투자하기도 했다.

◇ 워런버핏의 투자철학이 한진그룹 경영에 반영될까

지금은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88세의 노익장 '워런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10.91%로 최대주주다.

워런버핏은 가치투자 원칙의 투자를 한다. 그동안 에너지 소재 등 전통적인 우량기업에 투자를 해서 큰 돈을 벌었다. 최근들어서는 애플, 아마존 등 IT기업으로 투자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경영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런 투자철학의 실천일환으로 버핏 회장은 자선 행사인 점심경매를 20년 째 하고 있다. 올해는 젊은 중국인 가상화폐 사업가와 점심을 먹는다. 중국 가상화폐 기업 트론(Tron)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저스틴 쑨(28)이다.

쑨은 버핏 회장과의 점심을 위해 '버핏과의 점심' 경매 20년 사상 가장 많은 돈을 써냈다. 낙찰가가 456만7888달러(약 54억원)다. 쑨은 최대 7명의 지인들과 버핏의 단골식당인 뉴욕 '스미스앤 월런스키'에서 대화를 나누며 오찬을 즐길 수 있다.

◇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매입은 전략적 투자

투자은행(IB)업계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투자는 단순히 동맹사의 경영권 방어를 지원하기 위함이 아니라고 본다. 즉 단순 투자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라는 의미다. 양사 간 합의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항공 노선 배정이나 향후 공동운항에서 나오는 이익 배분, 공동합작 사업 진행 등 다양한 추론이 가능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이익이 없이, 수천억원을 그것도 2만원 대 중후반이 적정가치로 평가받는 한진칼의 주가가 크게 올라 있던 4만원대에서 매입한 것은 그냥 단순투자로 보기 어렵고,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델타항공은 그동안 몇차례 항공사들에 지분을 투자해 특정 기종 구매를 권고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델타항공은 중국 동방항공의 지분 3.5 %를 갖고 2016년에 20대의 A350과 15대의 787 기종 구매를 권고했다.

최근 버진 애틀랜틱항공이 A330 네오 항공기를 이용할 의향을 밝힌 것도 지분 49%를 보유한 델타항공이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이미 항공업계에선 델타항공이 대한항공의 기종 구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IB 관계자는 "지금은 KCGI펀드나 한진그룹 모두 사실상 휴전상태로 볼 수 있다"면서 "여름이 지나고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내년 주총 표대결을 위해 양측 모두 다시 지분 추가 확보에 나서거나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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