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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의 JOB채](31) 우버와 거꾸로 가야하는 카카오모빌리티, 택시업계가 ‘혁신’을 잡아먹다

이태희 편집인 | 2019-07-18 07:33 등록 (07-18 12:59 수정) 1,132 views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택시제도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오른쪽)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국토부의 ‘택시제도 개편방안’의 3대 핵심내용, ‘택시업계’ 목소리 전면 수용

우버와 그랩은 ‘자가용’을 활용해 혁신시장 창조

카카오와 타다는 ‘택시산업’에 완전 편입돼야 생존 가능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정부가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을 기존의 택시산업체제에 편입시키는 택시산업발전방안을 발표했다. 택시업계가 격렬하게 반대해온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을 합법화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혁신’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신설됐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하는 우버나 그랩과 같은 플랫폼사업자는 ‘자가용’을 활용하는 신산업을 개척해 발전시키고 있는 데 비해, 이제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한국의 플랫폼사업자는 철저하게 택시면허와 택시기사만을 활용한다는 전제조건 아래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에 따르면, 핵심은 세 가지이다.

▲ [그래픽=뉴스투데이]

①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 돈도 벌기 전에 거액의 ‘사회적 기여금’ 지불해야

‘혁신’이 무기인 스타트업은 시장진출 불가능, 대기업 카카오는 가능한 조건
첫째,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사업자가 거액의 ‘사회적 기여금’을 지불하고 정부는 이를 택시업계에 지원하는 구조가 도입됐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 등에서 1000여대의 승합차를 운용하고 있는 ‘타다’의 경우 이들 차량운행을 합법화하려면 800억원 안팎의 사회적 기여금을 부담해야 한다.

분납을 선택하면 매월 4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의 매출규모와 영업이익 등을 감안할 때, 이익의 일부를 공유하는 수준을 훨씬 벗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은 종사자가 27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택시업계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반영한 결과이다. 서울의 개인택시 면허 프리미엄은 차량 1대당 8000만원 안팎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국토부는 개인택시 차량 1대당 사회적 기여금은 40만원으로 잡았다.

따라서 플랫폼사업자가 개인택시 면허 1000개를 구매해 시장에 진출하려면 800억원의 사회적 기여금을 일시불로 내게 된다. 돈이 없어서 개인택시 1000대에 대한 기여금을 매월 40만원씩 내면 총액은 4억원이 된다.

처음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들고와서 ‘사회적 기여금’으로 지불하라는 게 정부의 요구인 것이다. 당초 사회적 기여금은 혁신 사업자가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구산업에 뛰어들어 이익을 독점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정부 안팎에서 거론됐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개편안은 플랫폼운송업자가 이익을 독점하는 시스템을 불허하면서 동시에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사회적 기여금을 납부도하도록 한 것이다.

또 택시업계가 격렬하게 반대했던 ‘타다’의 비즈니스 모델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렌터카를 활용한 운송사업을 불허했다. 타다가 사업을 지속하려면 운행중인 1000대의 렌터카를 모두 리스 혹은 구매차량으로 교체해야 한다.

카카오와 같은 대기업은 이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합법적 사업자로 시장에 진출할 자본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자본력이 취약한 강소 스타트업은 아예 사업을 접어야 하는 구도로 전환됐다는 게 중대한 문제로 꼽힌다. 정부가 혁신시장에 돈으로만 풀 수 있는 ‘강력한 규제’를 신설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②한국의 모빌리티 플랫폼은 택시산업에 흡수, 글로벌 '데이터 전쟁'에서 불리

우버와 그랩의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에서 ‘사망선고’ 받아

둘째, 4차산업혁명시대의 대표적 혁신산업으로 꼽혔던 모빌리티 플랫폼사업이 한국에서는 구산업에 흡수되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같은 플랫폼 사업자는 앞으로 개인택시면허를 구매하거나 택시회사와 손을 잡는 방식으로만 모빌리티사업을 할 수 있다.

또 모빌리티플랫폼의 운전기사들도 모두 택시면허를 따도록 했다. 운전면허와 자가용을 지닌 일반인들을 활용해 혁신적 사업을 창조해낸 우버와 그랩의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에서 17일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국내 최대 택시호출 앱인 ‘카카오 T'가 합법화되기 때문이다. 또 이미 택시사업자들이 구성한 ‘타고솔루션즈’와 손을 잡고 ‘웨이고 블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법인택시업자들에게 모빌리티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만약에 카카오가 웨이고 블루와 별도로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하려면 타다처럼 ‘사회적 기여금’ 명목으로 거액을 지불하고 개인택시 면허를 구입해야 한다. 운전기사들도 전원 택시면허 소지자로 고용해야 한다.

ICT기업인 카카오로서는 초연결사회의 혈액인 '방대한 데이터'를 소유하기 위해서 그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빌리티 플랫폼을 택시산업에 국한시키는 제도로 인해 글로벌 '데이터 전쟁'에서 불리한 여건에 처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떠안게 된 것이다.


③기여금은 정부의 택시면허 구입자금 등으로 활용될 예정

젊은 스타트업 CEO, 고령의 택시업계 오너 및 개인택시에게 ‘시장 진입료’ 지불해야


셋째, 정부는 플랫폼사업자가 납부한 사회적 기여금을 활용해 개인택시 면허를 구입해 ‘택시 감차’를 위한 예산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일부는 법인 택시 월급제 도입 등을 위한 정부 지원금으로 전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수익도 올리지 못한 플랫폼 사업자에게 미리 거액의 ‘시장 진입요금’을 징수해 구 산업인 택시업계와 개인택시기사들에게 지불하겠다는 ‘초유의 발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기존 택시사업자들의 경우,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꿈꿨던 스타트업들보다 결코 자본력이 취약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고령의 택시회사 오너들에게 돈을 주고 사업을 하라는 게 국토부의 개편방안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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