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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청년인터뷰](1) 인도네시아 청년 ‘이챠’, "대졸자는 취업하고, 직업고교 나오면 실업자"

박혜원 기자 | 2019-08-07 07:23 등록 (08-07 07:23 수정) 2,009 views
▲ 인도네시아 국립대학 ‘Sepuluh Nopember’ 에서 정보시스템을 전공하고 있는 청년 이챠(Icasia, 20)가 지난 6일 대만 봉갑대학교 인문관 로비에서 뉴스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혜원 기자]

뉴스투데이 박혜원 기자가 다양한 현장에서 글로벌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봤습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역할, 최저임금 등 사회적 고민거리부터 한일 경제전쟁과 같은 글로벌 이슈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면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들의 정신세계를 자유분방한 필치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벼랑 끝의 청년들, 과연 한국만의 문제일까

일본 식민지배 역사 공유한 인도네시아 20세 청년 ‘이챠’와 심층 인터뷰

최저임금, 4차 산업혁명, 부의 세습…인도네시아에서도 사회적 화두

[뉴스투데이 / 대만=박혜원 기자]

모든 시대는 청년에게 가혹했다. 모순적이지만, 향후 60년 간의 인생을 결정지을 진로와 학업 문제 등은 20대 초반의 청년이 판단하기에 너무 어렵다. 이는 교정에서 민주화 운동을 경험했던 1960년대생이, 대학 졸업 직후 외환위기를 직면했던 1970년대생이, 극심한 취업난과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직업 세계의 격동을 겪고 있는 1980~90년대생이 모두 겪은 문제다.

세대 갈등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나 때는~”으로 시작되는 윗세대의 잔소리도, 현시대 청년들이 어른들에게 붙인 ‘꼰대’라는 호칭도 말이다. 모든 세대는 각기 다른 청년기를 겪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대 갈등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인간의 숙제다.

그렇다면 청년은 어디에서 위로를 받아야 하는가. N포세대와 니트족 등을 양산하고 있는 현시대 청년 문제들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인가. 기자는 해외 청년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봤다. 한국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들은 정말 한국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면, 해외 청년들은 어떻게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고 있을까.

이챠(Icasia)는 인도네시아의 이공계 전문 국립대학 ‘Sepuluh Nopember’에서 정보시스템을 전공하고 있는 올해 20살의 청년이다. 그녀는 지난 7월 한 달동안 대만 봉갑대학교 국제썸머스쿨(International Summer School.ISS)에 참여했고, 이를 계기로 본지와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 이챠가 대만 봉갑대학교 인근 상점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최근 한일 양국의 국민들까지 합세해 더욱 격화되고 있는 무역전쟁에 관해 “한국인들의 분노를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혜원 기자]

“인도네시아도 일제의 강제징용, 위안부 역사 겪어 한국인의 분노 이해해”

“인도네시아에서도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세계의 변화 가져와”


한국과 인도네시아 청년은 여러 면에서 시대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취업난, 사용자 측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 일본에 의한 식민 지배 역사까지.

한일무역전쟁에 관한 설명을 듣고 이챠는 가장 먼저 “한국인들의 분노를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챠는 “한국과 비교하면 짧은 기간이지만 인도네시아 역시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고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일무역전쟁 역시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내린 승소 판결에서 비롯됐다.

이챠는 “인도네시아에는 친일, 반일 성향의 인사가 공존해 한국처럼 반일 정서가 만연하진 않다”며 “무역분쟁의 피해는 양국 국민이 볼 것이기에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며, 다만 내 입장은 화해의 카드는 무조건적으로 일본이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한일무역전쟁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물론 WTO가 이챠와 같이 역사적 공감에 의거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기자는 이챠의 의견을 통해 한일무역전쟁이 한일 양국을 넘어 세계 청년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았다.


“정보시스템학은 취업시장에서 수요 많아”

현재 이챠는 정보시스템학을 전공하고 있다. 정보시스템이란 경영학과 컴퓨터과학을 융합하여,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기업 경영을 관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학문이다. 한국에도 관련 학과가 많지 않은 최신 학문이다.

이챠는 “정보시스템학이 최근 인도네시아 취업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분야라는 점에 이끌렸다”고 전했다. 4차산업 혁명의 바람이 인도네시아에도 불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산업 4.0 로드맵’을 통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VR·AR, 3D 프린팅 5개 분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대학 진학률은 30%에 불과, 취업은 그들만의 이야기

국공립 시험 통과 못한 직업고교 졸업자들은 실업자로 전락


인도네시아의 취업난 문제는 어떨까. 이챠는 “인도네시아 역시 취업난은 심각하지만 한국과 달리 인도네시아에서 대부분의 실업자는 직업고등학교 졸업생이다”라고 말했다.

이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고등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30% 수준이다. 올해 진행된 SBMPTN(인도네시아 국공립대 전국 선발 시험) 합격률 역시 23%에 불과하다. 공립대가 아닌 사립대에 입학할 수도 있지만 등록금이 아주 비싸다. 이챠 역시 “나는 운 좋게 SBMPTN을 통과해 국립대에 다닐 수 있게 됐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미래가 아주 불투명해졌을 것”라고 말했다.

사실들을 다시 종합해보자. 인도네시아 대졸 인재들은 문·이과를 가리지 않고 수월하게 취업을 한다. 그러나 SBMPTN에서도 떨어지고 사립대에 입학할 형편도 안 되는 학생들은 직업고등학교에 가고, 그대로 취업 시장에서 소외된다. 인도네시아는 저소득계층이 ‘개천에서 용 나기’를 꿈꾸기 어려운 취업 구조라는 결론이 나온다.

구체적인 양상은 다르지만 한국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찾을 수 있다. 최근 한국 청년사이에는 ‘돈이 스펙을 만든다’는 식의 비관주의가 흔하다. 기업 입사에 필요한 대학 졸업장이나 해외 경험, 인턴 경험 등 모든 스펙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현상을 비꼬는 말이다.

▲ 이챠(가운데)는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SBMPTN(인도네시아 국공립대 전국 선발 시험)’에 통과해 국립대에 입학했다. 해당 시험의 합격률은 23%에 불과하며, 국공립대가 아닌 사립대는 등록금이 매우 비싸 인도네시아 고등학생들의 전체 대학진학률은 30%에 불과하다. 사진은 이챠가 보내준 고교시절 사진. [사진제공=Icasia]

인도네시아에서도 최저임금 둘러싼 ‘노동자’와 ‘중소기업 사용자’ 간의 갈등 존재

“대학은 청년들이 시대 변화에 적응하도록 돕는 기관돼야”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역시 한국과 비슷했다. 지난 7월 1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8590원으로 합의했다. 올해 최저임금보다 240원(2.9%) 오른 금액이다. 2018년(16.4%)과 2019년(10.9%)에 비교하면 매우 낮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 호소 등이 주요하게 작용한 결과다.

이챠는 “인도네시아는 도시에 따라 다르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어 수도 자카르타는 월 기준 최저임금이 281.91달러, 내 고향인 말랑은 190달러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가장 반대하는 집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중소기업 사용자들이다”라며 “다만 너무 낮은 최저임금에 대해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더 강하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챠는 “대학이란 학생들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학생들이 직업 세계에 맞설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드 스킬 뿐만 아니라 소프트 스킬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이 취업을 위한 준비기관이 돼야 한다는 점을 스스럼없이 강조한 것이다.

하드 스킬이란 특정 직업에 필요한 기술적인 능력을 뜻하며, 소프트 스킬이란 기업 조직 내에서 커뮤니케이션, 협상, 리더십 등을 활성화하는 능력을 뜻한다. 이챠는 “대학이 취업준비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것은 일견 사실이지만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도 없다”며 “격변하는 시대인 만큼 대학도 청년들에게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관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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