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메일 전송
공유하기

[글로벌 청년인터뷰](3) 홍콩 청년 저스틴·헬렌, “송환법은 홍콩 청년 일자리에 큰 타격”

박혜원 기자 | 2019-08-18 07:45 등록 (08-18 07:45 수정) 1,910 views
▲ ‘홍콩항셍대학(Hang Seng University of Hong Kong)’을 다니고 있는 헬렌(Helen, 22, 왼쪽)과 저스틴(Justin, 22, 왼쪽)이 지난 16일 봉갑대학교 인근에서 뉴스투데이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박혜원 기자]

뉴스투데이 박혜원 기자가 다양한 현장에서 글로벌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봤습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역할, 최저임금 등 사회적 고민거리부터 한일 경제전쟁과 같은 글로벌 이슈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면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들의 정신세계를 자유분방한 필치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범죄인 중국으로 송환하는 ‘송환법’ 반대 시위로 몸살앓는 홍콩

헬렌, “홍콩 자치권 흔들리면 금융업도 타격”

세계 청년들은 한일무역분쟁을 ‘역사분쟁’으로 인식

홍콩 청년 취업률 높지만, 낮은 임금이 문제


[뉴스투데이/대만=박혜원 기자] 한국인이라면 최근의 홍콩사태를 지켜보면서 한 번쯤 한국의 1980년 대를 반추해봤을 것이다. 당시 한국인들에게 군부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게 화두였다.

홍콩도 비슷하다. 각지에서도 지난 3월부터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조례 개정(송환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 홍콩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송환법이란 홍콩 지역에 있는 범죄 용의자를 중국을 비롯한 대만과 마카오 등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홍콩 시민들은 홍콩 정부가 해당 법안을 악용해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을 중국으로 송환할 것이라며 대규모 반대 시위에 나섰다. 강경한 홍콩 정부의 배후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의 권위주의 정권이 존재한다.

역설적이게도 전 세계에서 홍콩 시위가 주목받게 된 이유는 시위의 발생 배경보다는 자극적인 갈등 양상에 있었다. 홍콩 경찰 측이 최루탄과 물대포 등으로 과잉 진압에 나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홍콩 시위는 송환법이 홍콩의 민주주의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한국의 광주 민주화 운동과 유사하다. 실제로 홍콩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은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의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동어로 번역해 부르기도 했다. 이 현장을 담은 영상은 유튜브에서 1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청년은 언제나 사회 변화를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집단이었다. 인생을 시작하는 청년에게 사회는 그들이 살아갈 집과 같기 때문이다. 이에 기자는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홍콩 출신의 청년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저스틴(Justic)과 헬렌(Helen)은 ‘홍콩 항셍 대학교(Hang Seng University of Hong Kong)’에 다니고 있는 22살의 동갑내기 커플이다. 이들은 지난 7월 대만 봉갑대학교 국제썸머스쿨(International Summer School)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기자와 만났다.

이들은 홍콩 시위 외에도 한일무역갈등에 관한 이웃 나라 국민으로서의 의견을 내놨다. 취업, 최저임금, 저출산과 같은 한국사회의 당면 문제들이 홍콩사회에서는 어떻게 분출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설명했다.

▲저스틴과 헬렌은 대학에서 만난 동갑내기 커플이다. 저스틴은 금융과 경영을, 헬렌은 마케팅을 전공하고 있다. [사진제공 =Justin]

“일국양제 원칙은 홍콩 금융업 성장의 초석”

“송환법은 홍콩 청년들이 선호하는 금융업 붕괴시켜”

“삼성 반도체 걸려있는 한일무역분쟁은 세계적으로 영향 끼칠 것”


저스틴과 헬렌은 모두 대만에 오기 전 송환법 반대 시위에 여러 번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헬렌은 “홍콩이 세계적인 금융 거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홍콩이 서구식 법률 시스템을 유지해 다국적 기업들의 선호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송환법 제정으로 인해 자치권이 흔들려 홍콩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금융업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홍콩 GDP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였다. 대부분의 일자리 역시 금융업에 집중되어있다. 홍콩 청년들의 적극적인 시위 참여는 자신들의 미래를 보전하기 위한 발버둥과도 같은 것이다.

저스틴 역시 “법치주의는 홍콩 성공의 중요한 초석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의 모든 홍콩 청년들은 송환법에 반대한다고 봐도 된다”며 “송환법은 만약 내가 홍콩에서 SNS를 통해 ‘중국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 중국으로 송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일무역분쟁 역시 세계 청년들의 이슈였다. 현재 한국 정부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에 관여를 요청했으나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아쉬운 답변만 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헬렌은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해 전자제품 공급망이 흔들려 세계적인 전자회사인 삼성의 반도체 산업이 휘둘린다면 양국의 경제뿐 아니라 전 세계로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정상들은 말을 아끼고 있을지 몰라도, 한국이나 일본 바깥의 세계 청년들 역시 한일무역분쟁을 조금은 불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한일무역분쟁을 단순 경제분쟁보다는 역사분쟁으로 보는 경향도 짙었다. 저스틴은 “정치적 문제는 정치적 수단으로 해결되어야 하는데, 일본은 경제보복 조치를 통해 두 나라의 경제 및 기술 발전에 심각한 손상을 주게끔 만들었다”고 전했다.

▲ 저스틴이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을 당시 찍은 사진. 저스틴은 시위가 시작된 3월부터 6월까지 시위에 다섯 번 참여했다.

은행 직원 꿈꾸는 저스틴, 웨딩 플래너 꿈꾸는 헬렌

저스틴은 송환법으로, 헬렌은 비혼·비출산으로 미래 걱정

한국 못지 않은 ‘저출산 국가’ 홍콩, “물가 치솟는데 임금 낮아”

현재 저스틴은 금융과 경영을, 헬렌을 마케팅을 전공하고 있다. 저스틴은 “홍콩은 금융 중심지인 만큼 대부분의 청년들이 역시 금융, 투자은행, 보험 분야에 취업한다”며 “나 역시 18살 때부터 은행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왔고, 졸업 후에도 은행업에 종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헬렌은 “졸업 후에 웨딩플래너가 되고 싶어서 마케팅을 선택했다”며 “다만 홍콩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결혼을 하려는 청년들이 줄어들고 있어 취업 문이 좁을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청년들의 ‘비혼’은 세계적인 현상인 것이다. 더불어 혼인율 감소는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홍콩은 한국과 함께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 홍콩은 1.07명이었다.

홍콩의 저출산 문제는 최저임금 문제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올해 홍콩의 최저임금은 시급 37.5홍콩달러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5800원이다.

헬렌은 “최저임금법이 최초로 도입된 2011년 당시 적지 않은 경제학자들이 최저임금법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리고 취업률을 낮출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지금도 최저임금 인상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집단은 기업의 고용주들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비슷하게 홍콩도 지난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겪었다. 홍콩의 최저임금은 2017년에 비해 약 4.8홍콩달러(8.7%)가 올랐다. 홍콩은 2년에 한 번씩 최저임금을 인상해 2013년에는 2홍콩달러, 2015년에는 2.5홍콩달러, 2017년에는 2홍콩달러가 올랐다.

그러나 홍콩의 최저임금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인 홍콩 물가를 고려하면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임금에서 비롯된 청년들의 불안은 홍콩도 마찬가지였다.

저스틴은 “지난해 홍콩의 실업률은 2.8%로, 오히려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러나 최저임금을 보면 알 수 있듯 홍콩 근로자들의 월급은 매우 낮은 한편 집값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라 사실상 미래를 대비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헬렌 역시 “홍콩에는 ‘팔다리만 있으면 취업할 수 있다’는 말이 유행할 만큼 취업이 쉽지만, 문제는 임금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일을 해도 돈을 모으기가 어려워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청년들이 많아졌다”고 호소했다.
Copyright ⓒ 뉴스투데이.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주요기업 채용정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