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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의 심호흡] 조국의 운명을 결정할 도덕성 대 당파성의 전쟁

이태희 편집인 | 2019-08-26 17:26 등록 (08-26 17:55 수정) 882 views


조국의 삶에서 드러난 달콤한 ‘불공정성’, 국민적 분노 폭발시켜

사법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조국의 ‘당파성’, 임명 강행론의 동력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격렬한 비판여론에 직면해 있다. 입으로는 개혁과 도덕을 외치면서 실제 본인의 삶은 특권층의 달콤함에 젖어 있었다는 의혹이 거세다. 일반 국민들은 격분하고 있다.

그만큼 도덕성 관점에서 조 후보자는 만신창이가 되는 중이다. 자진사퇴라도 해야 할 수위를 훨씬 넘겼다. 오죽하면 서울대 총학생회가 26일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공식발표하고 나섰겠는가. 이는 초유의 사태이다. 어떤 서울대 출신 장관 후보자도 모교 후배들로부터 이런 수모를 겪은 바가 없다.

역대 국무위원들의 인사청문회에서 도마 위에 오른 단골 메뉴는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 등이다. 조국의 경우는 부동산 투기와 세금탈루 의혹이 제기됐지만, 파괴력은 크지 못하다.

국민들이 결정적으로 분통을 터뜨린 대목은 딸이 누린 ‘특권’이다. 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에 2주일간의 인턴을 통해 대학병리학회 학회지에 SCIE(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의 제 1저자로 등재됐다. 이 경력을 자소서에 기재한 딸은 고대수시 전형에 합격했다.

제1저자 등재가 정당한 것이었다면, 한국의학계 혹은 대한병리학회의 치부가 드러난 셈이다. 고교의 문과 2학년생이 잠시 짬을 내면 제1저자가 될 정도로 의대교수나 관련 석박사들의 실력이 형편없다는 ‘비루한 현실’을 폭로한 사건이 된다.

반면에 특권층 자제가 부모로부터 ‘제1저자’라는 타이틀을 선물 받은 것이라면, 조 후보자는 본인의 직접적인 연루 여부와는 무관하게 국민을 볼 낯이 없어지게 됐다. 개천에서 용이 되기보다는 붕어로 행복하게 사는 법 등을 설파해온 조 후보자가 정작 본인은 ‘반칙’을 써서 자녀를 승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가 드러낸 도덕적 하자의 핵심은 이 같은 ‘불공성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당사자인 대학은 후자 쪽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의 도덕성을 때려잡아야 한국 의학계가 그나마 체면치레를 할 수 있는 처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조 후보자가 낙마하면 중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개혁 동력이 급격하게 약화된다는 논리이다. 조 후보자도 지난 20일, 25일 잇따라 입장문을 발표, 자신이 추진할 ‘개혁과제’를 나열했다.

조두순과 같은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관리강화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의 법제화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과 같은 검찰개혁까지 망라돼 있다. 흠결이 있더라도 사법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조국 법무장관 카드를 관철하겠다는 게 권력 핵심부의 강력한 의지인 것으로 분석된다.

모든 개혁의 동력은 ‘강력한 당파성’

역사 속 혁명가들의 삶, ‘공정성’과는 거리 멀어


모든 개혁은 강력한 당파성이 뒷받침될 때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무색무취한 관료나 학계출신 장관은 개혁을 추진할 의지도 팀워크도 갖기 어렵다. 개혁은 기득권세력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고, 그 전쟁에서 우리 편과 적군의 구별은 필수적이다.

어중간한 다수의 지지를 받는 것보다는 결속력이 높은 소수의 전위대를 보유한 정치가가 개혁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이점에서 조 후보자가 적임자임은 부인할 수 없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임명 찬성’에 40만명이, ‘임명 반대’에 24만명이 각각 동의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임명 반대 여론이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홈피에 들어가서 청원에 동의하는 적극적 행동파는 임명 찬성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역사 속의 무수한 혁명가들이 ‘공정성’을 무기로 삼아 목표를 달성한 적이 없는 것 또한 진실이다. 오히려 혁명에 성공한 지도자들은 구체제의 부패를 만끽한다. 역사학자 크레인 브린튼은 ‘혁명의 해부’에서 “혁명 지도자가 구체제 권력자의 애첩과 함께 침실로 들어가는 게 혁명의 마지막 단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당파성 시각에서 보면, 각종 의혹을 터뜨려 공세의 고삐를 조이는 자는 반개혁 세력에 불과하다. 이외수가 25일 “갑자기 공자님을 위시한 역대급 도덕군자들이 한꺼번에 환생했나”라고 비아냥댄 것도 그런 맥락이다.

여론의 향배도 도덕성과 당파성이라는 2가지 기준에 의해 파편화돼 있다. 조 후보자를 비판하는 세력은 도덕성을 따지고, 옹호하는 측은 개혁이라는 당파성을 앞세운다.

그리고 생각보다 깜짝 놀랄 만큼 많은 국민들이 당파성 관점을 지지한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지난 13~14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국 법무장관 임명에 대해서 ‘찬성’ 42%, ‘반대’ 42.5%로 팽팽하게 맞섰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23~24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동일한 질문을 한 결과에 의하면 ‘찬성’ 27.2%, ‘반대’ 60.2%, 모름ㆍ무응답 12.6%로 나왔다. 20대 이하와 60 이상에서 반대 여론이 더 높았다.

두 언론사의 조사에서 드러난 여론은 오차 범위를 넘어서는 편차를 보이고 있지만, 찬성이 30~40%대에 달한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조 후보자의 ‘불공정한 삶’에도 불구하고 사법개혁이라는 과제는 완수돼야 한다는 당파성 논리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서울대생 97%가 조국 임명 반대, 공정성 중시 논리

문재인 정부, 개혁완수 위해 청년세대에게 등 돌려야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서울대생 대상의 조사 결과가 판이하게 다른 것도 흥미롭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는 25일부터 “조국 전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적합한가”라는 주제로 진행중인 투표에서 26일 오전 현재 총 투표자 1821명 중 95%인 1735명이 ‘전혀 적합하지 않다’를 선택했다. 2%인 51명이 ‘적합하지 않은 편’이었다.

‘매우 적합’ 25명(1%), ‘적합한 편’ 5명%0%)등은 한 줌에 불과했다.

서울대생들은 개혁을 실현하기 위한 ‘당파성’보다는 실생활속의 ‘불공정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법조 엘리트는 모든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기득권 집단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권이 미완의 관제로 남겼던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면서 청년세대에게 등을 돌려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에 봉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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