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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뉴 리더] LG그룹 구광모 회장(중) 구인회와 이병철, 구본무 vs 이건희, 구광모 vs 이재용은?

이상호 전문기자 | 2019-09-10 08:32 등록 (09-10 08:32 수정) 1,069 views
▲ (왼쪽부터)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사진제공=LG그룹, 연합뉴스]

삼성과 현대·기아차,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의 창업주에 이어 2세까지 별세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창업 3·4세대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3·4세대는 ▲연령 30~40대의 ‘N세대’이자 Y세대’적인 특성에 ▲외국 유학을 통한 경영수업, 글로벌 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각각의 경영철학과 전략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는 이와 같은 3·4세대 경영시대의 새로운 기업문화 트렌드를 해당 기업 현장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오세은 기자] 경남 의령군 의령읍 정암리 앞을 흐르는 남강에는 정암(鼎巖), ‘솥바위’라는 바위섬이 있다.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서는 “정암을 중심으로 20리안에는 부귀가 끊이지 않으며 세 명의 큰 부자가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

실제로 인근 진주에서 LG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과 삼성의 고(故) 이병철 회장(의령), 이 회장과 동업으로 오늘날 삼성의 모태를 만든 효성그룹 창업주 고(故) 조홍제 회장이 지척인 경남 함안 출신이어서 전설은 사실이 됐다.

구인회, 이병철, 조홍제 세 사람 모두 남강 옆 넓은 들판의 부농(富農)의 자손이었다.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이 농업자본에서 출발해 상업을 거쳐 산업자본가로 변신한 한국 자본주의 발전사를 보여준다.

구인회 회장과 이병철 회장은 초등학생 시절 동문수학을 한 사이다.

의령에서 2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병철 회장은 11살이던 1921년 처음으로 신식 공부를 위해 집을 떠나, 시집 간 둘째 누나가 사는 진주로 갔다. 이병철 회장은 진주 지수보통(초등)학교 3학년에 편입했는데, 한 해 전에 2학년으로 들어온 구인회 회장과 학급 친구로 만났다. 출석부에 구인회 회장이 6번 이병철 회장이 26번으로 구 회장이 세 살 위였지만 두 사람은 좋은 친구였다고 한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훗날 구인회 회장의 3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이병철 회장의 차녀 이숙희 씨가 결혼하면서 사돈 사이로 발전했다.

구인회, 이병철 초등학교 동창에 사돈 사이

LG와 삼성, 한국경제 이끌어 온 라이벌


그러나 삼성이 LG에 이어 전자사업에 진출함으로써 두 사람은 멀어졌다.

1968년 봄, 이병철 회장은 자신이 만든 안양골프장(현 안양베네스트GC)에서 구인회 회장을 만났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이병철 회장의 장남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자서전에 따르면 이 회장은 구 회장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불쑥 던졌다.

“구 회장! 삼성도 앞으로 전자사업을 할라카네”

그때까지만 해도 삼성은 비료와 조미료, 설탕, 모직 등이 주 업종이었고 LG는 화학(화장품)과 전자사업에 주력하고 있었다.

이병철 회장의 통보를 들은 구인회 회장은 버럭 화를 냈다. 그리고는 “이익이 남으니까 할라카는 거 아이가?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 카더마는...”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박찼다.

이듬해인 1969년 이병철 회장은 삼성전자의 전신인 삼성전자공업을 설립했고, 구인회 회장은 그해 12월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 후 LG는 고(故) 구자경, 구본무 회장을 거쳐 현재의 구광모 회장에 이르기까지 4세 경영시대에 접어들었고, 삼성은 이건희 회장을 거쳐 이재용 부회장까지 창업 3세에 이르렀다.

LG와 삼성은 출발부터 한국 재계의 양대 산맥이자 영원한 라이벌이다.

생활가전부터 반도체 모바일 분야는 물론,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떠오르는 바이오산업에 이르기까지 경쟁을 펼치며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다. 흔히 재계에서는 “LG와 삼성그룹을 수평저울 양쪽에 달고 무게를 재면 딱 반도체사업만큼 차이가 난다”고 평가한다.

LG보다 늦게 전자사업에 뛰어든 삼성이 반도체를 세계 1등으로 만든 것,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후 들어선 김대중 정부의 빅딜 강요로 반도체사업이 현대를 거쳐 SK로 넘어간 것이 LG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LG그룹에서 오래 근무한 임원들은 오늘날의 SK하이닉스에 대해 “LG가 정권의 외압에 의해 빼앗긴 것”이라고 말한다. 구광모 회장의 부친, 구본무 회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글로벌 기업이 되고 엄청난 돈벌이를 하는 것을 보며 늘 가슴 아파했다고 한다.


‘LG 황금시대’ 재현 위한 사업구조 개편 임박?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대(代) 이은 경쟁 관심


▲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제공=각 사]

구광모 회장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이자 ‘가문(家門)의 염원’은 ‘LG 황금시대’를 재현하는 것이다.

LG와 삼성의 오랜 인연, 경쟁관계를 놓고 볼 때 구광모 회장은 자신의 시대에 마주한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이다. LG그룹의 미래는 물론 한국경제의 앞날이 달린 숙제이기도 하다. 반도체를 넘어서는 먹거리를 찾는 한편,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사업 재편도 불가피하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가 가전, 화학 등 경쟁력 있는 주력사업은 밀고 나가면서 바이오, 에너지, 전장부품 등 신수종 사업을 집중 육성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구 회장 또한 “전자·화학·통신 3대축으로 LG의 미래를 준비하겠다. 전자 계열은 전기차 부품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광학솔루션 등 부품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기차 전지사업과 LG화학의 바이오사업에서 박차를 가하겠다. 통신에서는 5G 전환을 앞두고 네트워크 구축뿐 아니라 5G 특화 서비스 등 고객의 일상을 바꾸는 가치 제공에 주력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LG화학과 LG전자 등 주력 계열사 실적이 좋지 않아 ‘실탄(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고, 전기차 배터리를 제외한 전장과 5G 사업 등은 생각만큼 진척이 없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사업의 우선순위 재조정이나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LG그룹 특유의 신중하고 보수적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기업과 협력, 과감한 투자, 인재 영입 등을 통해 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개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정도경영’ 추구 LG, 기업이미지 으뜸

보수성과 도전의식 부재, 약점 지적


‘인화’와 ‘정도경영’을 추구해온 LG는 재계는 물론 국민적으로도 이미지가 으뜸이다.

오랫동안 동업을 해 온 LG의 구씨 가문과 GS 허씨 가문의 경영자 대부분이 ‘재계의 신사’로 꼽혀왔다.

31년 전, 삼성 이병철 회장이 사돈인 LG 구인회 회장에게 전자산업 진출을 통보한 뒤 구 회장이 아들 구자경 전 회장에게 남겼다는 말은 구씨 가문의 ‘심성’, 이로 인해 형성된 기업문화의 일면을 보여준다.

“그쪽(삼성)에서 꼭 하겠다면 서운한 일이지만 우짜겠노. 서로 자식을 주고 있는 처진데...섭섭한 점이 있다면 금성사(LG전자)가 어려운 형편에 있을 때 넘어뜨리자고 덤비는 것...나도 설탕사업 할려면 못할 거 있나...그렇지만 나는 사돈이 하는 사업에는 손대지 않을끼다.”

LG전자는 우리나라 대기업 중 사실상 유일한 ‘노사상생 기업’이며 계열사 대부분이 노사분규가 없다 ‘편법 경영승계 시비’나 오너 일가를 둘러싼 탈·불법 논란이 LG그룹에서는 없었다.

기업 분위기가 좋을 뿐 아니라, 정·관계나 언론계 등 외부인들도 LG 그룹의 가족적인 분위기, ‘LG사람’들의 친절함과 따뜻함을 칭찬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LG그룹을 평가할 때, ‘신사’라는 칭찬에 가려진 그늘, 바로 보수성과 도전의식의 부재가 약점으로 지적되곤 한다.


LG의 ‘인화(人和)’, 삼성의 ‘인재(人材)’

‘정도경영’과 ‘일등주의’가 만든 차이


LG그룹의 ‘인화’와 ‘정도경영’은 삼성이 추구해온 ‘인재’, ‘일등주의’와는 대척점에 있다.

삼성이 반도체 등 IT산업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이병철 창업주와 2대 이건희 회장이 추구해온 ‘인재중심’과 ‘일등주의’ 경영철학이 결정적이다.

‘인재중심’이 가장 유능한 사람을 골라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면 ‘인화’는 능력보다는 관계, 협조를 중시하는 조직운영 방식이다.

이병철 이건희 회장은 전자사업을 키우면서 최고의 전문가를 찾은 뒤 그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 더 나아가 일임하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전문경영인 이학수 윤종용 최지성 등은 ‘2인자’가 아니라 ‘오너의 대리인’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에서도 삼성과 같은 ‘스타급 전문경영인’이 기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LG의 ‘부회장급’들이 가진 권한은 정책결정 및 인사 등에서 삼성그룹의 부회장급과 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정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영전문가들은 ‘인화’와 더불어 ‘정도경영’이 도전의식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 것으로 지적한다.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LG는 ‘정도경영’을 통해 기업 이미지와 지속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받지만 실적과 성장의 측면에서 보면 ‘일등주의’ 삼성과 간격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 ‘LG 전통’ 바꿀까?

삼성·SK 상대 연이은 공세 주목


▲ 지난달 29일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LG그룹]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LG의 오랜 전통을 변화시킬지 주목한다.

이와 관련 최근 LG가 라이벌 기업들과 양보없는 싸움을 벌이며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끈다. 구 회장 취임 후 LG그룹이 공격적으로 달라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서 개막된 국제가전박람회, IFA 2019에서 LG전자 고위 임원은 삼성전자의 8K TV 화질을 겨냥해 ‘국제기준 미달’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변칙” “소비자 오도”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썼다.

LG전자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이정석 상무는 ‘IFA 테크 브리핑’에서 “시중에 있는 8K 제품을 입수해 테스트한 결과, 화질 선명도(CM)가 50%를 밑도는 업체는 삼성전자밖에 없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장 박형세 부사장도 메쎄베를린에서 진행된 기술설명회에서 “경쟁사 제품은 해상도 기준으로 8K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공격했다.

LG화학은 2차전지와 관련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지난 4월 미국 법정에 제소한 바 있다.

양사의 싸움이 결과적으로 중국 등 후발업체들만 이롭게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구광모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 간 최고위급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지만 LG의 태도는 단호하다.

경쟁기업을 향한 고위 임원의 언어는 오너, 즉 구광모 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봐야만 한다. SK와의 소송전, 삼성과 벌이고 있는 신경전 모두 과거의 LG와 다른 결기가 보인다.

LG는 삼성 및 SK그룹 양쪽 모두 전자산업, 특히 반도체와 관련해 아픈 역사를 겪었다. 아울러 취임한 지 1년이 막 지난, 재계의 가장 젊은 총수로서 구광모 회장은 그룹 안팎에 보여줘야 할 것이 많은 상황이다.

회장 취임 초기 리더십 확립은 물론 새로운 그룹 분위기 형성과도 깊이 연결돼 있기에 LG그룹 안팎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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