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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에선](305) 후쿠시마산 쌀의 수상한 변신. 누가 먹고 있나

김효진 통신원 | 2019-10-08 11:04 등록 (10-08 11:04 수정) 622 views
▲ 일본 편의점에서 팔리는 도시락. 어디 쌀을 쓰고 있을까. [출처=일러스트야]

식당과 편의점으로 대거 유통된 후쿠시마산 쌀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에 당연하게도 후쿠시마산 농산물은 모두가 기피하는 대상이 되었다. 일본정부가 앞장서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은 모두 안전하니 전 국민이 먹어서 응원하자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기도 했지만 이를 믿고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소비가 급감했음에도 후쿠시마에서는 마치 원전사고가 없었다는 듯이 매년 각종 농수산물을 전국에 유통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쌀은 후쿠시마의 대표상품으로 취급되며 작년 한해에만 약 36만 톤이 생산되어 전국 6위 생산량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쌀을 누가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 것일까. 답은 후쿠시마산 쌀의 유통현황과 주요 소비지역을 확인하면 알 수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2018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쌀의 64%가 업무용으로 유통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토치기현 쌀의 67%에 이어 전국 2위로 전체 평균인 37%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심지어 후쿠시마현 농업협동조합이 직접 취급한 쌀만을 놓고 보면 업무용 비율은 80%를 넘긴다. 일본에서 말하는 업무용이란 일반가정이 아닌 편의점이나 식당과 같은 외식업에서 사용되는 경우를 뜻한다.

여기에 업무용으로 유통되는 쌀은 특정 생산지역을 표시하지 않고 ‘국산’이라는 표기만으로 유통되기에 식당과 편의점 역시 국산이라고만 알릴뿐 실제 소비자들은 일본 어디에서 생산된 쌀인지 알 길이 없다.

한편 각 지역별 후쿠시마산 쌀 소비량을 보면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후쿠시마현 농림수산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인구 100만 명당 후쿠시마산 쌀을 많이 소비하는 지역 1~3위는 도쿄도(東京都), 효고현(兵庫県), 오키나와현(沖縄県)으로 나타났는데 세 지역 모두 외국인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일본 주요 관광지로 손꼽힌다.

도쿄가 후쿠시마에서 그나마 가깝고 유통이 쉬워 소비가 많다고 하기에는 제일 먼 지역인 오키나와의 높은 소비량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주요 대도시와 관광지가 밀집된 지역들을 중심으로 후쿠시마 쌀의 소비가 많다고 해석하는 쪽이 설득력이 있다.

위의 내용들만을 종합해보면 2011년 원전사고가 발생한 이래 후쿠시마산 쌀은 일본 가정이 아닌 식당과 음식점을 중심으로 소비되었고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들에서 눈에 띄게 많은 소비가 이루어졌다.

즉 일본인은 물론이고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관광객들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 편의점과 식당들에서 후쿠시마산 쌀을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아베 총리는 한국인관광객 감소는 아쉽지 않지만 한국인관광객들에게 후쿠시마산 쌀을 이전처럼 많이 먹이지 못해 재고가 쌓이는 것이 유일한 걱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일본 정부도 기업들도 침묵한 채 후쿠시마산 쌀을 묵묵히 유통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한 일본여행이 가능할지는 누구도 장담해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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