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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② 성과: 기아차 책임경영부터 실적 거둔 ‘검증된 승계자’

이원갑 기자 | 2019-11-11 13:08 등록 (11-11 13:08 수정) 1,423 views
▲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일러스트=민정진ⓒ뉴스투데이]

저환율·서브프라임·업계 불황 등 위기관리 통해 '뚜렷한 성과' 내

'적자 계열사' 기아차 사장 맡아 흑자 전환 이뤄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정의선(49)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계열사를 책임경영하던 시절부터 위기관리 능력을 '검증받은 승계자'다. 공교롭게도 굵직한 승진 시기가 그룹의 위기 시점과 수 차례 겹친다. 뚜렷한 실적기반 없이 그룹을 승계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 재계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정 부회장은 의미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저환율로 수출 실적이 바닥을 치기 시작하던 2005년에는 기아자동차 사장에,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로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 경기가 얼어붙었던 2009년부터는 현대차 부회장에,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추락을 거듭하던 지난해 9월에는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올랐다.

환율이나 국제적 금융위기처럼 손쓸 수 없는 이유로 회사가 위기에 처한 시점에 취임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상황을 반전으로 이끌어 경영 능력을 증명한 셈이다.

▲ [표=뉴스투데이 이원갑]

달러 당 900원대 '환율 폭탄' 맞은 기아차 연착륙 기여
업계 관계자, "출구전략 조언 거절하고 승부수 던져"


입사 초기 현대자동차에서 경력을 쌓던 그는 기아자동차로 자리를 옮긴 후 부사장을 거쳐 지난 2005년 2월 25일 사장 승진 발령을 받았다. 같은 해 3월 11일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기아자동차에 정의선 체제가 들어섰다.

기아자동차는 2005년 한 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4.86% 오른 15조 9994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85.58% 급감한 740억원을 나타냈다. 이듬해에는 매출이 9% 증가한 17조 4399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손익이 적자로 돌아서 1253억원의 손해를 봤다.

원달러 환율이 폭락을 거듭하면서 차 값이 함께 떨어졌기 때문이다. 2004년 9월 1일 1151원 80전이었던 환율은 이듬해 1월 3일 1038원까지 내려갔고 4월 25일에는 1000원대가 붕괴되기도 했다.

2007년까지 계속되던 환율 추락에도 불구하고 정의선호(號) 기아차는 그 해 오히려 적자 폭이 줄었다. 중국과 슬로바키아 등 환율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현지 공장의 생산비중이 늘고 준중형차 ‘쎄라토’, 경차 ‘모닝’의 판매 실적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정의선 당시 기아차 사장은 환율이 반등세에 접어들던 2008년 3월 21일 사장직과 사내이사직은 유지한 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5월에는 은탑산업훈장을 받고 9월에 현대자동차의 기획 및 IT부문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4년 반의 기아차 ‘책임경영’ 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의선 사장이 기아차를 맡았을 때 상당기간 고생을 했다”면서 “주변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해보라는 조언도 할 정도였으나 ‘여기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사장은 결국 적자를 기록했던 기아차를 흑자 전환시키는 능력과 책임감을 보여줬다”며 “현대기아차그룹 경영승계 이전에 기아차라는 계열사를 책임경영함으로써 확고한 성과를 낸 인물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표=뉴스투데이 이원갑]

지난 해 9월 사실상 그룹 총수 취임이후 성장세 굳혀
올해 현대차와 기아차 영업이익률 큰 폭 증가
현대차는 6년 내리막서 반등 성공

그는 10년간의 부회장 시기를 지나 지난해 9월부터 총괄 수석부회장으로서 본격적인 그룹 총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첫 12개월 실적은 양대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두 자릿수 성장이다. 다만 현대차에서 지난해 4분기 계열사 현대로템과 금융부문의 부진을 겪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 성장률은 올해 1분기 21.15%(1440억원), 2분기 30.18%(2870억원), 3분기 31.14%(900억원)다. 기아차의 경우 더 급격한 성장을 보여 지난해 4분기 26.49%(800억원), 올해 1분기 94.12%(2880억원), 2분기 51.27%(181억원), 3분기 148.72%(1740억원)를 나타냈다.

현대차의 연결 기준 연간 영업이익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내리 하락하던 상황이었다. 중국 등 신흥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 심지어 중국까지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올리면서 친환경차로 수요가 움직이는 점도 한몫한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4분기 시장에 나온 현대차 대형 스포츠유틸리티(SUV) ‘팰리세이드’, 올해 3분기 출시된 기아차 소형 SUV ‘셀토스’ 가 흥행하는 등 SUV 시장이 자동차 불황 속 역주행 수요가 나타나면서 매출 반등을 유도하고 있다. 믹스(품목 분배) 개선을 통한 수익성 방어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 [차트=뉴스투데이 이원갑]

글로벌 수소경제 주도권 확보
수소차 '넥쏘' 판매 늘고 수소트럭 수출 시작해


몰락의 전조를 보이던 내연기관이 SUV 흥행몰이 등으로 재반등에 성공함으로써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미래 먹거리 구상도 힘을 얻게 됐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스마트 모빌리티 등 현대차의 여러 신사업 중에서 전기차나 자율차와 달리 현대차가 선두에 있는 부문이 수소차다.

부족한 충전 기반에도 불구하고 수소차 판매는 조금씩 늘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연료 기반 전기자동차 ‘넥쏘’는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9월까지 총 300대를 팔았다. 월 판매량이 세 자릿수가 된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판매량이 등락을 거듭한 끝에 12개월간 총 3026대가 팔렸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차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올해 1월 24일에는 세계 수소산업 관련 기업들이 모인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6월 15일 일본 나가노현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에서는 오찬 발표를 통해 전 세계적인 수소경제 확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수소경제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오는 12월 수소트럭 10대가 스위스에 공급될 예정이고 2025년까지 1600대를 파는 목표도 세운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29일 수소전기트럭, 수소전기버스 등 상용차 전동화 계획도 함께 밝혔다. 이에 따라 수소전기차 10종과 전기차 7종이 오는 2025년까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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