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메일 전송
공유하기

[JOB 현장에선] 호르무즈 해협 봉쇄설 나오면 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등 정유 4사 바빠지는 이유

이원갑 기자 | 2020-01-08 11:44 등록 (01-08 11:58 수정) 764 views

▲ 8일 이란 혁명수비대의 이라크 소재 미군기지 공격 장면 [사진제공=연합뉴스]

▲ 단위 : 1배럴당 달러 [그래픽=뉴스투데이 이원갑]

정유 4사, 호르무즈해협 전운 짙어지면 산자부 주영준 실장과 접촉 분주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대립이 국지전으로 번질 양상을 띠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 공급이 끊어지는 경우의 수를 가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아버리면 이 일대에 밀집한 원유 수출은 발이 묶이게 된다.

국내 정유 4사는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단행된 8일에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우디아라비아등의 현지에서 중동산 두바이 원유가 제대로 선적되고 있는지, 향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은 없는지 여부 등을 체크하고 이를 토대로 각 정유사의 재고 및 정부의 비축유 등을 정부와 함께 점검하고 협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측 파트너는 주영준 산업자원통산부 에너지 자원실장이다. 정유 4사의 해당 임원들은 호르무즈해협의 전운이 짙어질수록 주영준 실장과의 접촉 빈도가 높아져야 한다. 현재로선 원유 수급상황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국지전이 격화될 경우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8일 이라크 내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

이와 관련해 이란은 정규군인 혁명수비대가 8일(현지시간) 이라크 아인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 미사일 수십 기를 발사했다. 안바르 주에 위치한 이 기지에는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부터 미군이 주둔 중에 있다. 종전까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관계 상 확전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던 것과는 정반대 결과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27일 이라크 키르쿠크 미군 기지에 로켓포가 떨어져 민간인이 사망한 사건이다. 미국은 로켓포의 출처를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라고 지목했고 곧바로 이틀 후 이라크 등의 친이란 민병대를 공격했다.

이에 친이란 민병대는 지난 1일 미국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미 대사관을 공격해 경비초소에 불을 냈다. 미국은 다시 이틀 후 이란군의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바그다드에서 드론을 띄워 살해했다. 이후 미국과 이란의 ‘트위터 설전’이 이어진 지 엿새 만에 양국 정규군 간의 마찰이 시작된 셈이다.

앞서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직후 이란은 “피의 보복”을 선언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SNS) 트위터를 통해 지난 5일(현지시간) 이란이 보복할 경우 “신속하고 완전하면서 불균형적인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군사적 재보복을 경고했던 바 있다.


▲ 호르무즈 해협(붉은색 위치 표시)을 이란이 봉쇄하면 페르시아 만에 밀집된 원유의 유통에 장애가 발생한다. [사진=구글 지도 갈무리]

◆ 산유국들 ‘아킬레스건’ 호르무즈 해협 막히면 원유 공급 차질

미국-이란 1년 이상 장기전 벌이면 유가 110% 폭등?


문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중동 주요 산유국들을 전부 인질로 잡는 경우다. 아라비아 반도 동쪽에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의 유전지대가 연달아 있어 약 50km 폭의 이 통로로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가 집중돼 있다.

이들 중동 국가들이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8월 누적 원유 도입량은 7억 2769만 배럴로, 이 중에서 사우디아라비아(2억 932만 배럴), 쿠웨이트(1억 196만 배럴) 등 중동 국가로부터의 도입량 5억 1850억 배럴이 71.25%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이란이 해협을 막거나 해협을 두고 국제적 교전이 벌어지면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미국의 국제적 경제 봉쇄 정책으로 이란산 원유는 지난해 5월 수입이 중단됐어도 여전히 이란 문제가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수입에 장애를 일으키는 이유다.

과거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이 있을 때마다 이 해협은 도마에 올랐다. 당장 지난해 4월에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그 해 6월부터 해협의 유조선이 피격당했고 9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저장시설에 드론을 이용한 테러가 발생하면서 유가가 일시적으로 폭등하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12년 1월 10일 보고서에서 당시에도 진행 중이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와 관련해 미국과 이란이 1년 이상의 장기전을 벌일 경우 110%의 유가 상승으로 인한 심각한 경기 침체가 유발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당시 4%던 경제성장률이 2.8%로 주저앉고 3.5%던 물가상승률은 7.1%로 폭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아라비아 해 하스바 유전 모습 [사진제공=사우디 아람코]

◆ “홍해 우회 물량은 일부일 뿐”…국내 비축량으로는 7개월 버틸 듯

아라비아 반도를 둘러싼 바다는 서쪽의 이집트와 접하는 홍해도 있다. 페르시아 만에 밀집한 산유국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홍해로 원유를 우회시켜 수출하려면 파이프라인을 깔아 폭 1000km가 넘는 아라비아 반도를 횡단한 후 다시 배에 옮겨담아야 한다.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물론 일부는 파이프라인을 깔아 홍해 쪽으로 빼는 물량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유전지대가 몰려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이 훨씬 많을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원유 수급에 이상이 생길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우리나라의 원유 비축량은 지난해 11월 기준 약 2억 9650만 배럴로 민간 부문이 2억 배럴, 정부 비축량이 9650만 배럴이다. 지난해 8월 누적 중동산 원유 수입량과 비교했을 때 중동산 수입이 완전히 끊겨도 약 7개월간 기존 수입량을 충당할 수 있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 6일 ‘제4차 석유수급 및 유가동향 점검 회의’를 서울에서 열고 주영준 에너지자원실장 등 정부 요인들과 석유 및 가스공사, 석유협회,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의 관계자, 4대 정유사의 대관 담당자 등을 모아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이번 마찰로 당장의 큰 영향은 없겠지만 화석연료 시장이 품은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회의에서 주영준 에너지자원실장은 “우리나라 원유·LNG 수입에서 중동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업계와 함께 중동 정세와 국제 석유·가스시장 동향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국내 석유·가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뉴스투데이.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주요기업 채용정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