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메일 전송
공유하기

[JOB현장에선] ‘엔지니어의 혁신’ 주문한 LG그룹 구광모 회장, “고객 불만 적극 피드백하라”

오세은 기자 | 2020-02-14 09:56 등록 (02-17 11:38 수정) 409 views
▲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제공=LG]


구 회장, 고객 불만 전부 반영하면 제품 못 만든다는 기존 관행 탈피 강조

LG 엔지니어들, 기술중심주의에서 소비자중심주의로 전환해야

고객불만 반영 못하는 100가지 이유 대는 엔지니어는 설 자리 없어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고객중심 가치혁신’을 위해 임직원들에게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 소비자의 니즈를 상품 기획 및 마케팅 단계에서 철저하게 반영해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스마트폰, 8K TV 등과 같은 LG전자의 일부 제품들은 탁월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호응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지적돼왔다. 이 같은 문제점은 연구개발(R&D)에 전력투구해온 엔지니어들이 정작 소비자들의 불만 및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게 구 회장의 인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의 이 같은 경영전략은 LG그룹의 엔지니어들 업무 스타일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술중심주의에서 소비자중심주의로 제품개발의 대원칙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구 회장은 신년사 등을 통해 혁신이 안되는 다양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행태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무모하더라도 혁신을 실천할 방안을 찾는 사람이 새로운 LG의 인재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변하지 않는 LG직원은 회사 내에서 인정받기 어려워진다고 볼 수있다.

14일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LG전자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 혁신을 위해 고객센터에 접수된 불만사항을 관련된 엔지니어들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을 강화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구 회장이 LG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최고경영진(CEO)에게 고객의 요청을 적극 받아들일 수 있는 대응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애프터서비스(A/S)센터 직원들은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일일이 타이핑을 치고 이를 나름대로 유형화해 빈도수가 높은 순으로 정리해 회사에 보고하고 있다. 정리된 불만 및 요구사항은 상품개발 엔지니어들에게 전달됐으나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한다. “고객 요청을 다 들어주면 제품을 못만든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야 한다는 경영전략을 눌러왔던 셈이다.

그러나 ‘고객 중심 경영’을 천명한 구광모 회장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제품에 반영하는 게 가능한지를 엔지니어들에게 직접 문의하면서 적극적 해결방안을 주문하기도 하는 등 ‘현장 경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의 이 같은 경영 행보는 올해 신년사에서 이미 강조됐다. 그는 신년사에서 “안 되는 이유 백 가지를 찾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해야 되는 이유 한 가지를 위해 바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거듭 강조한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하고, 고객 관점에서 고민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다.

따라서 LG의 엔지니어들로서는 이제 전혀 다른 업무 스타일을 구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과거에는 엔지니어들이 고객불만을 반영하기 어려운 100가지 이유를 댈 수 있으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 불만을 반영하기 위한 단 1가지 방안이라도 찾아내서 실천하는 게 인정받는 직원이 되는 길인 것이다.

‘고객’을 강조하는 이유에는 LG의 기본 경영 이념인 ‘고객 가치’도 있지만, 무엇보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야 시장을 읽을 수 있고, 시장을 읽어야 이익 창출로 연결돼 기업이 존립, 지속성장 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의 스마트폰 및 초대형 TV등은 기술력은 탁월해도 시장 점유율 낮아

MC사업본부는 19분기 연속 적자 행진

더군다나 LG는 그동안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장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례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부문에서의 시장 점유율도 삼성전자에 뒤지고 있고,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19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MC사업본부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액은 3322억원으로 전분기(1612억원) 보다 적자 폭이 2배로 커졌다. 2005년 ‘초콜릿폰’으로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 35%로 1위를 차지한 LG전자는 현재 국내·외에서 사실상 2류 제조사로 전락하게 됐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TV 사업은 영업이익이 감소해 11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 TV 사업은 퀀텀닷올레드(QLED) 초대형 TV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지난 1월 30일 LG전자의 실적 발표 직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LG전자 HE본부 하진호 전무는 “환율과 경쟁사 가격압박을 심하게 해와 이에 대응하다 보니 액정표시장치(LCD) 수익성이 악화됐다”라며 “프리미엄 중심 전략과 수익성 중심 전략을 유지하면 수익성 악화와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 불평을 소화하는 기존 방식과 능력에 구 회장의 LG가 어떤 변화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Copyright ⓒ 뉴스투데이.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주요기업 채용정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