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메일 전송
공유하기

[패션피플 릴레이인터뷰] 강동준 디자이너 “국내 디자이너를 인정해줘야 해요”

윤한슬 기자 | 2013-04-04 08:14 등록 (02-07 17:57 수정) 5,843 views
(뉴스투데이=윤한슬 기자) “대부분 어렸을 때는 장난감을 좋아하죠? 특히 남자아이라면 비비탄 총을 좋아하고요. 하지만 저는 옷 사는 것이 좋았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용돈을 받으면 옷 사러 이태원에 갈 정도였으니까요.”

지난달 25일에 개막해 30일에 성공리에 막을 내린 2013 F/W 서울패션위크 컬렉션에서 월요일 저녁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디그낙(D.GNAK)의 강동준 디자이너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 강동준 디자이너 [사진=강지연 기자]

신사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은 갓 이사를 마쳐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으나 그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부모님과의 줄다리기

강 디자이너의 어머니가 옷을 잘 입고 꾸미는 것의 영향을 받아서 일까. 그는 초등학생이었을 때부터 옷 사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1시간 가량을 걸어 이태원에서 옷을 사오곤 했다. 중학생 때는 보세옷이 즐비한 명동으로 쇼핑장소를 바꿔 옷을 사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도 쇼핑을 자주하러 다녔어요. 그런데 사고 싶은 옷을 생각해서 명동까지 가면 비슷한 옷은 있는데 100%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서 항상 수선을 했었어요. 그 때 제가 직접 옷을 만들어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한거죠. 그때부터 이 계통과 관련된 직업을 찾기 시작했고,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찾아서 이 직업만을 꿈꿔왔어요.”

그는 진로를 패션 디자이너로 결정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고등학생이었던 강 디자이너는 평범한 직장인을 바랐던 부모님 설득에 실패해서 결국 패션과는 먼 독어독문과에 진학하게 됐다.

“학교를 그만 둘 생각으로 대학에 진학했었어요. 실제로 학교도 거의 안 갔고 관심도 없었죠. 옷에만 관심이 있었거든요. 결국 친구들이 자퇴를 권유해 1학년 때 부모님 몰래 자퇴를 한 뒤 수능을 다시 봤어요. 운이 좋게 장학금도 받으며 원하는 대학·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어요. 그 때 부모님께서 눈치를 채셨죠. 다행히 끊임없는 설득 끝에 부모님의 마음을 돌리는 데에 성공할 수 있었고요.”

▲ 강동준 디자이너 [사진=강지연 기자]

부모님의 반대에도 디자이너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유학생활을 한 뒤 국내로 돌아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졸업했다. 중학생 때부터 디자이너를 꿈꿔온 그가 경영학에 눈을 뜬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뉴욕에 있었을 때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잠깐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타인의 프로젝트를 돕기보다 저만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문제는 제가 경영에 관해 너무 모른다는 거였죠. 그래서 경영을 배우기 위해서 대학원에 진학한 거죠. 이 곳을 졸업한 뒤 2006년에 저만의 브랜드를 런칭했어요.”


강동준, 그리고 디그낙(D.GNAK)

강동준 디자이너는 중학생 시절 별명인 KANG.D(강디)를 뒤집어 브랜드 명칭을 D.GNAK(디그낙)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스스로의 의상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가 된 만큼 여태까지 남성복에만 주력해왔다. 2006년에 런칭한 디그낙과 2009년에 새롭게 출시한 ‘디바이디(D by D) 모두 남성복 브랜드이다.

“항상 남성복만을 봐와서 여성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여성복으로 성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 역시 안 해봤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거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부터 디그낙과 디바이디의 신상품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우리나라의 유통 시스템에 불만이 많았어요. 한국 시장에 지친 면도 있고요. 백화점에 입점 했을 때 갑-을 관계도 싫어요. 매출이 안나오면 백화점 측에서는 어떤 스타일의 옷을 요구하는데 저는 제 스타일을 추구하고 싶고…그러다보면 백화점에서 철수해야 하고요. 또한 재고를 감당하기가 어려웠죠. 해외은 달라요. 그래서 지금은 해외시장에 주력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국내 매니아들은 오히려 이 소식을 반가워한다. 해외시장에 주력하면 디그낙과 디바이디의 희소가치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매니아들은 국내에 신상품이 출고가 되지 않아도 해외 사이트를 통해 옷을 구매하거나 디그낙에 직접 옷을 제작의뢰 하면서 디그낙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은 특별한 디그낙 컬렉션

“디그낙을 사랑해주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컬렉션만큼은 유쾌하고 특별하게 연출하고 싶었어요. 저는 서울패션위크의 컬렉션(이하 서울컬렉션) 자체가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갈라쇼의 개념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즐기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그래서 매번 컬렉션의 콘셉트가 독특해지는 것 같아요.”

지난해 강동준 디자이너는 서울컬렉션에서 프로포즈도 했을뿐더러 타이거JK의 공연무대도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The Path’를 주제로 이은결 마술사와 한편의 매직쇼 연출해냈다.

▲ 2013 F/W 서울패션위크 D.GNAK 컬렉션 모델 김원중(왼쪽)과 김우빈(오른쪽) [사진=강지연기자]

“소년이 남성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여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성장과정을 모두 보여주자니 여건이 마땅치가 않아 소년의 감성을 담은 고태용 디자이너의 비욘드 클로젯‘(beyond closet)’과 남성적 감성의 디그낙으로 그 여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태용 디자이너에게 콘셉트도 비밀로 한 채 의상 대여를 문의했더니 흔쾌히 수락하더라고요. 고태용 디자이너가 얼마나 관대한지 보여주는 대목이죠.”

디그낙의 컬렉션 오프닝에서는 모델 김원중이 비욘드 클로젯의 의상을 입고 나왔지만 이후 이은결 마술사에 의해 김원중은 디그낙 의상을 입은 모델 김우빈으로 변해 관객들은 놀라게 하기도 했다.

“(김)원중이도 그렇고 (김)우빈이도 무대 연출을 참 잘해요. 제 옷을 잘 표현할 줄 아는 것 같아요.”

그러나 매번 볼거리를 선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터. 그도 약간의 압박감은 느끼고 있었다.

“컬렉션에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압박감은 있죠. 스트레스는 없지만요. 제가 패션쇼를 하면 어느 순간부터 밋밋해져서 이벤트를 하기 시작했더니 여론이 계속 그 쪽에 집중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젠가는 뒷통수를 한번 치고 싶어요. 그 어떠한 이벤트 없이 쇼만 하는거죠.”


강동준 디자이너, 기로에 서다.

한편 그는 밀라노 컬렉션 진출에 대해 굉장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해외 70개 매장 중 20개의 매장이 이탈리아에 있고, 특히 밀라노에서 강동준 디자이너 옷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이에 그도 몇 년간 밀라노 컬렉션에 진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기로에 서있는 상태다.

▲ 강동준 디자이너 [사진=강지연 기자]

“항상 밀라노 컬렉션에 서는 대한민국 1호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말을 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 않아요. 해외 에이전시 측에서는 제 옷이 밀라노 컬렉션보다 파리 컬렉션에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래서 딜레마에 빠졌죠. 저만 고집을 꺾으면 파리에서 컬렉션을 하게 될 것 같은데 밀라노에 대한 미련이 남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언젠간 꼭 밀라노 컬렉션을 해내고 싶어요.”

강동준 디자이너는 밀라노 컬렉션 성사와 함께 디자이너 하우스 설립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디젤그룹처럼 디자이너 하우스를 설립하고 싶어요.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해 해외에도 진출시키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물론 밀라노 컬렉션을 성사시킨 후의 일이지만요. 아직 갈 길이 머네요.”

해외 시장 개척 경험을 토대로 후배 디자이너나 신인 디자이너에게 해외 시장의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인터뷰 마무리 직전,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패션계의 박태환․김연아가 돼야 인정을 받을 수 있어요. 국내 디자이너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거죠. 국내에서 국내 디자이너를 인정해주는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Copyright ⓒ 뉴스투데이.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주요기업 채용정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