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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피플 릴레이인터뷰] 김서룡 디자이너 “색감과 패턴만큼은 자신있어요”

윤한슬 기자 | 2013-05-07 16:35 등록 (02-07 17:56 수정) 5,265 views
(뉴스투데이=윤한슬 기자) “‘패션과 결혼을 했다’ 이런 표현은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그저 제가 좋아하는 일을 재밌게 하는 것일 뿐이에요. 저는 1등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했다고 해서 부러워 해본 적도 없고요. 디자이너라는 일 자체에 욕심을 가진 적이 없는 거죠.”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의 김서룡 디자이너는 서양화를 전공한 미술학도에서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디자이너로 자리잡았다.

그 어떤 디자이너보다 남다른 이력을 가진 김서룡 디자이너를 만나기 위해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 미술학도, 디자이너가 되다

▲ 김서룡 옴므의 김서룡 디자이너 [사진=강지연 기자]

-어떤 어린시절을 보내셨나요?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렸던 친구였어요. 학교에서 미술대회를 하면 제가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오기도 했죠. 그래서 그때부터 ‘아 내가 그림을 잘 그리나’ 이렇게 생각했었어요.”

-어렸을 때 미술 교육을 따로 받으신 건가요?

“사실 그 당시에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어요. 요즘은 세대가 달라져서 초등학생 때부터 미술을 배우잖아요. 그런데 제 생각은 달라요. 기본적으로 기술적인 것들은 필요하겠지만 미술도 마찬가지고 음악, 글쓰는 것 등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요즘 사람들이 교육을 잘못하고 있는 거죠. 미술대학, 음악대학을 갔다고 해서 특수교육을 받는 거지 재능을 만들어주지는 않잖아요.”

-그래도 교육은 중요하지 않나요?

“어느정도는 그렇죠. 하지만 교육은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지 방법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특히 예능계열이요. 미술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다 잘되는 것이 아니듯이요.”

-화가의 길을 걸으시다가 갑자기 디자이너로 돌리셨어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분야는 패션 디자인인데, 디자인도 어찌보면 예술의 한 분야에요. 그러니 미술과 디자인은 예술이라는 분야 안에서 표현 방법의 차이가 날 뿐이에요. 직업을 바꾼 것이 아니라요. 제가 그림을 그리던 시절에는 물감으로 표현을 했던 거고, 지금은 제가 가지고 있던 감성과 느낌과 분위기, 취향을 옷으로 표현할 뿐이지 저는 그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그림을 중점적으로 그렸을 때도,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서 일한 것이고, 옷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손으로 뭔가 구현한다는 것, 제 느낌을 손으로 표현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느끼는 우연을 발견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죠.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옷을 만드는 것이 똑같은 것 같아요.”

-혹시 계기가 있으셨나요?

“제가 아무래도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색감이나 밸런스, 취향이 굳어져 있었고 다른 일반인들보다는 미적감각이 더 나았겠죠. 그러다보니 옷을 보는 느낌도 달랐어요. 옷도 늘 사입으면 ‘이렇게 만들어야되나?’, ‘나같으면 이렇게 만들텐데..’, ‘나는 이런 옷이 좋아,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대학생 때 옷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사실 하루종일 그림만 그릴 수 없잖아요. 그래서 재봉틀을 사서 친구들 옷을 만들어주기도 했어요.”

“작업실에 커텐이 필요하면 천을 잘라 커텐을 만들기도 하고, 쿠션도 만들기도 했죠. 어떻게보면 제 인생을 통틀어 그림을 그린 시간과 옷을 만든 시간을 비교해보면 거의 비슷할 것 같아요. 그런데 패션 디자인을 직업적으로 선택했을 뿐이지 제가 전향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림만 그릴 수도 있었을 텐데요.

“제가 그림 그리는 것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그걸 직업으로서 선택한다는 것이 싫었어요. 어떤일이든 그것이 직업이 되다보면 거래가 필요하잖아요. 팔아야 되고. 그러다보면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지 못할 수도 있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그림 그리는 것이 제 고집이었는데 직업을 통해 상처받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이 없어져버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 다음으로 잘 할수 있는, 직업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무엇일까 고민했을 때 이 직업이 있었어요. 그래서 30대 때 디자이너를 직업으로써 선택을 한거죠.”

-다시 그림을 선택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사실 지금도 그림은 그리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그림과 관련없이 살고있지는 않아요. 제가 생각하는 것, 보는 것 등이 그림을 그릴 당시와 비슷하거든요. 하지만 옷에 대한 감이 떨어졌다 싶을 때는 과감히 포기하겠죠. 그러다보면 시간이 많으니 그림 밖에 더 그리겠어요(웃음).”


■ 색감, 패턴의 최고봉

▲ 김서룡 옴므의 김서룡 디자이너 [사진=강지연 기자]
-직업적으로서 디자인을 시작하신 과정이 궁금해요.

“처음에는 웨딩드레스부터 시작했어요. 제가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웨딩은 원단, 색감에 대한 갈등이 별로 없고 하나의 실루엣인 덕분에 제가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사실 제가 웨딩드레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제 지인이 결혼을 하면서 저한테 웨딩드레스를 부탁한 것이 시작이었어요. 그 이후로 드문드문 부탁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작업실을 하나 따로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거죠.”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에서 남성복 디자이너로 탈바꿈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예전에 옷을 만들 때는 옷을 입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웨딩드레스는 제가 입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 이유도 있었고요, 웨딩이라는 것이 본인의 주관이 뚜렷하다고 해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나 주변사람들의 관여가 많이 작용을 해서 장사를 하기 굉장히 힘들었어요. 물론 돈은 그때 가장 많이 벌었지만요. 그래서 흥미가 점점 떨어졌어요.”

“그런데 웨딩드레스를 하다보면 남편들을 만나는데 그분들이 제가 입은 옷을 보시고 마음에 드셨는지 맞춤옷을 요청하셨어요. 그러다보니 남성 손님 층이 생긴거에요. 당시 남성복에 흥미가 좀 더 있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바꿨죠. ‘하면 된다’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지금도 여성복을 만드시긴 하는데 왜 컬렉션에서는 남성복만 보여주시나요?

“제가 잘 하는 것이 수트거든요. 사실 제가 만드는 여성복은 남성복에서 사이즈만 줄어든 수준이에요. 맨쉬한 옷을 좋아하는 분들의 취향인거죠. 요 근래는 여성 치마를 만든다던가 블라우스를 만들어 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여성복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선생님의 수트를 가장 잘 소화하는 모델이 있나요?

“계속 그렇게 입혀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화려한 옷은 (이)수혁이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수혁이는 어릴 때부터 옷의 소화능력이 뛰어난 친구에요. 과한 스타일의 옷들도 소화하는 능력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조금 더 지적인 느낌은 (윤)진욱이가 잘 어울리고요. 진욱이는 청순하게 보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김우빈씨는 선생님 옷을 가장 좋아하신다던데..

“우빈이는 아직도 이름이 어색해요(웃음). 현중이란 친구는 모델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친구여서 그 부분에 점수를 많이 줬어요. 사실 지금 텔레비전을 통해 봤을 때 연기 재능이 참 뛰어난 것 같아요. 모델로서도 괜찮지만 배우로서도 괜찮은 친구에요. 그런데 그 친구가 제 옷을 선택한 것은 그 사람의 취향인거에요. 그래도 기분은 좋죠. 아마 그 친구는 연예인이고, 본인이 입어야할 옷이 이런 옷(제 옷)에 가깝다고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도 선생님 옷을 많이 입으셨다고 해요.

“그렇죠. 사실 남자 모델들은 일이 많이 없어서 안타까워요. 그래서 컬렉션 끝나고 옷을 세일하느니 저는 애들한테 줘요. 모델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 디자이너의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거잖아요. 해당 컬렉션 무대에 섰던 친구가 아니더라도 흘러간 모델, 예전에 나왔던 모델들한테 옷을 주기도 해요.”

▲ 2013 F/W 서울패션위크 김서룡 컬렉션에 선 이수혁, 윤진욱, 김우빈 [사진=강지연 기자]

-지난 서울패션위크에서 첫 스타트 무대를 장식하셨어요. 소감이 남다르신가요?

“첫 무대를 이미 몇 번 해봤었어요. 그런데 첫무대를 하면 패션쇼장에 도착했을 때 굉장히 상쾌해요. 옷을 들고 갔을 때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뭔가 지나간 흔적이 있지 않고 모든 것이 깨끗한 상태이기 때문에 저한테 또다른 시작을 알리는 상쾌함이 있어요. 저는 그런걸 즐기는 편이고요. 모델들도 이전의 메이크업을 지운 상태가 아니라 저를 위해 메이크업과 헤어를 하고 있어요. 의자도 굉장히 깨끗하고 스텝들도 전혀 지쳐있지 않은 그런 현장감이 저한테 자극이 되고, 즐거움을 줘요.”

-컬렉션에서 레드, 골드 블루 계열 등의 의상이 돋보였어요. 미술 전공이 영향을 미쳤을까요?

“보통 수트라고 하면 너무 톤 다운된 옷에 갇혀 있잖아요. 남성들 양복을 보더라도 다 그레이나 블랙이고... 디자이너는 시도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런 것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제시해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실 옷을 만들 당시 빨간색이 눈에 들어오면 빨간색을 선택하는 거고 그래요.”

-같은 컬러라 할지라도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선택하는데 있어서 감각이 뛰어나시지 않을까요?

“그럼요. 저는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컬러를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능력이 있죠. 사실 저는 처음에 제가 직접 염색을 해서 옷을 만들기도 했어요. 컬러가 마음에 안 들어서요. 그림 그릴 때 물감으로 색을 만들어내고 제가 염색도 해봤기 때문에 색감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어요. ‘이 빨강 참 이쁜 것 같아’ 이런 말을 듣기도 해요. 사실 골드도 잘못보면 트로트 가수 옷이에요. 특히 수트는 느낌이 강하면 밤무대 옷 같잖아요. 그걸 럭셔리하게 표현한다던가, 고급스럽게 구현해내는 감은 있었던 것 같아요.”

-패턴 표현이 뛰어나시다고 들었어요.

“실제적으로 디자이너가 패턴을 직접 하지는 않아요. 재단사들이 재단을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목공예도 해봤기 때문에 옷을 만들때도 ‘이렇게 재단을 하면 저런 모양이 나오겠다’ 이런 감이 있어요. 그래서 옷을 만들면서 재단을 30년 이상 하게 됐죠. 패턴만큼은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는 편이에요. 정확한 패턴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배운 패턴사가 있겠지만 저는 기술적으로 배운 능력도 있고, 옷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공부해왔어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옷에 가깝게 갈 수 있고, 손님이 원하는 옷을 정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자신감은 확실하게 있어요.”

-핸드메이드를 추구하는 이유가 있나요?

“옷을 입었을 때 ‘조금 컸으면 작았으면’ 하는 것은 그림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옷을 입는 사람만이 아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시행착오를 겪고 싶지 않았고 오히려 저는 제가 직접 만드는 것이 수월한 작업이고, 옷을 실수없이 정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물론 상품을 다 만들진 않죠. 컬렉션에 내보일 작품, 그리고 굉장히 까다로운 작품, 예를들어 패치워크를 많이 해야한다던지, 원단의 성질을 잘 몰라 옷을 만들고 난 뒤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의상은 제가 직접 해요. 그런데 컬렉션의 모든 패턴은 제가 거의 다 하는 편이에요. 디자인부터 재봉까지 전부다 해요. 보통 디자이너들은 봉재사와 재단사를 데리고 있는데 그분들보다 제가 더 오래했고 스피드가 있기 때문에 3일 만에 나올 옷이 제가하면 하루 만에 나올 수도 있어요. 훨씬 더 속도감 있죠.”


■ 김서룡 디자이너에게 해외 무대란...

▲ 김서룡 옴므의 김서룡 디자이너 [사진=강지연 기자]

-김서룡 옴므가 추구하는 바가 있나요?

“이탈리아에서 활동하고 파리에서 활동한다고 해서 다 잘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비록 제가 한국에 있기는 하지만 그들과 동일한 대접, 가치를 받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원단도 좋은 것을 써야하고 패턴도 정확하게 해야 하고요. 어느 순간 봤을 때 ‘이 사람은 옷을 참 잘 만든다, 이 정도의 가치가 있는 옷이다’ 라는걸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해외 활동 계획은 없으세요?

“지금은 기회가 어느정도 와서 진행 중에 있는데, 저는 한번도 의도적으로 이걸 해야겠다 해서 제가 먼저 나서서 한 적이 없어요. ‘이런 상황이 되었으니 해야지’ 이런 것일뿐. 바이어들이 와서 해보지 않겠냐하며 제 옷을 사가면 어쩔 수 없이 제가 해외에 진출을 하게 되는거잖아요. 제가 지금 상담도 많이 하고 있고, GS홈쇼핑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면서 좀 더 자신감이 생겨서 해외 진출 준비를 하는 단계에요.”

-해외 컬렉션을 염두에 두고 계시는 건가요?
“기회가 되면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하겠다는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시대가 글로벌해졌지만 파리 컬렉션, 밀라노 컬렉션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유명한건 아니거든요. 얼마나 자기 자리를 가지고 있느냐, 그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거에요. 해외 컬렉션은 누구든지 할 수 있는거 잖아요. 지금은 누가 어디서 쇼를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옷을 만들고, 누가 그 옷을 좋아해주느냐, 그 옷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 많으냐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디자이너 지망생들이 유학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요. 선생님의 견해는 어떠신가요?

“꼭 유학을 가야될 것 같다,  유학을 안가면 디자이너가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디자이너가 될 수 없어요. 한국에서도 충분히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어요. 심지어 저는 대학도 안가도 된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하고자하는 의지와 능력만 있으면 되요. 이제는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거든요. 의지의 문제지 한계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늦게까지 유학생활을 하면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경향이 있어요. 젊은 친구들은 20살 때의 감성에 맞게 옷을 만들어야 되고, 30대 때는 그 감성의 옷을 만들어야하지만 유학을 다녀오면 그것이 늦어지잖아요. 최범석 디자이너도 유학을 다녀오지 않았는데 누구보다 잘 하고 있잖아요.”

-유능한 디자이너가 많이 발굴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너무 교육에 얽매이지 말아야 하고, 자기 자신이 가진 재능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유학을 안 다녀왔기 때문에’, ‘나는 콘테스트에서 상을 못 탔기 때문에’ 이런 거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이 무엇이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그것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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