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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피플 릴레이 인터뷰] 최유돈 디자이너 “아직도 신인이라고 생각해요”

강소슬 기자 | 2013-12-17 10:24 등록 (02-07 18:05 수정) 3,684 views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2011년 9월 보그 이태리의 초청으로 밀란 패션워크 ‘Vogue Italy Talent Exhibition’에 참가했을 때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모델인 보그 미국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가 제 컬렉션을 보고 ‘아름다운 컬렉션’이라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영화에서 느껴지던 모습과 달리 친절한 사람이라 놀랬어요.”
 
상대가 누구든 독설과 혹평을 서슴지 않아서 ‘악마’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안나 윈투어가 신인 디자이너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상당한 격려라고 한다. 2009년 런던에서 자신의 브랜드 ‘EUDON CHOI’를 론칭하며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디자이너 최유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최유돈 디자이너 [사진=양문숙 기자]

■ 최유돈,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 지금 국내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많지만, 90년대 중반만 해도 남자가 무슨 옷을 만드냐며 시선이 따가웠을 것 같은데요.
 
“제가 94학번이에요. 처음 디자이너를 하겠다고 했을 때 집에서 많은 반대를 하셨죠. 그럴만한 것이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치과 의사세요. 치과 의사 집안이다 보니 무언의 압력이 있었죠. 처음에 반대하시던 아버지께서 어느 날 ‘디자이너도 전문직이라 괜찮을 것 같다며 열심히 해봐라’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힘을 심어 주셨어요.”
 
- 어떻게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게 되셨나요?
 
“단순히 처음에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낙서 수준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렇게 그린 그림이 나쁘지 않았고, 패션에 관심도 많았어요. 외할머니께서 패션 관련 사업을 하셨는데, 그런 영향을 어머니와 여동생이 많이 받았죠. 지금은 할머니께서 패션 사업을 그만 두신지 오래 되었지만,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패션을 접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면서 꿈을 키우게 되었어요.”
 
- 어릴 때 어떤 아이였나요? 당시 꿈은 뭐였어요?
 
“글쎄요. 어릴 때는 그냥 부끄러움이 좀 많던 아이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어릴 때 꿈은 3대째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었어요.”
 
▲ 최유돈 디자이너 [사진=양문숙 기자]

■ 남성복 디자이너였던 최유돈, 영국으로 떠나면서 여성복 디자이너가 되다
 
최유돈은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내 컨템포러리 남성복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은 후 런던으로 유학을 떠나 ‘영국 왕립 예술학교’에서 여성복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 남성복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돌연 영국 유학을 떠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런던으로 유학을 떠난 것도 이제는 한참 전 이야기네요. 한 10년 정도 됐으니까요. 그때는 베스트 프렌드와 함께 유학을 갔는데, 우연치 않게 석사 과정을 찾다 보니 런던에 좋은 석사 과정이 있었어요. 그래서 친구와 함께 런던 유학을 떠났죠.”
 
- 영국에서 왕립예술학교 다닐 때 어땠나요?
 
“한국에서 디자인을 하다가 외국에 나간 거라 나만의 디자인을 개발하기도 하고, 뭔가 압박을 받는 것도 없어서 재미있었어요. 영국 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는 이미 패션계에서 일을 하다 유학을 온 학생이여서 전 나이가 있는 편이였어요. 학교 졸업을 한 뒤 오는 친구들과는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사실 그때 열심히 공부도 했지만 놀기도 참 많이 놀았어요. 평일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주말에는 바짝 놀았죠. 지금 생각하면 제가 참 신기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일주일 내내 일만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 유학시절 에피소드가 있다면.
 
“보통 학교 졸업을 하고 취직이 되는데, 저는 졸업 1년 전에 ‘All Saints’라는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로 제의를 받아 졸업하면 바로 오라는 조건으로 취직을 하게 되었어요. 덕분에 졸업 작품 전시를 준비하는 1년이 굉장히 편했어요. 왜냐면 갈 곳이 있으니까요.”
 
- 런던에서 이례적으로 졸업 작품이 판매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영국 도버셀 마켓에서 제 졸업 작품이 판매가 됐었어요. 도버 스트리트 마켓은 영국에서도 유명한 숍이고 좋은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데, 그 곳에서 판매가 되었다는 저에겐 굉장히 뜻 깊은 일이였죠. 이제 갓 졸업을 압둔 아마추어 디자이너였기 때문에요.”
 
- 그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영국의 록그룹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의 딸인 조지아 메이 재거가 와서 제 졸업 작품의 컬렉션을 사가고, 또 따로 주문도 하고는 같이 일을 해보자는 이야기까지 했었어요. 이미 수석 디자이너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함께 일을 해볼 수는 없었지만요.(웃음)”
 
▲ 최유돈 디자이너 [사진=양문숙 기자]

■ 영국에서 남성복이 아닌 여성복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 All Saints, Twenty8Twelve 등 현지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 활동할 때의 이야기를 해주세요.
 
“사실 처음에 런던으로 떠났을 때는 제 브랜드를 내고, 디자인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회사를 들어가 일하면서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수석 디자이너를 하면서 영어가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영국 디자이너들은 직접 공장을 가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리고 전 외국인이고, 처음 수석디자이너로 들어갔을 때만 해도 학교 공부를 막 끝내고 들어간 거라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런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있는 것 같아서 잘 된 거라 생각해요.”
 
- 남성복을 디자인 하시다가, 여성복으로 전환을 하셨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남성복 디자이너는 한국에서 4년간 했어요. 좋은 회사를 다니면서 디자인 할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남성복은 절제와 정리가 필요한 분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복은 뭔가 좀 더 재미있게 정답 없이 디자인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유학을 간 김에 바꿔보자는 마음을 갖고 여성복을 디자인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좀 교만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남성복은 이정도면 잘 알고 있다고 생각 했어요. 사실 지금 디자인 하는 것들도 남성복 디자인이 바탕이 돼서, 남성적인 요소를 가지고 여성스럽게 풀어나가는 것들을 계속 하고 있어요.”
 
- 여성복 디자인이 어렵지는 않으세요?
 
“여성복은 매해 새롭게 바뀌고 기본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물론 남성복도 어려운 점이 많죠. 이제는 어릴 때 남성복은 절제와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던 생각들이 옛날이야기 인 것 같아요. 남성복도 이젠 과감하게 변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남성복도 여성복도 어떤 게 어렵지 않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네요.”
 
- 남성복을 다시 디자인 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사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기는 하는데, 언젠가는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디자인 하고 싶을 것 같아 하고 싶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은 여성복에 초점을 맞춰 열심히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 최유돈 디자이너 [사진=양문숙 기자]

■ 최유돈, 한국을 넘어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의 입지를 굳히다
 
- 2009년 런던에서 ‘EUDON CHOI’를 론칭하셨는데, 어떤 마음으로 론칭 했나요. 
“사실 처음 시작할 때 대단한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캐주얼한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그 전에 일했던 사람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겠다고 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거든요.”
 
- 런던에서 론칭한 이유가 있나요?
 
“런던이라는 도시는 신인 디자이너들이 클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가 잘 되어 있어요. 파리와 밀라노를 놓고 비교를 하자면 그곳은 워낙 큰 하우스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인 디자이너들이 처음 자리를 잡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하지만 런던은 학교를 졸업하면 글로벌한 디자이너로 커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특이한 도시라 이곳에서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어요.”
 
- 런던 셀프리지스 백화점과 홍콩 하비 니콜스 백화점에도 입점을 했다는데.
 
“런던의 셀프리지스 백화점에서 독점 바잉하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컬렉션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평가와 함께 유수 리테일러에 입점했어요. 홍콩 하비 니콜스 백화점에는 지금 안 들어가고 있는데, 사실 홍콩 같은 경우는 제 브랜드 첫 시즌부터 입점할 수 있었는데 그건 행운 이였다고 봐요. 제가 신인이잖아요. 신인이 그런 곳에 입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름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지, 모험심이 있고 패션에 관심이 많지 않고서는 신인 디자이너의 브랜드는 찾지 않기 때문에 백화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볼 수 있어요. 영국 같은 경우도 신인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3~4시즌 정도 본 뒤 어떻게 디자이너가 성장을 하는지, 컬렉션은 일관성 있게 나오는지 다 따져 본 다음 입장시키기 때문에 신인 디자이너로써 바로 백화점에 들어갔다는 것은 행운이 따랐던 것 같다고 생각해요.”
 
- 보그의 온라인 사이트 ‘스타일 닷컴’에서 유돈초이를 주목했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스타일 닷컴에 올라갔는데 저에겐 그 일이 굉장한 일이였어요. 런던 패션위크에 온스케줄에 올라간다고 해서 스타일 닷컴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그 곳에 올라가고 좋은 리뷰를 받고 메인을 장식했다는 것은 굉장한 성과라고 봐요.”
 
“사실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웹사이트에 메인 장식을 했다는 것이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전 항상 어릴 때부터 스타일 닷컴을 봐왔고 스타일 닷컴에 오르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정말 기뻤어요.”
 
▲ 최유돈 디자이너 [사진=양문숙 기자]

- 이번 컬렉션 이야기
 
“2013년 F/W 컬렉션은 러시아의 민속의상과 전래 동화에서 영감을 받아서 제작한 컬렉션 입니다. 1960년대 작품인 닥터지바고를 많이 보고, 러시안 전쟁을 이겨나가는 러시아의 강한 여성상을 콘셉트로 했어요. 재밌었던 것은 일본의 보그 편집장인 ‘안나 델로 루소’가 즐겨 하는 앵두 머리띠를 디자인한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을 해서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영국 패션위크 중에 발행이 되는 영국 패션 데일리 1면에 나오기도 하고 스타일 닷컴 커버도 장식을 했었죠.”
 
- 삼성 패션 디자인 펀드(SFDF)에 디자이너로 3번이나 선정됐습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우선 상을 주시고, 지원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거든요. 그리고 3번상을 받은 것은 준지의 정욱준 상무님 순이 없었는데, 평소 굉장히 존경하는 정욱준 디자이너처럼 3번이나 선정된 것은 저에겐 큰 의미로 다가오네요.”
 
- 한국 패션위크 컬렉션 계획은?
 
“한번 제가 초청을 받아서 선 적이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한국 관객들을 만나서 유돈 초이를 널리 알릴 수 있었던 것 같아서요. 런던 패션위크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아직 규모상 두 번이나 쇼를 벌리는 것은 부담이 되요. 하지만 초청을 해주신다면 설 생각은 있어요.”
 
▲ 최유돈 디자이너 [사진=양문숙 기자]

- 해외에서 최유돈의 위치를 본다면.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웃음) 저는 그냥 사무실에서 거의 어시던트 한명과 오랫동안 조용히 일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아직도 전 신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관심을 많이 받고 있지만, 더 발전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 앞으로 계획과 꿈은 무엇인가요.
 
“제 꿈은 거창하지 않고 굉장히 소박해요. 패션 비즈니스라는 것이 개인이 하기에는 힘든 사업인 것 같아요. 사라져가는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앞으로 5년 후 그리고 10년 후에도 런던 패션위크에서 쇼를 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제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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